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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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일기

코로나 엑소더스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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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동안

푸르고 싱싱한 먹을거리들을 나누어 주던

오이며 호박의 줄기들은 겨우내 갈색의 마른 몸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

치워야지 치워야지

궁리에 궁리만 하다가

봄볕에 등 떠밀려 일을 시작하던 날

 

#.

시작이 반이란 말은

마음속 엄두의 선을 넘는 일이었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던 일들이

마음 정하고 시작한 뒤로 급진전되어

제법 본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

날씨는 봄볕 이건만

사람의 거리가 온통 소란스러우니

이 봄은 또 난산이다.

 

#.

다만 병의 의심스러움을 죄목으로 하여

수 없이 생매장했던

닭이며

돼지며

소들은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

전화,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리하고 저리 하여

유치원은 물론 어린이집까지 휴원을 거듭함으로써

청정지역으로의 도피가 불가피하다는 사연,

 

#.

환경 이전에

내 의식과 방식은 청정한가?

 

#.

고통 분담을 위해

피신 기간을 친가와 외가로 반분하여 사용하도록

홀로 기도

 

#.

어수선 난리통에

날은 본격적으로 봄,

이 화려환 봄날 

마스크 한 장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한단 말인가

 

#.

마스크 없이도 까딱없는 산새들 몸짓이 바쁘다

처마 밑이며 은밀한 곳들을 두루 살펴

이제 집 짓기를 시작할 모양이다.

 

#.

한낮 기온이

영상 15도까지 오르고도

허공의 바람조차 온순하니

홀아비 볕에 나앉아 이 잡기 딱 좋은 날

 

#.

봄볕은

새순을 키워내고도

기어이

촌부의 파종 본능까지 싹 틔웠으므로

 

#.

이제

거름 펴고

밭 갈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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