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그랬어

아이를 살리는 밥상 교육

작성일 작성자 고래

 

 

<고래가그랬어 74호 부모토론>

 

 

 

아이를 살리는 밥상 교육

 

아이에게 밥 한 끼 먹이려면 전쟁이 벌어집니다. 몸에 좋은 채소는 쳐다보지도 않고 라면과 소시지, 각종 첨가물이 범벅된 패스트푸드는 입에 달고 살지요. 나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일상인 우리 아이들에겐 아토피와 비만의 위협이 늘 따라다닙니다. 아이들을 살리는 건강한 밥상 만들기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겠지요. 경기도 성남지역의 한살림생활협동조합 조합원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 밥상 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참여 : 박정아 (초3), 변경민 (초5), 이미영 (초3), 백영숙 (초6, 7살), 목진영 (초1, 6살), 이혜란 (초3), 최은하 (초3)

 

진행 : 안현선 (고래가그랬어)

촬영 : 안기혁 (바라스튜디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

백영숙(이하 ‘백’) : 큰아이 때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가입하지 않았어요. 아이 아빠가 너무 유별나게 그러는 거 아니냐며 생협 이용하는 걸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믿을 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어서요. 그런데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결단을 내렸어요. 특히 주변에 아토피 앓는 아이를 보니까 결심이 서더라고요. 그때부터 식료품을 완전히 바꿨어요. 그래서 그런지 둘째가 큰아이보다 잔병치레를 덜 해요.

 

이혜란 : 우리가 아이를 가질 때쯤, 아토피에 대해서 사회에서 많이 주목하고, 또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거 같아요. 저도 아이 가질 때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그때 살던 곳에는 생협이 없었어요. 여기 이사 와서 생협 가입을 하고 하나씩 둘씩 바꾸기 시작했지요.

이미영 : 네, 저도 비슷해요.

 

목진영(이하 ‘목’) : 아버지가 당뇨병이 있으셨어요. 의사에게 식이요법을 권유받고 유기농 식료품들 먹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생협 회원이 되었어요. 저희 아이들도 그렇고 생협 회원 아이도 아토피 안 걸렸던 아이들이 없어요. 증상에 경중은 있지만 다들 조금씩은 앓더라고요. ‘먹는 거까지 바꿨는데!’ 엄마들은 좌절하게 되지요. 그래도 좋은 음식 먹지 않았으면 증상이 더 심했을 텐데, 그나마 덜 아프고 빨리 회복되는 거 아니냐며 우리끼리 위안을 삼곤 해요. 아토피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공기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큰 영향을 주잖아요. 그리고 아빠들도 중요하지요. 엄마들은 이것저것 신경 쓰는데 아빠들은 밖에서 조미료 팍팍 든 거 먹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도 함께 먹는 밥상 앞에서 ‘맛없다’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정말, 한숨이 나오지요.

 

모두 : 맞아요.

 

이혜란 : 진짜 아빠 교육이 필요해요. 제발 아이한테 초코파이 좀 그만 사줬으면 좋겠어요.

 

