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음대에서-마스터클래스의 미학

작성일 작성자 패션 큐레이터



이번 여행은 음악과 관련이 깊은 경험들이 많이 했다. 함께 했던 일행 중에도 오페라 전공자와 성악 예비훈련을 마친 아이들이 많았다. 이들을 위해 특별 마스터클래스를 파리에서 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쾰른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파리 등 음악과 관련된 도시에 들를 때마다 음악대학을 보게 된건 그런 이유였다. 청년들의 비전 트립이었던 만큼, 난 미술관 디자인 관련 강의와 도슨트를 맡았을 뿐이니까. 



잘츠부르크는 두 번째 왔다. 첫번째 여행때 잘츠부르크에서만 3일을 있었다. 체류하는 동안 미라벨 정원에서 시작되는 사운드 오브 뮤직 여행코스에 따라나서기도 했다. 여행의 리더였던 호주 출신의 가이드는 잊을 수가 없다. 음악이 좋아 이곳에 있다며, 이로 인해 아직까지 결혼은 못했다면서 음악과 잘츠부르크, 그리고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날 때까지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던 분. 지금은 결혼을 했을지도 궁금하다. 이번 여행에선 앤틱 딜러의 샵에 가서 새롭게 컬렉션한 것들을 살펴보고 왔다. 18세기 가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최근 친해진 딜러분의 얼굴을 보러 간 것. 매장 내부와 컬렉션 사진은 공개불가다. 



모차르테움 음악원에 들렀다. 마스터클래스 강의들이 열리고 있었다. 먼 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수업시간에 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담는 것 만으로도 작은 열정을 느낀다. 예전 캐나다 밴쿠버의 UBC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음대 도서관을 종종 갔다. 거기에 가면 개인 피아노 연습실이 있어서 누구라도 학생이면 들어가서 연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몰입의 순간에 빠진 인간만큼 숭고해보이는 장면은 없다. 여기엔 바로 철학자 칸트가 말한 무관심성의 세계와, 자기 세계를 개편하려고 하는 순수한 한 인간의 의지만이 아름답게 공존하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가 설정한 한계를 돌파하려는 인간과, 그 한계를 외부에서 조금씩 압력의 형태로 빚어내며 '한 인간의 성장'을 도모하는 교사의 관계, 그 속에서 인간은 자기를 둘러싼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다. 



이곳 출신 연주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느 과정이나 마스터클래스가 있다. 마스터클래스가 꼭 음악 영역만의 독점단어는 아니다. 예술과 디자인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적어도 '전수'라는 행위를 통해 예술에 입문하고 성장하는 이들에게 마스터클래스는 최종단위의 어떤 훈련일 것이다. 음악을 해보지 않았으니 그 과정의 맛을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패션이나 영화, 혹은 글쓰기 과정에서의 마스터클래스 과정은 몇 번 가보았다. 


나 스스로 감명을 받은 적도 많았고. 영화작가들과의 만남에서 마스터클래스에 갔더니, 자신이 만든 영화의 한 컷을 놓고 2시간이 넘게, 컷의 설정부터 역학, 순간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다. 놀라왔다. 마스터클래스는 기본적으로 '어떤 것을 보여주는' 거장의 과정이 아닐 것이다. 끊임없는 대화적 관계가 이끌어내는 '내 안의 가능성'이다. 사람은 항상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그 안에서 통찰력과 나를 둘러싼 한계를 돌파할 힘을 얻는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많은 분들에게 17세기 바로크를 설명하느라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분명 읽었던 텍스트임에도 다시 읽고 생각하며, 생각을 정립해서 그들에게 말해야했다. 미술사도 분명 마스터클래스가 있다. 나는 언제쯤 나만의 마스터클래스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복식사 분야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중세복식사를 꽤 오랜동안 혼자서 훈련하며, 각종 워크샵을 들락거리며, 논문을 읽으며 버티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2008년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쓴 이후로 이런 지독한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나 자신이 설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일. 그 위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번 여행이 고마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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