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제주 달리 도서관 특별강연-패션이란 서사에 대하여

작성일 작성자 패션 큐레이터



지난 주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제주는 각종 대기업의 여름 특별휴가와 함께 하는 특강이나 혹은 공기관 특강을 위하여 자주 갔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다음카카오와 제주대학교, 제주 도립미술관, 제주 국립미술관 등 왠만한 기관들은 다 다녀보았네요. 그 덕에 1박 2일 일정이지만, 자주 제주를 맛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산업기술 진흥협회(KOITA)에서 주관하는 특강에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이번에는 강의 전날, 저녁에 예전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한 사립도서관에 들러 그곳의 성원들과 함께 강의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달리 도서관이란 곳에 들렀습니다. 도심지 한켠의 작은 공간이지만, 저는 이런 작은 공간들을 좋아합니다. 뭔가 성원들이 모여, 사부작사부작 일상의 무늬를 만들고, 도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을 독서를 통해, 문화활동을 통해 직조해가는 이런 곳들 말이에요. 패션은 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지지하며, 유지해주는 강력한 서사Narrative임을 확인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내러티브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라고 말하는 스토리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어원에서 부터 앎과 지식, 말하다라는 동사적 의미를 갖다보니, 우리 안에 담긴 '내면의 풍경 Inner Landscape'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그 행위를 뜻하는 패션은 그 자체로 강력한 내러티브가 됩니다. 


내러티브는 관객에게 전달하는 이야기 외에도 소품과 음악, 대사와 같은 것들을 다 합쳐서 말하는 것이잖아요. 패션도 마찬가지에요. 옷이라는 구체적 사물, 옷을 입는 신체, 그 신체가 만들어내는 제스처와 포즈, 목소리의 톤, 액세서리, 연출방식 등 다양한 것을 포함하죠. 게다가 이 내러티브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것과, 타인의 시선을 포획해낼 요소를 담아야 하고, 장소와 시간에 따른 목적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패션이란 영역의 서사에 잘 맞아 떨어집니다. 결국 우리가 한 벌의 옷을 입고 타인을 만나, 관계를 맺고, 다시 돌아와 그 옷을 벗어 옷장에 걸어두기까지, 이 작은 사건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작은 미시사를 구성하는 강력한 기반이 되지요. 


오랜만에 복식사와 서사를 곁들여,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도 가을에 또 제주 강연이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성산포 쪽을 한번 원없이 걸어보고 싶은 요즘이에요. 더위가 몰려올 올 여름의 마지막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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