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한국 모단걸들의 화장문화사가 궁금해-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초겨울의 시간, 연일 여우비로 도시의 하늘은 무겁습니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테마전에 다녀왔습니다. 

이 전시가 열리는 SPACE C는 코리아나 화장품이 세운 문화공간입니다. 

화장의 문화와 역사에 이르는 다양한 담론을 연구하고 책으로 발간하고 있는 

몇 안되는 곳인데요. 많은 분들이 이곳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 조차 잘 아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코리아나 화장품 회장님께서 오랜 세월 수집한 소중한 화장품

관련 유물과 자료들을 정갈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5층 입구에 들어서면 유리 케이스에 조선 여인들의 빗이며 비녀 등

향장 문화에 관련된 유물이 보입니다. 항상 엄마가 화장대를 경대라고 표현

하던 걸 기억합니다. 거울 경자를 써서, 거울이 있는 작은 분합을 이렇게 표현했죠



코리아나 화장품은 선대 회장님의 영향 때문인지, 화장품을 만들때

우리의 옛 여인들이 쓰던 화장품의 재료와 역사, 만드는 방법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서 현대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쓰는 화장품도 인간이 장식욕구

의 산물입니다. 그 역사를 캐물어가다보면, 우리들이 어떻게 자신을 인식하고 

꾸며왔는지, 어떤 소재를 쓰고, 어떤 부위를 강조해왔고,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왔는지 알수가 있죠. 작지만 강한 역사입니다.



오늘 본 소장전의 테마는 '신여성'입니다. 근대화와 더불어 여성에게

제공된 교육과 직업의 기회는 여성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자각도 커졌지요. 다양한 전문직종에서 사회개혁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개선을 위해 일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화가 나혜석이나 가수 윤심덕, 무용가 최승희등

오늘날 근대 예술의 역사에서 자생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던 예술가들 사이에는 

이러한 모던 걸, 당시로는 머리를 짧게 잘랐다 하여 모단걸, 이 많았죠.



사회활동이 많아지면, 그만큼 외양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는 법

단발과 짧은 치마, 하이힐이 등장했지만, 역시 눈에 띠는 건 화장법과 스타일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나라의 근대화장품 역사에서 최초로 불리는 박가분의 모습이 보입니다.

관에서 허가한 1호 화장품이죠. 근대기 유럽의 화장품들이 한국에 유입되었고 이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만들어져서 다양한 국산화장품 등장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근대화가 일제 강점에 의해 왜곡되고 주체적인 모색이 어려웠음은

화장품 산업에도 그대로 투영됩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총독부는 정책적으로 우리

내 손으로 만든 자생적 화장품을 규제했습니다. 화장품 산업은 쇠퇴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죠

여기에 일본 화장품 회사는 지금으로 치면 '스타일링 강좌'를 열었습니다. 신식 화장법 강좌

인 셈이죠. 여기에 모단걸의 화장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며 여론을 선점해갑니다.



1930년대, 여성들의 화장품 가방입니다. 저는 서구의 화장품의 역사를 

다룬 문헌들을 자주 읽습니다. 로코코 시대에도 귀족 여인들은 자신의 아름다움과

부, 권력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 여행용 화장품 케이스를 화려하게 만들어다녔습니다. 우리

의 모습도 그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주 소수의 여성들만의 산물이겠지만요. 



지난 번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우연한 기회로 강의를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이인성을 비롯한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까지, 한국의 근대화가들의 작품 속 패션을 다룬 

내용이었는데요. 이걸 연구하다보니, 그 시대의 복식사와 함께 향장문화를 다시 한번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961년 특정외래품판매금지법 제정과 더불어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지금은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가

동남아를 넘어, 중국과 유럽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코리아나 스페이스 시는 제가 아끼는 공간이에요. 화장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데요. 미술관에선 꽤나 묵직하고 즐거운 소재의 전시들을 기획합니다. 이번엔 아쉽게

보지 못했지만 지난 번 보았던 매스커레이드(Masquerade)전이나 쇼미 유어 헤어 전 같은 것은 

유럽의 내실있는 미술관에서나 기획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소장전 소개를 페이스북에도 해봤는데

화장품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 조차 아는 분이 많질 않더라구요. 소장품이 많진 않지만, 특화되어 

있는 테마형 박물관입니다. 앞으로도 화장품을 비롯한 향장문화에 대한 컬렉션이 이뤄질

것이구요. 모단걸들의 향장과 박가분이 보고 싶은 분들, 한번 들러보세요. 

이달 30일까지랍니다. 저도 늦게서야 알고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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