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미인 삼국지, 강남스타일을 겨루다-신선미의 유쾌한 그림들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오랜만에 삼청동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봄 기운 가득한 삼청동은

예전 활발하게 갤러리 마실을 다니거나 강의를 다닐 때와 큰 변화가 있죠

소형 갤러리들이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와 옷가게들이 

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을 데이트 코스로 친다지만 사실 저는 

언제부터인가 이쪽에서 별로 정취를 찾기란 점차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도시 속 거리의 정체성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이겠지요. 아쉽습니다. 



신선미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사실 그녀가 그림 속에서 묘사하는

복식 때문이었습니다. 한복차림만 그리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그림 속엔 중국의

치파오와 일본의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을 한복을 입은 우리 내 여인과 병치시켜 표현하더군요



그녀는 항상 개미요정이란 가상의 집단을 그림 속에 배치합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주인공과 대치하기도 하고 그녀가 잠든 사이, 집안을

어질러 놓기도 하고, 소소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죠. 무엇보다 그녀의 그림이 재미있는

이유는 정밀한 한국화 기법의 묘사에 있습니다. 사실 그녀의 그림 속 의미들을 기호적으로 풀려고 

애쓰는 것 보다는 그대로의 세계, 펼쳐진 세계 자체가 친숙함이 주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육아에 눈을 뜬 작가는 아이를 항상 모델로 등장시키고, 그 아이와 아빠놀이를

하면서 인간이 서로에게 의미있는 타자로 변성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아이들의 순수함도 좋지만, 사실 어려서부터 각종 멀티미디어

환경을 접속하며 그 세계 속에서 친밀감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다소 

이 세대의 답답함도 발견합니다. 유사경험은 많은 데, 체험은 부재하는 사회가 되어

가기에 그렇지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은 항상 또록또록 즐겁기만 합니다. 

호기심이 없으면 관찰하지 않게 되고, 관찰하지 않으면 통찰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삶

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검색은 잘 하지만 사색은 할 줄 모르고, 수치로

주어진 스펙과 형상을 그리는 일에만 열중하니, 우리 사회의 이면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주체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삼국의 여인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막 났습니다. 전통적인 것들을 현대적으로 변용한다는 것은 테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요? 저는 한지에 그린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그림 속 미려한 색감

을 내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반복을 해서 채색해야 하거든요. 반복은 어리석은 짓 같아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지속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에선 그렇죠. 그러나 반복은 그 과정 자체로

새로운 변화와 변주를 만들어가는 마음의 습관입니다. 한지 위에 수없이 반복되는 분채과정을

통해 우리의 그림도, 그림 속 우리들의 세계에도 조금씩 질서와 변주가 만들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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