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히잡은 스타일이다-돌체 앤 가바나의 아랍 컬렉션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이번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의 히잡과 아바야 등 아랍의 전통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보고 있다. 기사로 나온지는 되었는데 문제는 희잡hIjab을 비롯한 아랍의 패션과 그 영향에 대해서는 제대로 짚지 못하는 것 같다. 패션의 역사는 결코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다양한 나라의 상상력과 문화에 기초한 의복문화는 시기별로 패션의 중심지로 모여, 새롭게 재배치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나라의 미학이 전해지고 사람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새롭게 이식한 타자의 문화성을 기입한다. 패션은 얼마나 강력한 전도자인지 모르겠다. 


예전 아랍의 각국에 패션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다. 모든 여성들이 히잡과 아바야, 부르카, 니캅 등 다양한 종류의 두건 및 덮개를 쓴다. 종교적 헌신에 대한 자신감의 표명이라고 하고, 또 서구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여성 억압의 한 형태라고도 한다. 하지만 의복문화는 다양한 전통이 중층적으로 말려있는 체계이기에 어느 한쪽만의 말을 듣고, 함부로 단정지을수도 없다. 



무슬림 여성의 베일은 지역, 일의 종류, 상황, 문화 기준, 생의 주기단계, 윤리적 표준에 따라 다양성을 보인다. 오늘날 이슬람 사회에서 통용되는 베일은 국가와 민족 에 따라 그 명칭과 모양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아랍 국가에서 히잡(hijab)이라 부른다. ‘히잡’의 어원이 되는 동사는 하자바(ḥajaba)이다. 이는 아랍어로 격리와 은폐의 뜻으로 쓰인다. 종류로는 히잡, 차도 르, 부르카, 카마르, 바쉬외르튀쉬, 니깝 등 다양하다. 



먼저 이슬람 외부자들은 히잡을 ‘억압’의 상징으로 비판한다. 기독교적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유독 무슬림의 복식을 폄하하는 측면도 많다. 반면 이슬람 내부자의 입장에서는 히잡을 서구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지지해 왔다. 이슬람 세계를 기독교 담론의 영향력으로 부터 지키고, 이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가시적인 복식이란 사물을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7세기에 집성된 꾸란과 9세기에 수집된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을 분석해보면 히잡은 초기 이슬람 사회에서 형성되었다기보다 후기 이슬람의 확산과정에서 유입되면서 가부장적 제도와 결합하여 강화되어 정착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히 되짚어봐야 하는 것은 꾸란에서 주장하는 남과 여자를 둘러싼 세계관은 초기에 가졌던 정신에서 변질된 부분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본성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한, 기껏해야 남성을 유혹해서 살아가는 존재 정도로 간주하여, 히잡 착용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히잡을 둘러싼 유럽과 북미의 반응은 다르고, 다문화정책과 그들을 받아들인 프랑스에서 조차도 히잡을 금지하는 법령 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웠다. 관용과 배제의 정치학 사이에서, 히잡은 아랍의 본질을 드러내는 일종의 기표가 되고 있다. 이런 사변적인 내용들을 블로그에 쓰는 건, 이런 내용들, 갈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패션계는 아랍의 패션과 그 문화적 수사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그저 라마단 특수를 노린 국제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마케팅을 넘어, 혹은 이런 문화적 마케팅을 통해 서로의 복식을 이해하고, 그 맥락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도 얼마나 좋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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