변경민(이하 ‘변’) : 저 결혼 전에 패스트푸드니 패밀리 레스토랑이 무척 유행해서 친구들이랑 정말 많이 다녔어요. 먹으러 다니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저의 20대가 다 그런 거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그러서 그런가, 우리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너무 심했어요. 무척 속이 상했지요. 아이가 어릴 때 공동육아를 했는데, 거기서 일 년 동안 제 담당이 물품 구매였어요. 그때부터 생협 물품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 식단도 싹 바꿨지요. 식품 바꾸고 주변 환경을 조금 바꾸니까 한 달쯤 지났나, 두꺼비 같았던 아이 등이 싹 낫더라고요. 그때 아이 아빠하고 저하고 생각한 것이 거기가 공기도 좋긴 했지만, 먹는 것도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공동육아 하던 곳을 나오고 나서도 바뀐 식단을 유지하기로 했어요. 나오고 나서 몇 년 동안 아이 아빠가 가끔, 아이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까 이제 다른(자극적이고 가공된) 음식을 먹어도 되지 않겠느냐 했지만 저는 저희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생협 것만 먹이는 걸 고집했어요. 지금은 다른 것도 먹이고 생협 것도 먹이고 즐겁게 먹고 있고요. 참, 좋은 게 딸아이가 좀 크니까 스스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잘 안 먹더라고요. 과자를 안 먹은 지 거의 일 년이 넘어요. 원래 아이 아빠는 과자 판매대에 가면 무척 행복해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도 안 먹으니까 저도 안 먹더라고요. 그동안 집 식구들 식습관이 참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제 주변을 보니까 어른보다 아이가 먼저 책을 읽고 부모한테 생협을 알려주거나 식단을 바꾸자는 권유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 맞아요. 우리 집 식구들도 식습관이 참 많이 변했어요. 남들 다 간다는 패밀리 레스토랑, 일 년에 한 번 정도 갔다가 오면 다들 양치질을 하고 김치를 찾고 난리가 나요. 혀를 마비시킬 정도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게 된 거지요. 전에는 아이가 자극적인 맛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지기도 했어요. 큰아이가 축구부인데 엄마들이 시합 날 아이들 배고플 때 먹으라고 햄버거를 정말 산처럼 많이 사서 왔어요. 다른 아이들은 자주 먹는 거니까 한 입 먹고 그만 먹기도 하고 심드렁한데, 우리 아이는 앉은 자리에서 두 개를 먹더라고요. 제가 옆구리를 꾹꾹 찌르면서 눈치를 주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어요.

 

모두 : 하하하.

 

: 여태까지 내가 이놈을 어떻게 키워왔는데 이런 걸 이렇게나 많이 먹나 싶더라고요.

 

이혜란 : 아이가 클수록 엄마가 해주는 음식 말고 다른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져요. 대부분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을 텐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보호가 가능해요. 거의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서 먹으니까.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절망하게 되지요.

 

최은하(이하 ‘최’) : 맞아요.

 

이혜란 : 군것질 거리가 주변에 널려 있고 아이들이 같이 사먹고, 주변 엄마들 모임에 가도 먹거리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더라고요. 멜라민 파동 같은 게 나도 그냥 개의치 않고 먹고. 덩달아 아이들도 먹게 되고.

백 : 아이가 내 품에 있을 때는, 내가 노력하면 나쁜 거 피해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 다 커서 자기가 어쩌겠다는 데 말릴 수는 없겠더라고요.

 

 

밥상에서 벌이는 아이와의 신경전

: 엄마의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지요. 저도 협박하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 식품의 안 좋은 점을 좀 과장해서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아이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가 크면 책이나 매스컴을 보고 스스로 알고 고치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는 제가 붕어빵 틀을 사서 붕어빵을 직접 만들어 줬어요. 아마 많은 회원님들이 아이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실 텐데, 우리 아들이 참 귀여운 게 제가 만든 음식이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닌데도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무조건 몸에 좋고 맛도 좋으니까 가게 내서 팔아도 되겠다고 추켜세워 줘요. 참 기특한 녀석이에요.

 

모두 : 하하하.

 

이미영 : 우리 아이도 친구 집에 가서 평소에 못 먹던 과자를 보면 ‘야호’하고 좋아하긴 하는데, 같이 과자가 산처럼 쌓여 있는 마트에 갔을 땐 저한테 사달라고 조르거나 하진 않아요.

 

: 아이들이 그렇다니까요. 저번에 마을 모임이 있었는데 아이들이랑 같이 김밥에 몇 개의 안 좋은 성분이 들어가나 찾아보기도 하고 색소 침착 실험도 하고 그랬거든요. 아이들이 그 후로 콜라도 안 먹고, 엄마가 김밥 사다주면 먹지 않고 그랬대요. 엄마들이 더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엄마가 말로 해 주는 거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주고 눈앞에 보여주는 것에 더 혹하는 거 같아요.

