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내고 긴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비로소 개정판을 냅니다. 생각지 않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패션전시와 패션의 역사, 복식미학 같은 학문적 영역들이 대중들에게 조금씩 소개되고, 사랑을 받기 시작했지요. 이것만으로도 작은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아트북스에서 나올 <샤넬, 미술관에 가다>는 전편과는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요즘 복간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소설같은 장르와 달리, 패션은 오랜 시간 속에서 지금껏 변화해온 양상들을 추적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추가했습니다. 


내용이 넘쳐나서, 예전 <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5부의 내용을 덜어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증보해서 아예 새로운 책으로 올 하반기에 낼 생각입니다. 저는 패션 초상화를 오랜 시간 읽고 공부해왔습니다. 과거의 복식 속에서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의 코드와 소비욕구, 미적 열망 등 다양한 요소들을 발굴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 그런 점에서 복식사 공부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번 신간에서는 기존의 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패션의 다양한 소품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했습니다. 주얼리나 메이크업은 스타일링과 함께 묶어서 새로운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아직도 건너야 할 강이 많습니다. 


패션이란 깊고 너른 강폭을 계산해내는 것만도 쉽지 않았고, 고요하게 그러나 때로는 급류로 흐르는 이 세계를 포착하고 읽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는 되돌아보면 매우 선구자적인 책이었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저자가 목차와 내용을 베껴서 쓸 정도였고, <옷장 속 인문학>도 호불호가 있겠지만, 인문학 콘텐츠로 해외수출까지 했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도 해외로 저작권이 수출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몇 군데 해외 출판사들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식사와 복식미학이란 영역이, 그저 구름위에 떠서, 지금 치열하게 돌아가는 패션이란 한 세계를 훓어보며 조망해주는 지식의 체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협소한 기존의 관점과 틀에 묶여서는 변화하는 삶의 트렌드, 패션의 변화조짐들을 읽어내지 못하죠. 저는 읽어내는 것만이 다라고 믿지도 않습니다. 그건 학자들이나 하는 것이고요. 변화 속에 내가 몸을 담그고, 그 변화 속에서 또 새로운 변화들을 만들어내야겠지요. 어찌되었든 긴 시간이 흘러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나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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