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도립안동도서관 특강-패션의 인문학, 인간을 읽다

작성일 작성자 패션 큐레이터

 

 

안동에 있는 도립도서관에 다녀왔다. 올해는 마지막까지 도서관이란 기관과 참 인연이 깊은 듯 싶다. 10월과 11월은 강의와 저술을 주로 삼는 내겐 성수기였다. 너무나 많은 기업강의를 다녔고 각종 기관을 다녔다. 목이 고장났다. 목감기가 도대체가 낫질 않고 너무 오랜동안 가는 바람에, 매 강의가 힘겨웠다.  강의를 통해 관객과의 인터랙티브를 중요하게 여기는 내겐 안타까왔던 11월도 이렇게 끝나가나 싶다. 패션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난 참 많은 것을 녹여내려고 노력한다. 옷의 역사가 그저 한 벌의 옷의 계보와 자질구레한 내용들을 정리하거나, 혹은 한 시즌을 풍미한 특정한 옷의 양식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란 걸 수도 없이 이야기해왔다.

 

 

옷을 입은 인간의 이야기였고 그 인간이 욕망하고, 장식하고, 때로는 기세 등등하게, 때로는 기어가는 모습으로, 다양한 연출을 통해 삶에 적응방산해온 인간의 이야기였다. 옷은 그 자체로 설득의 기술이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구매하는 고도의 우아한 쇼핑의 기술이기도 했다. 패션과 문학, 패션과 건축, 패션과 웨러러블 테크놀로지, 패션과 음악, 패션과 무용 등 항상 내 강의는 패션과 그 무엇의 만남이었다. 왠만큼은 해 왔던 것 같다. 서양고전의 숲을 헤매었던 기억들도 내겐 이젠 행복하게 남아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복식사만 따로 전문서로 낼 생각이다. 옷은 그 자체로 복식을 걸치고, 그것을 걸치게 한 법제사, 경제사, 소비사, 문화 및 예술사의 모든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할 때면 항상 신이난다. 사람들은 특히나 반응을 잘 해주었다. 아마도 이야기의 참신함 때문이리라. 이번 안동 도서관 강의는 유독 기억에 남을 것 같다. 76개의 좌석이 있는 소강당에는 120명의 청중이 모였다. 좌와 우 정식 좌석 사이의 통로에는 임시의자를 놓고 뒤편 출입구에도 임시의자를 놓았지만 많은 분들이 온 터라, 많은 분들이 서서 강의를 들었다. 강사로서는 기쁘기도 하지만 죄송하기도 해서, 목이 너무 아팠지만 최선을 다해 이날 하루를 즐겁게 장식하려고 했다.

 

 

그 목표대로 어느 정도는 된 것 같다. 이날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11월의 마지막을 너무나 멋지게 채워주신 것 아닌가 말이다. 감사한다. 안동에 대한 기억이라곤 예전 블로거 시절 안동시장님이 초대해주셨던 블로거 투어로 가본 게 다였다. 짦은 일정이었지만 꽤나 밀도있게 안동의 곳곳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그때 안동이란 도시에 대해 참 기억이 좋았다. 고즈넉한 시간 걸을수 있었던 월영교의 풍경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푸짐했던 찜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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