 

: 사실 유혹이 참 많아요.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주는 보상용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거요. 그걸 안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 먹을 수도 없고. 어떻게 교육하나 고민을 하다가, 일단 선생님이 주신 거니까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오라고 했어요. 아이가 받아 온 과자를 다시 건네받아서 모았다가 아이 안 볼 때 버렸죠. 큰아이는 이렇게 넘겼어요. 그걸 잘 이해해줬고요. 어느덧 둘째아이도 커서 그런 거 막 받아올 나이가 되었어요. 요즘은 아이들 생일이고 그러면 같은 반 친구들한테 과자며 사탕이며 한 봉지씩 주곤 하거든요. 작은 아이는 이걸 너무 먹고 싶어 하죠. 평소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주 알록달록 예쁜 과자들이 잔뜩 담겨 있으니까요. 그러면 큰아이가 동생을 타이르죠. 여기엔 나쁜 게 들어있으니까 먹지 말고 엄마 주자고. 딸아이는 마지못해 오빠한테 넘겨주고, 아들은 나중에 몰래 자기 방에 가서 버려요. 제 역할을 아들이 대신해줘요.

 

모두 : 와~.

 

: 맞아요. 주변에 어른들이 챙겨준다고 사준 과자나 빵을 그 자리에서 싫다고 말하고 버리라고 할 수는 없더라고요. 감사히 받아서 엄마 가져다주라고 엄마가 다른 곳에 쓰겠다고 말했어요.

 

: 예전에 아이가 과자나 사탕을 막 먹고 싶어 할 때는 나쁘다는 생각만 있어서 무조건 못 먹게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물어보는 거예요. 그렇게 나쁘다면서 왜 어른들을 그걸 만들어서 파느냐고, 왜 그걸 사람들은 다 감옥에 가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은 방법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싶어 그다음부터 말을 바꿨지요. 생협에서 생산지에도 가고 하잖아요, 아이랑 같이 가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노력해서 만든 소중한 먹거리이니까 감사하게 먹자고 했지요. 이런 게 어릴 때는 통하더라고요. (하하하) 무조건 못 먹게 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욕구는 욕구대로 인정해 주면서, 엄마는 이걸 먹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면 처음에는 그것에 저항하거나 불만을 느끼거나 하지만 나중에는 적응하고 돌아오고 하더라고요.

 

 

 

 

 

 

패스트푸트가 나쁘다고 하면서도 사주는 어른들

이미영 : 우리 아이도 축구부 같은 데서 간식이 나오면 자기 것 다 먹고, 아이들이 먹고 남긴 것까지 다 알뜰하게 처리한대요. 초코파이, 김밥, 컵라면 이런 거 나오면 거의 기절할 정도로 좋아해요. 처음에는 그게 무척 걱정스러웠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아 이것도 사회를 배워가는, 관계를 터 가는 한 과정이겠구나.’ 싶더라고요. 학교 급식도 그랬어요. 학교 들어가서는 모든 게 신기한 거예요. 공부며 아이들이며 먹는 것도요. 그동안 집에서는 안 먹어 본 게 워낙 많이 나오니까, 급식 반찬을 먹고 맛있었으면 집에 와서 길게 장황하게 설명하곤 했어요. 하지만 3학년쯤 되니까 알더라고요. 자기한테 안 맞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하는 걸. 어른들이랑 똑같은 거 같아요. 가끔 자극적인 맛이 당기고 먹고 싶고 하지만 먹으면 불편하다는 걸 몇 번 경험해서 알기 때문에 안 먹게 되는 거죠. 요즘은 도시락 싸 달라고 해요. 아이가 제가 해 주는 음식을 맛있다고 먹는 건 아니지만, 급식보다는 제 몸에 맞는다는 걸 아는 거죠.

 

: 전에는 남편이 가끔 아이를 데리고 나가 인심 쓰듯 원하는 걸 사주는 게 잦았어요. 아이도 아빠랑 같이 나가면 사달라고 할 걸 미리 준비할 정도로요. 그런데 요즘은 사달라고 하는 게 확 줄고, 그것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걸 원하더라고요. 남편이 뿌듯한 얼굴로 ‘우리, 아이 잘 세뇌시켰다.’래요. 아이가 자기 욕구가 있긴 있지만 스스로 범위를 두고 제한해서 선택하니까요.

