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롤랑 바르트의 '패션의 체계'-옷을 설명하는 문자의 힘

작성일 작성자 패션 큐레이터



롤랑 바르트를 생각하며 

연휴의 끝이다. 이번 기나긴 추석 연휴, 부산하게 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부쩍 더 야위셨다. 산소에 가니 많은 분들이 성묘를 하러 오셨다. 그래도 많은 이들을 그곳에서 보니, 외로움이 덜했다. 파주로 가는 길은 출판사 계약건으로 자주 가게 되는 길이라 익숙하다. 연휴 동안 샤넬 코리아 강의 준비 때문에 그리스 신화와 고전에 대한 문헌들을 살펴보았다. 호메로스의 글들은 패션의 역사를 공부할 수록, 문맥 속에서 캐어내야 할 보석같은 밑그림을 만나게 된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내게 글로 쓰는 패션비평의 본령과 방식을 알려준 사람이다. 바르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는 1977년 10월 25일 사망했다. 그 다음날부터 바르트는 『애도일기』를 썼다. 그의 애도일기를 읽다보면, 요즘 내가 처한 마음의 풍경이 데칼코마니처럼 중첩된다. 어머니가 전부였던 남자, 요즘 어머니는 부쩍 약해지셨다. 무릎 수술 이후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서 꽤 오랜 시간 집 안에 계신다. 바르트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이자, 슬픔의 본질이 응고되어 있는 지점이었다. 그의 글들은 사진론에서 그가 밝혔던 푼크툼처럼, 내 안에 흔적을 남긴다. 


한자 한자, 그의 단상을 읽고 있으면, 마음 한 켠에 지독한 외로움이 기어나온다. 그래서 어떤 문장들은 마치 처음 읽는 듯, 피해가기도 했다. 불어판 패션의 체계를 샀다. 영어판으로 읽었는데, 중역이 가진 의미의 불명확성을 넘어가고 싶었다. 패션을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체계로서 해석했던, 롤랑 바르트의 패션의 체계는 솔직히 10번은 족히 읽었던 것 같다. 왠만큼 이 책을 들고 강의도 할 수 있고, 패션을 설명하는 인문학적인 틀로서도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항상 손에 끼고 다니며 읽는다. 불어판 책은 표지가 좀 더 화려하다.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드레스를 입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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