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입니다. 2016년 10월 <옷장 속 인문학>을 출간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쁜 소식 하나 전해드릴게요. 출간 직후, 파죽지세로 6쇄를 넘었던 <옷장 속 인문학>이 해외 북 페어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항상 패션과 관련해 새로운 콘셉트의 책을 쓰는 게 목표였습니다. 패션 콘텐츠들을 인문학이란 거시적 렌즈에 맞추기에 제 역량이 부족한 점도 많을 겁니다. 저로서는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제 책을 작업한 에디터가 출간 직후, 결혼과 함께 퇴사를 하는 바람에, 제 책을 관리해줄 주체가 붕 떠버렸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표지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미투 제품을 내놓아도, 회사차원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서 분노를 삼켜야 했습니다. 이 나라의 출판문화라는게 어떤 특정한 컨셉이 시장에 좀 먹혀든다 싶으면, 그냥 저자 바꾸어서 잘 팔린 책의 컨셉이며 키워드며 온통 다 뽑아내서, 교수 누가 썼고, 20년 경력의 누가 썼고 하는 식으로 포장만 해서 파는게 참 많더라구요. 그래봐야 세상은 놀랍게도 가장 먼저 컨셉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귀신같이 찾아내고 기회를 줬습니다. 제가 안심하고, 또한 세상에 감사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역시 따라쟁이들은 톱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요. 


이런 가운데 <옷장 속 인문학>이 해외로 수출이 되었습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까지요. 아시아에서 한국의 콘텐츠들이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대만에서 나오게 될 <옷장 속 인문학>의 표지를 봤습니다. 하긴 옷장이란 공간을 표현하다 보니, 디자인이 비슷하긴 합니다. 패션 외에도  인문학, 자연과학, 공학 모두 여전히 우리보다 앞선 지식의 체계와 논리를 가진 나라들이 패권을 쥐고 있죠. 오랜 세월 학자란 자들은 지식의 수입상으로 살아왔습니다. 이건 마냥 비난을 할 문제도 아니에요. 그만큼 우리가 실제로 뒤지고 있으니 따라잡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방대한 패션에 관한 담론이나 생각, 서구의 저명한 학자들이 쓴 글을 읽을 때마다, 그들의 논문을 읽을 때마다 저는 역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얘네도 한계가 있구나 하고요. 제가 패션전시와 큐레이팅에 힘을 바치는 이유입니다. 서구는 분명 우리보다 자신들의 '서양'을 설명해낼 많은 자료와 힘을 갖고 있죠. 그렇다고 역으로 꼭 서구의 반명제로서의 동양만, 한국만을 파야할까요? 오히려 타자의 눈으로 비판적으로 읽어볼 서구의 표정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콘텐츠도 이런 논리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옷장 속 인문학>의 2탄은 세계시장과 우리를 구분하지 않고, 전 지구적 관점에서 패션을 읽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