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이브 생 로랑의 모든 것을 담다-카탈로그 레조네

작성일 작성자 패션 큐레이터



복식사 연구를 위한 모든 자료들을 사모으는 것이 생의 즐거움인 내게도 고민거리가 될 만한 책이 나타났다. 이브 생 로랑 재단에서 1962년에서 2002년까지 이브 생 로랑이 탄생시킨 모든 옷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레조네가 나온 것이다. 책의 무게만 26킬로그램. 이미지 보드가 80장, 1500벌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생 로랑이 직접 한 모든 컬렉션 정보와 스케치, 각 스케치별 직물 스와치가 다 붙어있다. 이 정도면 그의 모든 정신적 사유와 땀에 대한 밀집된 정리판이라 할 수 있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사실 미술용어다. 한 화가의 모든 작품이 출처와 연구논문, 현재상태, 각 작품의 소장 상태, 작품별 주제별 분류에 따라 정리된 일종의 믿을 만한 도록을 말하는 것이다. 




패션은 이런 레조네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화가들과 달리, 작업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이들을 연구하는 개별 복식사가들도 이런 작업들을 여간해선 해낸 경험들이 많지않고, 자칫 영업비밀이나 자신의 신화화된 디자인의 공식들이 밝혀질까 꺼려해서 노출시키지 않은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생 로랑의 레조네는 너무나도 갖고 싶다. 그런데 가격이 4500불이다. 한 마디로 리미티드 에디션이고, 나처럼 복식사 자료를 사모으는데 모든 걸 바치는 이들을 위한 소량의 작업들인 것이다. 가격이 세긴 하다. 예전 보석관련 컬렉션 도록을 120만원을 주고 산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실제 보석을 사질 그랬나며 핀잔을 받기도 했으니까. 




이번 책은 신중하게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복식사 방법론과 내년에 나올 복식사 대계 사전 가격만 해도 70만원이 넘는다. 옷에 대한 연구도 결국 참 많은 자본이 요구된다. 옷 한벌 값을 넘어, 옷에 대한 사유와 생각, 디테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이것을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지평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할 때는 또 다른 영역의 지식들이 요구된다. 이렇게 힘든데도, 참 좋다고 이러고 있다. 



하긴 이렇게 공부해온 지난 24년간의 공부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으니. 복식사는 그저 하위단위의 작은 특수사가 아니었다. 공부하면 할 수록 그 영역의 확장이 좋고, 스타일과 삶의 방식, 패션, 인테리어, 리빙, 건축, 향장, 음악, 미술과의 깊은 연관 속에서 한 시대의 미감을 읽어내는게 너무 좋다. 생 로랑을 위해 이 책은 사야겠지. 한국의 복식사 전공자들 중 상당수가 그냥 텍스트 기반의 공부를 한 이들이 너무 많다. 옷 한벌을 뜯어보기도 쉽지 않고, 그 설계도면을 읽기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예전부터 프랑스에 들를때마다 빈티지 샵에 가서, 실제 컬렉션에 나왔던 옷들이 매물로 나올 때 사러간 것이다. 그렇게 보고, 직접 만져보고, 소재와 직물을 직접 확인해야만, 서술이 그때부터 시작된다. 솔직히 정말 별볼일 없는 스와치북도 20만원씩 한다. 그것도 학생들의 공부용으로 나온게 그렇다. 패션 기업에서 매년 패션정보사들을 통해 구매하는 트렌드북이나 스와치북 가격도 실제로 300-4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브 생 로랑의 모든 걸 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책은 절대로 고민하면 안된다. 그렇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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