 

모두 : 하하하.

 

: 아이가 커가면서 겪는 욕구의 표현이나 일탈에 너무 겁내지 않았으면 해요.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교육과 생활이 잘 연결되지 않는 거뿐이에요. 게다가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패스트푸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이한테 그걸 사주고, 먹이고 하잖아요. 아이들도 자기한테 들어오는 정보랑 현실이 다르다는 걸, 세상엔 그런 불합리함이 있다는 걸 느끼는 거지요.

 

: 아이들도 자기들이 집에서 먹는 식품이 밖에서 먹는 거랑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생협 과일 같은 간식을 내어주면 막 자랑을 해요. “이거 생협 과일이다!” 이렇게요. 물론 아이 친구는 ‘그게 뭔데?’라는 식으로 신경도 쓰지 않지만요.

 

모두 : 하하하

 

이미영 : 지난번 아이 생일잔치 할 때 아이들 맛있게 먹으라고, 애들이 좋아하는 가게에서 떡볶이며, 피자며 닭튀김을 시켜서 차려줬어요. 무척 잘 먹더라고요. 아이도 잘 먹고. 그래서 나중에 또 시켜줄지 물으니까, 아이가 그냥 엄마가 해주던 대로 구워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더 좋다고. 신기하더라고요.

 

: 생일잔치 할 때 참 고민이 되지요. 처음에는 시켜서 해주다가 내 아이만 귀하다고 위하지 말고 다른 아이들 먹는 것도 잘해 줘야지 싶어서 떡볶이며 뭐며 좋은 재료로 다 만들어 줬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안 먹더라고요.

 

이미영 : 맞아요. 잘 안 먹어요. 입에 잘 안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감미료에 익숙한 거예요.

박 : 아이 친구가 놀러 왔을 때 간식 챙겨주면 노느라 정신 팔려서 먹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런데 축구 같은 거 하고 난 다음에 먹을 거 챙겨주면, 그냥 생협에서 파는 곡물 빵에 잼만 발라 줘도 잘 먹어요.

 

: 맞아요. 요즘 아이들 컴퓨터네 게임기네 방에서만 놀아서 잘 먹지도 않고, 입도 짧고 그렇지요. 우리 집 아이는 햄버거하고 초콜릿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냥 사줬어요. 한 달에 한 번 같이 가서 먹었지요. 대신 다른 간식은 아이랑 같이 과자를 만들어 먹는 걸로 했어요. 다행히 아이는 자기가 만들어서 그런지 좋아하면서 먹긴 하는데, 저는 제가 만들었지만 참 맛이 없더라고요. 하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는 파는 햄버거가 영 찜찜해서 제가 만들어 줬어요.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안 먹다가 나중에 좀 익숙해지니까 먹었는데, 신기한 게 좀 더 지나니까 아예 햄버거를 찾지 않더라고요. 대신 집에서 먹는 단순한 조리법의 음식을 더 찾고 좋아하고 해요. 제가 요리를 못 해서, 단순한 조리법 밖에 몰라요. 반찬 가지 수도 세 개 정도이고요.

 

이미영 : 먹으니 참 다행이지요.

 

: 할머니가 같이 사셔서, 계절별로 제철 나물을 잘 무쳐 먹어요. 아이도 좋아하고요. 아까 생일상 말씀 여러분이 하셨는데, 저는 생일이라고 해서 따로 특별한 음식을 내주지 않고 밥이랑 국을 마련해서 한 끼 밥상을 내어 줬어요. 간식을 주지 않고 조금씩 내어주면 아이들도 먹더라고요. 아이들 탄산음료도 무척 좋아하고 많이 마실 거예요. 우리 아이도 종종 마셨는데, 아이도 먹으면 가스가 차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탄산음료 때문이니까 그거 줄이고 대신 다른 음료수 먹자고 권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뭘 그렇게 유별나게…’

