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무늬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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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일기

비탈무늬 삶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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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늠름하게 늙어가는 아들은

물려 받은 아버지의 소를 팔아

트랙터를 샀다.

 

#.

그리하고도

큰 산 자락을 흘러 멈추어진 밭의 기울기는 어쩔 수 없어서

고쳐도

고쳐도

기우뚱 경사진 밭이 대부분이다.

 

#.

겨울 지나

봄이 되고

직선인듯 곡선 지어지되

정연한 간격으로 만들어지는 밭고랑을 보며

비탈에 빗살 지어진

질박한 대로 예술 이상의 예술을 본다.

 

#.

마을 안에는 올해

세 번째의 빈집이 생겨났다

집도 사람도 세월을 견디지 못해

기우는 집 따라

사람도 기울어

병원 가까운 대처로 나가시거나

아예

곤비했던 이승을 버리시거나,

 

#.

그런 집들만 골라 찾는 이들이 있어

생각지 않은 사람이

생각지 못한 용도로 들어 사는 경우도 있다.

 

#.

어디 어디 산속의 절에 살다가 나왔다는 이가

조심조심 마을 돌아보기를 하더니만

어느 날

대나무를 세우고

조용조용 징소리를 울리더니

떠 억 하니 만신 집으로 개업?을 하는 경우,

 

#.

묘 하게도 굿을 할 때

앉거나 누운 절대신공의 자세를 견지하는 연유가

 

#.

선 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쓰잘데기 없는 우려 때문이라는 소문,

 

#.

그렇게

이렇게

조금은 기우뚱하고

직선인 듯

곡선인 밭고랑처럼

기우뚱 삐뚤어진 채

소곤소곤 사람의 일들로

비탈진 마을에 초록 물감이 번지는 매일,

 

#.

언제쯤

마늘종을 뽑아야 되느냐고

먼 곳 동무의 전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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