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돌체 앤 가바나 2013년 F/W-비잔틴의 글래머를 만나다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돌체 앤 가바나의 2013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보고 있다.

지난 2월에 발표된 내용이지만, 이제 말복을 넘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추동 컬렉션 내용들을 포스팅 할 

생각이다. 복식사와 미학을 공부하는 이로서, 과거의 영화로운 한 시대를 옷으로 

오마주하는 작품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과거는 절대로 역사의 한 시점에 견고하게

응고된 멈춘 시간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의 망막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영감을 가진 

존재란 점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리라. 이번 돌체 앤 가바의 콜렉션도 그렇다.



이번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은 2012년 가을/겨울에 선 보인 바로크 시대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 비잔틴으로 넘어왔다. 비잔틴 미술의 특징을 흔히 차분한 우아함

감정의 세련된 절제, 얼어붙은 듯한 권위에 찬 경건함이라고 미술사가들은 주장한다. 물론 이견은

없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비잔틴 미술은 철저하게 종교적인 메시지를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도록 하기 위해, 자체적인 화려함을 만들고 양산한 양식이란 점일 것이다. 



돌과 유리,조가비 등 각종 재료의 조각을 무늬나 회화에 이용한 모자이크는

비잔틴 미술의 대표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모자이크는 그리스와 로마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했다. 특히 로마시대의 목욕탕 바닥을 대리석 모자이크로 한 부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화려함은 말할 수 없다. 이것이 회화의 방식으로 차용된 것이 비잔틴 미술의 특징이다.

준 보석과 유리를 주로 하여 금박을 입힌 모자이크는, 빛의 작용에 따라 신비감을 

더하고 교회란 한정된 공간을 비롯, 일상에서 공간을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부여했다. 대표적인 시각적 착시의 기술을 종교적 메시지와 연결한 것.



신을 믿는다는 것, 그것을 물질화하여 인간의 눈에 화려하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 적어도 비잔틴 미술은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건축 내부와 십자가, 종교 제의에 사용되는 용구와 제단에 이르기까지

황금과 각종 보석을 이용했고, 다마스크 실크와 같이 화려한 염색 직물을 사용하여 

신앙을 가진 이들이, 그 속에서만큼은 세속과 동떨어진 차안의 세계, 눈물없는 화려함의 세계

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은 바로 이탈리아 시칠리 섬을 중심

으로 남아있는 비잔틴 문명의 잔해들, 모자이크 무늬를 중심으로 영감을

표현했다. 옷의 각 디테일은 철저함에 가까운 자수기법으로 표현.



돌체 앤 가바나는 1985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다. 

스테파노 돌체의 고향이 이 시칠리였다. 사실 시칠리는 패션 뿐만 아니라, 

유럽 문화에 녹아있는 상당한  부분에 영향을 미친 도시다. 영국의 세익스피어가 

시칠리에서 정체를 속인 채 오랜 세월 살았다 주장하는 문학사가도 있다. 살지 않았다면 

표현할 수 없는 문장의 깊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영향력의 범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시칠리는 비잔틴을 넘어, 이탈리아 패션 문화에

영향을 미친 도시다. 1950년대 이탈리아 패션의 복고운동, 치네치다

라 불리는 패션부흥의 중심적 상상력을 제공한 곳이다.



회색의 헤링본 패턴이 돋보이는 스커트 위에 황금색 

모자이크를 프린트한 상의를 보라. 



동로마 제국의 화려한 문명이 우리 시대에 되살아 나는 

느낌이다. 그리스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결합된 비잔틴 문명은 

이중의 얼굴을 갖는다. 소박한 믿음, 자신의 내면을 강조하는 듯 하면서도

성상을 파괴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치장을 폄하하는 듯 하지만, 결국

표현의 욕구를 가장 강렬하게 뿜어낸 역사의 흔적은 여전했다.



그러나 이런 돌체 앤 가바나의 화려함은 뒷전으로 럭셔리 브랜드는

세금포탈 혐의로 밀라노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무죄를 주장하며 항고할

채비를 갖추곤 있지만 정당성을 획득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옷의 화려함

만큼, 그 내부의 찬연함을 지킬 도덕성은 갖추지 못해서였을까. 



이탈리아 출신의 상당수 럭셔리 브랜드를 둘러싼 세금 포탈 혐의는

글을 쓰는 지금도 입맛이 쓰게 만든다. 그들에게 영감이라 불리는 것들이 

단순하게 역사의 한 순간을 프린트 찍듯 한 시즌의 영화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오롯하게 서는지, 존재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것도 

진정한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고민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단 항고를 했으니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정말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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