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와 열매의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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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와 열매의효능

금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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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같이 넓고 푸르른 바다,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따뜻하게 안아 줄 것만 같은 울창한 산림이 있는 곳 제주. 오늘은 제주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주에서는 흔히 제주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온 것들을 통칭하여 ‘육지’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제주로 가지고 오면 ‘육지 제품’이라 하며, 나와 같이 제주 태생은 아니지만 제주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괄적으로 ‘육지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섬과 육지를 나눠서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지만 ‘육지 사람’이라는 말이 참 정겹게 다가온다. ‘육지 사람’이 바라본 제주의 식재료는 육지와는 다른 뭔가 특별함이 있다. 짧은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마음을 하나하나 이야기로 풀어 보려고 한다.

 

비자나무

고즈넉한 ‘김녕’의 해변을 따라 조금 산 쪽으로 이동하면, 비자나무로 뒤덮인 비자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은 약 10만여 평 크기에 약 27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다. 비자나무는 한국의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고루 분포돼 있다는 조사도 있다. 전남의 강진군, 진도군, 장성군을 이어 비자나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로 등재됐다.(천연기념물 제374호)

 

특히 제주 비자림은 ‘천년 비자숲’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로 300~600년 된 나무들이 있지만 이곳 비자림에는 천년 가까이 된 비자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비자나무를 사용한 기록이 국가에서 편찬한 기록인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그 쓰임이 나와 있다. 기록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나는 비자나무는 목재, 가구의 재료로 쓰이기도 했고, 특히 바둑판을 만들 때는 이 비자나무를 꼭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궁궐에 보내는 공물의 역할을 할 만큼 그 우수성이 오래전부터 증명됐다고 한다.

 

비자나무 잎은 소나무만큼 뾰족하지 않지만 날카롭고 둥글둥글하다. 자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사진 강형욱]이미지 크게 보기

 

비자나무 잎은 소나무만큼 뾰족하지 않지만 날카롭고 둥글둥글하다. 자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사진 강형욱]

 

비자열매

비자나무의 쓰임이 이렇게 다양하지만 비자나무에서 열리는 열매 또한 그 쓰임이 상당히 흥미롭다. 비자열매는 약간 둥글고 작은 달걀모양이다. 길이는 약 3㎝ 정도이며 표면은 회황색이거나 연한 황갈색이다. 세로로 주름이 잡혀 있으며 양쪽에 작은 돌기가 있는 모습이다. 씨눈이 두 개여서 두눈쟁이비자나무 혹은 양코배기비자나무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몇 개의 비자열매를 손에 넣어 움직이면 특유의 좋은 향이 올라온다. 맛은 조금 쌉싸름하고 약간 쓴맛과 떫은맛도 함께 있는 흥미로운 맛이다. 그렇다고 목 넘김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단 미끄러지듯이 부드럽다.

 

비자열매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곁에서 다양하게 사용됐다. 구충제가 없던 시절에는 비자열매가 구충제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스님들이 비자열매를 거두고 많은 사람에게 나눠 그 효능을 전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자는 회충을 없애는 좋은 약물이며 노인과 소아에게 좋은 간식거리였다고 한다. 하루에 50g 정도 껍질을 벗기고 살짝 볶아 씹어 먹으면 소화기능에 도움을 주어 식욕을 다시 돌아오게 해주고 변비나 치질과 같은 질환에도 좋은 효과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복통이나 생혈, 뱀에 물린 상처까지 치유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기침이나 폐가 좋지 않으면 매일 밤 물에 비자오일을 넣어 마시면 다음날 보기 좋게 나았다고 한다. 열매의 바깥 껍질과 속에 있는 종자는 모두 치질 치료제로 쓰이는데, 비자의 외피가 치유 효과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즉 비자 열매의 겉껍질이 주된 치료제이자 약의 일환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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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오일

비자나무의 매력 중의 하나는 비자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기름을 만드는 것이다. 비자열매의 개화기는 4월이지만 가을인 10월쯤에 성숙기가 찾아와 무르익으면 자연적으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자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시기가 가을이기 때문에 일 년 동안 쓸 비자열매를 이 시기에 모두 모아둔다고 한다. 수확 시기가 가을에 몰려있어서 마을에서도 가을 시즌에만 모여서 수확한다고 한다.

 

그럼 비자열매가 오일로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아보자. 가을에 수확한 비자열매를 잘 보관해 착유하기 하루 전에 깨끗하게 세척해서 말리는 작업을 진행한 뒤 하루 동안 잘 마른 비자를 볶지 않고 그대로 다음날 저온 착유기로 착유한다. 비자오일은 주로 무침이나 부침, 샐러드용으로 많이 사용했고 약용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비자오일은 특유의 편백향이 나며 보습력이 좋아 아토피 치료에 좋다고 하며,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심장질환의 예방을 늦춰주어 예부터 민간요법으로 많이 애용됐다고 한다.

 

오일이 가지고 있는 액체의 성질을 버리고 파우더로 대체하여 비자오일 파우더를 만들어 보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눈이 내린 하얀 파우더 같지만 입으로 들어간 눈송이 들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비자오일의 맛을 표현했다.이미지 크게 보기

 

오일이 가지고 있는 액체의 성질을 버리고 파우더로 대체하여 비자오일 파우더를 만들어 보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눈이 내린 하얀 파우더 같지만 입으로 들어간 눈송이 들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비자오일의 맛을 표현했다.

 

완성된 비자오일을 직접 코와 입으로 느껴보니 그 향이 마치 울창한 살림 속 안에 빠진 것 같았다. 입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사탕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비자오일은 오일의 느낌을 살려 무침과 샐러드용으로 많이 사용됐다.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보기에는 너무 완제품이 완벽하여 다른 시도를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비자오일의 특별한 향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고, 분자를 변형하여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았다. 오일이 가지고 있는 액체의 성질을 버리고 파우더로 대체하여 비자오일 파우더를 만들어 보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눈이 내린 하얀 파우더 같지만 입으로 들어간 눈송이 들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비자오일의 맛을 표현했다. 액체로 사용했을 때보다 파우더로 만들어 사용하니 본연의 향을 좀 더 오랜 시간 느낄 수 있었다. 만들어 놓은 튀겨둔 새우 완자와 발효시킨 양파에 비자오일 파우더를 더하니 맛이 더욱 일품이었다.

 

비자림을 걸으면서 땅에 떨어진 비자나무의 잎을 만져보았다. 그 잎은 소나무만큼 뾰족하지 않지만 날카롭고 둥글둥글하다. 자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4월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듯이 날을 세워서 자신을 보호하지만, 세월이 지나 조금은 마음이 무뎌지고 풀리지 않는 용서를 받아들이는 지금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우리의 식재료를 알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금 보고 먹는 것들의 오래된 이야기와 역사를 함께 알아갔으면 좋겠다.

 

리치테이블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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