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식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일견의 한 시대를 풍미한 패션 스타일과 더불어, 그 옷의 형상을 가능하게 한 기술과 소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국내의 자료들은 워낙 일천해서 패션소재들이 어떤 역사의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왔고, 그 소재가 우리의 삶에 어떤 문화적/정치적인 미감을 심어놓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만큼 축적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담론이기는 하다. 나는 코튼, 실크, 레이온, 라이크라 등 역사를 통해 한 국가를, 유럽 전체를 뒤흔든 패션 소재에 대해 언젠가는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내는 책을 써볼 것이다. 미술사와 복식사를 테마로 글을 쓰는 내게, 요즘은 너무나 천편일률적인 미술통사를 쓰는 게 싫다. 자칭 대학의 교수들 조차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심도깊게 쓰되,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쓰는 것은 여전히 부족하고 그 내용의 편집이 뻔하다. 한국처럼 출판문화 자체가 다양성과 폭은 강조하면서도, 한 영역의 전문적 필드를 깊게, 천착하며 써도 책으로 낼 수 있는 대학출판부가 약한 나라에선, 깊은 책이 나오기 어렵다. 7년전부터 패션소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면서, 각 소재들의 깊이있는 비교문화사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도 작은 도움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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