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북클럽 모임이 있는 날. 나는 올해를 시작하며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나 스스로. 작가로서 수많은 책을 읽고 비평하고 글로 쓰지만, 사실 책을 읽는 고단함이 많았다. 문득 외롭게 텍스트를 해독하며 나름의 세계에만 빠져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함께 테마를 정해 밀도있는 책을 읽어가면 어떨까하고. 단 무임승차자가 없게 하기 위해서 각 책들을 한 명씩 책임지고 발제하도록 시켰다. 흔쾌히 페이스북에 올린 북클럽 모집은 하루 만에 80여명의 신청자가 나왔고, 그 중에서 책 발제를 하고, 두번째 시즌부터는 외국의 주요 논문집을 함께 읽어갈 사람들을 찾았는데 놀랍게도 하루만에 마감되었다. 우리 북클럽은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들만을 골라 읽는다. 생각보다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를 오용해온 한국에서, 좋은 책들을 골라 읽기가 쉽지 않다. 북 큐레이션을 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함께 읽을 책을 고르며 나도 사유에 빠져보리라는 용기를 내보았고, 종횡무진 레퍼런스를 찾았다. 이번이 벌써 4회째 모임이다. 이번에는 마이클 버스카의 책 <큐레이션-과감하게 덜어내는 힘>을 읽었다. 오늘 발제였다. 인간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소비해왔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봤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간이 소비하는 사물과 서비스는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매개다. 우리사회는 큐레이션 사회다. 우리가 소비하는 서비스와 제품에 큐레이팅이란 버즈워드가 붙은지도 꽤 되었다. 가려내야 할 정보들이 넘쳐나는, 과잉생산의 시대에 큐레이션은 세계와 나를 연결하고 이해하게 해주는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나 역시도 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영역에서 패션전시를 기획해왔다. 전시를 통해 패션의 의미를 확장하고, 한 벌의 옷이 한 사회 내부의 다양한 열망과 목소리를 담은 사물임을 말하고 싶었다. 옷 한벌에 묻어나는 경제, 사회, 집단의 심리, 개인의 열망을 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여전히 Connoisseurship, 전문가의 감식안에 근거한 논리가 많았다는 걸 깨닫는다. 대중들에게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를 감수하고, 연극을 제작하고 텔레비전 드라마를 고증하고, 무용의 드라마투르기를 시도한다. 최근에는 대형 게임회사도 다녀왔다. 옷을 소재로 거대한 서사가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신데렐라 만들기 수준의 옷 갈아입히기 게임이 아니다. 미술관을 넘어서, 옷을 발화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을 개발하며, 항상 고민했다. 결국 옷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너무 복잡해도 안된다는 것. 농축하고 단순화시켜서, 무엇보다 그들의 머리 속에 옷에 대한 새로운 컨셉을 명쾌하게 심어놓는 것. 




내 안의 열망을 펼쳐내기엔 한 없이 부족한 내 자신의 지식의 밀도를 발견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하루 한뼘의 성장을 위해 걸어가기로 결심한다. 오늘 발제에선 데이빗 발저의 <큐레이셔니즘>도 함께 소개했다. 현대미술과 큐레이션에 대해 지평을 넓혀주는 책이랄까? 오늘은 코스메틱 관련 전문가이신 기업대표님이 오셔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디자이너 겸 교수님, 프로듀서와 애니메이션 감독님, 아카데미 기획자, 과학 스토리텔러, 전자제품의 시장 연구자, 오거닉 푸드를 디자인 하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이들이 벌이는 토론이 뜨겁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는 시간, 함께 읽기의 힘을 느끼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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