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전,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 싶었다. 널브러진 녹지 공간 하나 찾기 어려운 서울,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축령산 숲길을 걸었다. 4시간여의 시간을 발걸음을 옮겼다. 초겨울의 날씨는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몸의 열기를 곧잘 빼았아가지만, 부지런한 걸음걸이로 만회했다. 임종국이란 한 독림가의 노력과 헌신이 보이는 곳, 한국동란 이후 피폐해진 산에 편백나무를 조림하며, 오늘의 방대한 숲의 정경을 조탁해냈다. 



편백숲길에 들어서는 초엽, 개울가의 물소리가 정겹다



수직으로 서 있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을 거닌다. 수직은 때로는 위압적이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면 수직만큼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하는 포즈도 없지 싶다. 직립으로 서서, 사선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안아내며, 작은 직물의 포대기를 나무와 나무 사이에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 사이를 걷는 인간에게 한 벌의 옷을 지어주는 저 숲의 섭생은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편백숲길은 치유여정의 길이라 하며 나무가 내뿜은 좋은 기운들을 마시며 걷는 길이다. 노오란 낙엽들이 바닥에 한없이 떨어져, 마치 빛깔 고운 담요같이 나그네의 여정 아내를 보호해분다. 



모암 저수지의 모습, 물과 풀과 숲, 나무, 이런 단어들을 더 많이 쓰며 살고 싶은데, 그래서인지 산책길 순간 순간이 달콤했다. 



3시간 반 남짓 걷다가 추암마을쪽으로 내려왔다. 하행길에 만난 예쁜 카페. 주인장께 달콤한 커피 한잔을 부탁하고, 야외 테라스에서 풍광을 보며 감미로운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강의에 쓸 책을 읽는다. 프렌치 시크가 어떻고 얼루어가 어떻고 별별 패션의 개념을 가르치는 동안, 항상 인간과 자연, 지속가능성, 이런 개념들을 자꾸 잊고 산다. 도시 속 정글을 헤매며 패션산업의 공고한 논리에만 침윤되어가는 내 정신도 잡아야겠다. 



산책길은 참 행복하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삶과 태도도, 지금껏 믿어온 것들도 다시 한번 느림의 순간을 맞는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