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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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유사 귀가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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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넘어 갈 무렵부터

뒷산과 앞산에서 치렁하게 울던 승냥이 소리,

더러는 여우소리가 섞이기도 했었다


#.

시절로는 이때쯤이니

겨울의 한복판 이었을게다


#.

늦은 저녁

고요하고 적막한 산골 마을에

쪼끄만 라디오 한대에 귀를 모아 듣던 삼현육각,


내 나이 열두살때의 밤이었다.


#.

살얼음 덮인 개울물을 맨발로 건너

울면서 울면서 밤길10여리를 달려 모셔왔던

제법 용한 한의사의 노력도 소용 없어서


#.

그 날 이 후로

가족이란 퍼즐 속에 아버지의 자리는

늘 비워진 부분 이었으며

열두살 어린 나이의 정신적 파산 이었다


#.

그리고

단조로운 내 일상과 모든 기억의 단절,

이 후의 기억들은 흑백의 푸석하고 건조한

더러는 고통스럽기도 했던 빈한의 기억들,


#.

그렇게 반백년이 지난 어제

아버지의 기일 이었다.


#.

내 아이들의 기억속에는 계시지 아니한 분,


#.

늙은 형제 둘이서

제수 준비하고 잔 따라 올렸다.


#.

상전벽해였지

강원도와 접한 오지중의 오지인 그곳에 뺀도롬한 길이 나서

처음에는 호기심 정도로 가끔 다니던 길을

이제는 제법 자주 다니게 되었고

그 횟수만큼 기억의 음울한 통증들도 쌓여 가고 있다.


#.

이 밤

가로등 휘황한 거리를 떠나

깊은 산 중의 내 집으로 돌아가듯

아버지 께서도

도회의 젯상을 물리시고 이젠 산중 유택에 드셨을게다


#.

하필이면

제사를 모시기 위해 오가는 길의 그곳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오롯이 남아 있어서


#.
밤 깊은 시간

그 곁을 지나며

다시 열두살 어린 아들이 되어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를

주술처럼 되뇌이며 지나는 길,


#.

지난 모든 흑백의 기억들이

더러 숨죽인 눈물로 흐르기도 하는

이제 늙어가는 아들,


#.

깊은 밤

돌아가신 아버지와

열두살 아들의 유사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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