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뉴욕패션 따라잡기

작성일 작성자 김홍기

 

아주 오랜만에 유쾌한 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냉혈한 편집장의 연기를

보고 싶었고, 험하고 경쟁적인 뉴욕의 패션 소사이어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결레의 구두로 남은 여인의 모습을

보고 싶었지요.

 

패션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저 또한 제 초기 이력은 패션과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시즌별 유행을 분석하고 컬러와 소재를 분석하고, 컨셉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일

흔히 말하는 바이어로 한동안을 살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입사 초기 참 많이 힘들고 버겨웠던 기억들이

조금씩 영화의 프레임 속에 베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한때 명품을 참 좋아했었고, 사실 지금도 뭐 싫어한다, 소비주의니 뭐니

이런식으로 변호하고 싶질 않습니다.

 

 

옷장엔 2004 콜렉션에서 산 질샌더의 수트가 있고

홍콩에 패션위크때마다 가서 조금씩 사온 베르사체와 겐조, 미소니 니트 시리즈

파리에 여행가서 혹은 출장갈때마다, 그 유명한 외곽지역에서

참 생각지 않게 많이 사온 패션소품들도 꽤 됩니다.

향수의 어딕트이기도 하고, 화장품은 제가 피부가 약하다 보니

겔랑 브랜드를 오랜동안 써왔습니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명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집단, 특히 그것을

마케팅 하는 집단, 그 중에서도 패션 저널리즘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는 뉴욕판 보그지의 편집장 밑에서

보조로 일한 경험을 살려 작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이미지 일뿐이지요.

 

그녀가 아끼는 마놀로 블라닉과 샤넬수트, 그리고 머리스타일

뉴요커를 꿈꾸는 환상에 사로잡힌 이 나라의 여자들을 한동안 홀렸던

그 스타일을 영화로 그대로 보았습니다.

 

 

최근에 예전 참 그러고 보니 98년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읽었습니다. 질 리포베츠키란 사회학자가 쓴 '패션의 제국'이란 책입니다.

결론은 패션이, 유행에 중독된 개인이 민주주의를 앞당긴다(?)는 결론을

내고 있지요. 물론 그 전에 패션에 대한 많은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단상들이 녹아 있는 꽤 좋은 책입니다.

 

경박함과 덧없음의 사회를 패션이란 요소를 통해

재구성해내는 능력, 그것은 패션이란 것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근거니까요

패션 시스템의 중요한 컨셉들이 만들어 진것이 루이 14세때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패션이 마냥 근대의 산물이란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소 오만입니다.

 

 

그냥 복잡하지 않게 이 영화는 적당한 선에서

많은걸 버무립니다. 명문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엉뚱하게 패션잡지사에

어마어마하게 유명세를 타는 편집장을 모시게 된 비서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물론 그녀는 20억이 넘는 연봉을 받는 패션계의 거물이죠.

그녀의 목소리와 논평에 따라 패션의 기류가 바뀌고 순서가 바뀌니까요

 

이 정도의 카리스마를 지켜내고 유지하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요. 그 밑에서 비서자리하나도 물셀틈이 없어야 할겁니다.

그런 풍경들이 꽤 재미있게 내부자의  시선으로 본 내부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셈이지요

 

 

개인적으로 그녀가 입은 패션들, 앤드리아역의 앤 해서웨이가 입는

극중 패션은 뉴욕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죠. 물론 유럽 디자이너들의 명품이 대부분이지만

뉴욕이란 견고한 공기 속에서 그 '덧없음의 미학'은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마놀라 블라닉 구두를 신고, 샤넬풍의 레오페트 패턴의 모피 트리밍이

곁들여진 멋진 초록빛(원래 영화속 미란다의 시선으로 말하면 단순하게

초록이 아니죠. 터키즈 그린이라고 할겁니다 아마)

 

초록빛 A라인으로 우아하게 떨어지는 코트는 겨울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패션이 아닐까 합니다.

라펠없이 심플하게 처리된, 크림색(제가 좋아하는 칼라죠) 펠트 소재의 코트

여기에 울로 된 벨트 장식은 완벽한 코디를 이루어냅니다.

