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여가의 새발견 전 리뷰-오덕들을 위한 천국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문화역 서울 284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이곳에선 <여가의 새발견>이란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달 23일에 시작했습니다. 4월 14일까지 이어지는데요

저는 사실 오프닝 행사에 다녀왔었는데 포스팅을 차일피일 하지 못하다가 어제 밤 늦게서야

이렇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여유를 찾았습니다. 서울패션위크가 바로 이어져서 계속 

취재 다니고, 디자이너들 인터뷰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문화역서울 284는 구 서울역사를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키면서 탄생한 

공간입니다. 제 지인인 전시기획자인 김노암 선생님께서 이곳에 예술감독으로

가셨지요. 이번 <여가의 새발견>은 요즘 한국사회의 진부한 테마가 되어버린 힐링의 

연계로서 새롭게 재발견해야 할 여가, 레저의 의미를 새롭게 묻고 그 위상의 좌표를 그려보려는

뜻 깊은 시도입니다. 이날 오프닝 행사 때 무용가 김매자 선생님을 뵈었어요. 무용단원들이 오프닝 축하 

파티를 위해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울역사의 공간을 매우는 바이올린 연주도 좋았습니다. 



일제강점기서울역은 한국의 근대를 상징하는 기호였습니다. 기차를 통한 

공간의 확장과 더불어, 새로운 것의 접촉과 작별이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이었죠. 

우리사회도 새로운 정신성과 만나고 있습니다. 노동과 대비되는 쉼, 휴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최근 캠핑을 비롯한 다양한 여가문화가 형성 중입니다. 쉼이 없는 창조는 있을 수 없기에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쉼이 좋은 것일까, 혹은 어떤 방식으로 쉬는 것이 생산적인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전시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이런 것일 겁니다.



다양한 등산장비와 더불어 랜턴들도 즐비하게 

놓여있는 데 한 컷 찍어봤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제 눈에 들어온 건, 역시 새로운 여가의 코드로서 등장한 

수집Collection 에 대한 생각입니다. 우리는 흔히 컬렉터를 그림을 사모으는 돈 많은

유한계급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 또한 대학 3학년 시절 작은 판화를 한 점 사면서부터 컬렉터

생활을 시작을 했죠. 그리고 배웠지요 그림 한장의 값은 추억의 값이란 걸요. 그림의 의미는 사실 작가나 

유파, 색과 선의 구성 같은 형식적 의미를 떠나, 그 그림을선택하던 당시, 바로 현대소비자 행동의 개념을 빌리면, 

진실의 순간에 떠오른 내 과거의 추억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림의 값은 추억의 값이 되지요. 어떤 것을 

수집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사모으는 것은, 결국 나란 자신의 대변인을 찾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소비를 통한 나 자신의 드러내기, 현시효과일테지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평론가로 이름이 높으신 최범 선생님의 전차 수집은 

상당히 놀랍고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화가 강영민 선생님이 

페북에 '전차오덕 최범'이라고 라고 올리셨더군요.



어린시절 프라모델이라고 해서 플라스틱 조립 장난감을 갖고 많이 놀았습니다.

탱크를 비롯하여, 남자들을 위한 무기류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네요. 저도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인지 뭔지 만든다고 방학 며칠을 보내다가 어머니에게 혼났던 기억이 있답니다. 이렇게

재미삼아 모으고, 공부하던 것들이 쌓이면 하나의 지식의 체계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우표를 모으며 

우리가 가지 못했던, 그 나라에 대한 문화적 코드를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저도 여전히 패션매체를 통해 

세계를 공부하고,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익힙니다. 이번에도 <안나 카레리나> 영화를 보면서 러시아

시대의 패션과 관련된 도록과 책들을 대거 샀거든요. 수집은 그 과정에서 '놀이'로 동참하는 인간을

성장시키는 매력과 힘이 있습니다. 전시에서 이들을 가리켜 건강한 오타쿠의 의미로 다시 

의미를 정초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밝힌 것은 바로 그런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베어 브릭 인형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 모든 걸 한 개인이 다 수집했다는 게

대단한거죠. 이들은 현대의 오브제들입니다. 하지만 각자 우리가 살아온 명멸하는 시간의

기록들을 담고 있죠. 다양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과의 협업기록도 남겨져있고요.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모으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은 오타쿠란 하위문화의 힘일찐데

이 땅에서는 오타쿠란 건강한 존재가 아닌 다소 병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코카콜라병만 모은 분도 있더라구요. 광고일을 하시는 분이라는데

세계 각국에서 나온 다양한 콜라병을 모으며, 관련 마케팅 캠페인에 대해 공부도

하셨다니 이야말로 진정한 학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런 지식의 체계를 가진 분들을 

인정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대학에서 맨날 갖혀서 텍스트 읽으며 학위를 얻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반박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요즘 대학이 어떤 곳인데 

그렇게 갖혀 있는 폐쇄적 공간으로 상정하느냐?" 라고요. 그러나 이런 추론을 하고

싶지 않아도 대부분의 돌아가는 폼새가 그러니, 저도 굳어질 수 밖에요. 



저도 대학원과 유학시절 모두 마케팅 전략을 공부했지만 항상 공부는 학교가 아닌

사회와 밖, 학교의 언어가 아닌 외부에서 배웠습니다. 어떤 것을 모으는 것, 수집의 힘을 

배우게 된 것도 이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션 바이어로 일할 때, 국내에는 관련된 책들이 만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서점의 의상학 코너에 가봐야 한심스런 수준의 책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죠. 

인터넷 문화가 시작되며 아마존이란 전자 서점을 발견한 건 기쁨이었습니다. 상품기획자들을 위한 미학, 

통계학,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있더라구요. 하나씩 안빠지고 읽었습니다. 열심히 읽었지요. 

회사에서 일하며 혼자 독학하면 꼭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딴거 해봐야 


소용없다. 세월가면 다 알게 된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죠. 업무 하면서 몸에 닿는 

지식을 스스로 정제하고 편집해가는 능력을 쌓는 것이  경쟁력의 요체라고 믿는 저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서재에 빽빽하게 쌓인 디자인과 패션, 마케팅으로 특화된 책들이 7천권을 넘어 가면서 

이것이야 말로 저를 패션의 진정한 오덕으로 만든 힘이다라는 걸 배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패션계의 오덕이 맞습니다. 이런 오덕이라면 언제든 환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쉼과 여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가 거품을 물고 말았네요. 최근 대학이란

시스템과 그 한계에 대해 너무 적나라한 생각들을 하게 되면서 저도 모르게 이렇게 글이 

나오고 맙니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하는 여가의 새발견 전, 꼭 한번 보러가시길 바랍니다. 이외에도

인형오타쿠, 텀블러 오타쿠 등 다양한 수집문화와 그 변용에 대해 보고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좋은 전시입니다.

하위문화는 단지 사회 내부에서 아래에 위치하는 문화란 뜻이 아닙니다. 이것이 언제나 상부의 문화와

그 촉수를 지속적으로 건들면서, 문화의 지평과 어휘를 확장해가는 것이죠. 그래서 힘이 됩니다.

여러분.....우리 모두 건강한 오덕이 됩시다! 만세 (일베아님)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