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매체가 세상의 모든 텍스트가 생산하는 영역을 잠식하는 지금, 전설의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집을 읽습니다. JOE EULA 라는 작가의 작품이지요. 20세기 후반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래픽 아티스트로, 의상 디자이너로, 무대 감독으로, 무엇보다 20세기 후반의 문화예술의 취향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강력한 아이콘으로, 그녀의 삶은 충분히 오롯하게 서게 됩니다. 


50년이 넘는 세월 그녀는 거의 모든 메이저급 쿠튀르 하우스들을 위해 패션을 그렸습니다. 샤넬에서 지방시, 디올에서 이브 생 로랑까지, 패션 뿐만 아니라 음악 커버를 위한 작품도 자주 했지요. 재즈 음악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 리자 미넬리, 마릴린 몬로의 수프림까지, 여기에 현대무용가 제롬 로빈스의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의상들을 디자인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그림 속 패션이 내게 말을 겁니다. 선과 채색의 세계, 단절된 단순함의 세계가 그저 응고된 채 머물지 않고 지면 위로 튀어나와 우리를 맞습니다. 패션을 사진으로만 찍어내는 세계에선 이 맛을 알기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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