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설화수 플래그십 매장에서-선녀와 나무꾼 전시

작성일 작성자 패션 큐레이터



토요일 산책. 도산공원의 설화수 플래그십 매장에 다녀왔다. 침선장 구혜자 선생님의 작품을 비롯 현대미술작가들의 작업을 담은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가 거의 끝나기 직전 주말에 들러 작품들을 눈에 담았다. 아시아 문화권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설화인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푼 것이다. 



'천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라는 의미를 붙였다. 꽤 묵직하게 동의를 표하게 되는 해석이긴 하다. 사람들은 항상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매혹적인 미의 기준을 찾는 법이다. 이국적인 미를 찾는 이유도 '먼 거리'에 존재하는 상상의 여백만큼, 인간은 새로운 미의 기준들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설화수 브랜드는 항상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담는 상품기획을 한다. 화장품 파우치가 마음에 들었다. 



매장 5층에 자리한 루프탑에선 도산공원 정경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짙은 가을 단풍의 본색이 드러난다. 내가 이곳을 종종 스파와 함께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의 한적한 소파 위에서 사진도 찍고, 도산공원의 짙어가는 늦가을의 찬연한 한 순간을 담기도 한다. 풍경이란 그것을 담는 응시의 내면에 따라 항상 다른 빛깔과 실루엣을 빚는다. 



전시회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논평을 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내 관점에선 전시가 표방하는 가치가 어떻게 각 개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통합적으로 연결되는지, 인식의 연결점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특히 침선장이니, 자수장이니 하는 한국의 장인이란 분들에겐 이제는 관심을 별로 보이고 싶지도 않다. 국가 보조금으로 생활하셔서, 실험적인 작업, 혹은 정말 현대적인 재현을 위해 틀을 깨야 하는 논리와 방식 앞에서 항상 뒷걸음치는 분들이란 생각도 든다. 



그만큼 전통은 우리 이전의 한 시대의 삶과 그것의 운용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프레임이다. 하지만 과거에 산출된 물질문화에 묶이는 순간, 우리의 상상력도 항상 '재해석'이란 그럴듯한 말의 울림과는 달리, 과거에 묶이는 실수도 자주 보여준다. 5층의 건축물들은 마치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조형물처럼 설치되어 있다. 



터널의 끝에 보이는 새로운 풍경 만큼이나 설치작품과 옥외풍경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을이란 시간의 마법이 놀랍다. 서아와 쇼파 위에 앉아 코발트 물감을 풀어 놓은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요즘 한 시대의 신화들, 설화들, 구전으로 내려오는 문학적 성취물을 읽어내는 작업이 빠질 수 있는 실수랄까, 이런 점들을 생각해본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믿는 것들, 말 그대로 썩지 않는 옛 가치이자 미감일텐데, 이것이 현대적으로 결을 달리해서 읽을 때, 문제의 요소가 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전통의 현대화란 캐치프레이즈는 이상하게 한국적 가치를 끌어내는 순간, 안타깝게도 글로벌한 문화논리에 쉽게 용해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옥상의 쇼파는 참 마음에 들었다. 딱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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