 

색상이 밝고 소재가 고급스러울수록 전체적인 실루엣은

단순하게 처리하는 법이죠. 이런 패션에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몇가지 소품을 곁들이는게 좋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샤넬 모자를 약간 비스듬히 쓴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요. 푹 빠졌습니다.

크림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은색조의 캘빈 클라인 새첼 백이

패션을 완성하지요

 

 

한때 초심을 지키며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우던 그녀는

미란다를 통해 패션의 세계로 인도되고 언제부터인가 명품녀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욕망의 방식들이 거세질수록 남자친구와의 연애도

점점 더 힘들어지고 치열하고 거친 패션 산업의 일면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구찌 디자인의 벨벳 스커트, 몽골산 양털로 만든 스윙코트가

그녀의 늘씬한 44사이즈의 몸매와 함게 어울립니다

구찌 벨벳 스커트와 샤넬 가죽 백이 아주 완벽하게 코디되어 있네요

 

 

이 옷 보면서 아예 대놓고 샤넬에서 PPL을 참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풍스런 느낌의 목걸이가 아주 매력적이죠. 진주와 파리를 연상하게 하는 아이콘과

샤넬의 금빛 메달리온이 장식된 창연한 느낌의 악세사리

 

디자이너 데이비드 로드리게스가 디자인한 섹시한 블랙 칼라의 탑

여기에 대조적으로 강한 컨트래스트를 위한 소화해낸 미우미우의 화이트 칼라 셔츠

심플함을 중화하는 악세사리의 힘이 느껴지고요

여전히 또 샤넬모자를 썼네요. 한때 저런 형태 모자를 자주 썼어서 그런지

눈에 잘 들어오더라구요.

 

 

처음 패션바잉이란 분야에서 일을 할때 참 많은 디자이너들을

만났습니다. 하나같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존심 하나로 완성된(?) 사람들

그들을 통해 이 경박함과 미적 완벽성을 패션이란 거푸집을 통해

주조해내는 그 미의 기술자들은

자존심과 예술가들의 영감을 위해 오늘도 목숨을 걸고 있겠죠

 

할인점에서 사입은 셀룰리언 블루 칼라의 니트를 입고 있던

촌티나던 앤이 그들의 집단 속으로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입었던 패션입니다.

블랙울 소재의 샤넬 자켓의 우아함, 에지 부분의 트리밍이 검정색이 가진

강한 개성을 다소 녹여주면서 여인의 몸에 휘감아 돌아가죠.

 

샤넬의 블랙가죽 장갑도 좋고 그녀가 들고 있는 초록빛 니트백이

예쁜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미우미우에서 나온 웨지형 통굽 구두인데요

요즘 뉴욕은 통굽이 유행이라네요. 플랫폼이라 흔히 부르지요

오늘 영화를 그냥 저는 즐겁게 보았습니다.

 

영화의 끝에 그녀는 다시 저널리스트로 태어나기 위해

그 힘들었던 자신을 패션의 희생자로 만들었던 그 곳을 떠나게 됩니다.

물론 편집장의 배려로 좋은 곳에 직장도 얻고요......

 

행여나 이 영화를 보고 골빈당이니 된장녀니 하는 식의

논쟁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패션 산업이란 것이 황홀과 글래머

이 덧없음을 일종의 존재의 근거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이고, 이런 물품들의

정보와 컨셉을 소화하고 패션에 영향을 미칠려면 그 사람의 이미지가 어떠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트 디렉터를 한명 아는데

이분은 자기 월급으로 이 명품 못 사입으신다고 항상 툴툴 대세요

영화와 현실은 다소 다르다는......

 

그냥 좋은 스타일 교과서를 영화로 보신다고 생각하면

뉴욕의 패션을 느끼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고단한 워커홀릭의 쓸쓸한

뒷모습의 이면을 보고 싶다면,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영화는 괜찮을듯 합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New York New York'을 들으면서

오늘은 패션 애버뉴 7번가를 걸어Boa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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