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문불출과 마스크에 지친 이들이
두 번쯤 몰래
산중 모임을 했었다
#.
뉘 집 만두가 맛있고
누구의 샐러드 솜씨가 제법이라는 헛소문을 퍼트린 후,
#.
원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계획에 없던 일탈 이었다
메뚜기 이마빡만큼 작은 밭뙈기거니
이런저런 심을 거리들로 한참 바빠야 할 일들이
일주일 가량 유기되었고
다시 들어서는 발길엔
어우러더우러진 풀들만 발목에 감겼다.
#.
그리하여 몫 일이다
바쁜 만큼 힘겨운 농사일,
천천히 천천히 하자고 수 없는 자기 주술을 해봐도
일과 일의 연계
그 사이를 징검징검 건너다보면
대번 해 질 녘이 되고 만다
#.
화급한 일들을 대충 정리해 놓고
다시 별 것 아닌 일상을 수습한다
그래 봤자
새벽 운동과 빈한한 백수의 매양 반복되는 일과들,
#.
간절함이 없는 기도는
의미 없이 반복하는 자기 주문일뿐이다.
#.
어머니 두고 가신 집을 정리했더니
얼마 되지 않는 돈에 매달려
왈가왈부가 시끄럽다.
#.
어릴 적 이솝 우화였던가
보리를 심고 거두고 먹기까지의 과정에는
나는 싫어요로 일관하던 주변들이
막상 먹을 음식이 되고부터는
나는 좋아요로 돌아서던 속성들,
#.
가족의 일 조차,
#.
일상이 온통 심드렁하니
다시 블로그 권태기?
#.
밭 모양새가 제법 엄전해진 날 오후
찔끔 이거니 비가 오시고
이내 감기 기운
#.
해열제 담긴
타이레놀 한 사발 마시고
일찍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