이혜란 : 저희는 집안의 어른들이 참 많이 뭐라고 하세요. 우리 아이가 입이 정말 짧고 안 먹는 게 정말 많아요. 어떤 식이냐면, 생협 빵은 먹어요. 그렇지만 그걸로 만든 샌드위치는 먹지 않아요. 그냥 치즈는 먹지만 빵에 들어간 치즈는 안 먹어요. 김은 좋아하지만 김밥을 싸주면 먹지 않아요. 그나마 먹는 양도 정말 적어요. 엄마로서는 정말 괴롭지요. 게다가 아이가 비쩍 말랐어요. 그걸 본 집안 어른들이 저를 탓하세요. ‘그냥 아무거나 막 먹여라. 뭐 그렇게 유별나게 유기농이니 뭐니 골라 먹이냐. 네가 골라 먹이니까 아이도 그렇게 골라 먹고 안 먹고 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무척 많이 하셨어요. 어른들이 보시기엔 제가 아주 유별난 거지요. 당신들도 아이를 키워 보셨고, 조미료 넣고 뭐 가리지 않고 해서 먹여도 다 잘 먹고 컸는데, 뭐는 안 되고 뭐는 되고 이런 식으로 키우니까 아이가 키도 안 크고 몸도 마르고 한다는 거예요. 몸집이 작고 그래도 아이가 이런저런 토속적인 음식을 잘 먹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까 어른들이 저를 굉장히 이상한 눈으로 보시고, 결코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어른들 보시기엔 아주 까다로운 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아무거나 막 먹인 아이들은 키도 크고 살도 찌고 얼마냐 좋냐며 아직도 말씀하셔요. 아주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시죠.

 

: 다른 건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지구력은 있어요. 여기서 서울 잠실까지 자전거 타고 너끈하게 다녀온대요.

 

이혜란 : 그런데 이런 이야기 들어 보지 않으셨어요? 생협 음식 먹고 공동육아 한 아이들은 키나 몸무게가 다 작다는 거요.

 

: 맞아요. 우리 아이도 작아요.

 

이미영 : 예외는 있는 거 같아요.

 

: 네, 우리 아이는 무척 커요.

 

이혜란 : 저도 공동 육아를 했어요. 거기 아이들은 다 고만고만해요. 산도 잘 타고 날마다 나들이도 잘해서 건강하고 튼튼하다고 생각 했는데, 다른 유치원 아이들하고 서 있으면 덩치 차이가 너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럴까 의아해 했지요. 좀 더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학교를 보냈는데, 여전히 작아요. 엄마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생협 음식 먹고 자란 아이들은 성장 호르몬제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중에 도는 음식은 우유도 그렇고 성장 호르몬제 맞은 소가 만든 우유일 테고, 그래서 웃자라는 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단단하고 작다고.

 

: 저희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요. 뭐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고기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가 싫어서 잘 조리를 안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식단을 따라왔지요. 아빠는 고기를 좋아해요. 가끔 ‘나도 고기가 먹고 싶다!’ 이러는데, 아이가 크니까 바로 그러더라고요. 고기가 먹고 싶다고. 밖에서 고기 맛을 안 거지요.

 

이미영 : 고기 맛은 어디서 귀신같이 안다니까요.

 

: 어릴 때 편안하게 뭐든 먹은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없잖아요.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간도 거의 하지 않은 심심한 음식, 된장찌개나 나물 같은 것만 줘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 주저하고 무서워하는 게 있어요.

 

: 우리 아이는 어릴 때는 굴비 한 마리 뚝딱 먹고 그랬었는데, 학교 들어갈 때 쯤 되어서는 생선을 전혀 안 먹는 거예요. 비린내 때문에 전혀 못 먹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식성이 이렇게 변하나 싶을 정도로.

 

 

학교에서 동무들과 함께 먹는 급식

: 우리 아이 반 선생님은 급식할 때 국물까지 다 먹게 지도하시는 분이세요. 근데 우리 아이가 양도 적고 안 먹는 건 절대 안 먹는 녀석이라, 선생님께 말씀드렸지요. 이해해 주셔서 참 다행이지요. 급식 때 워낙 밥 양을 적게 받아먹으니까 배식하시는 분들이 우리 아이를 다 알아요. 어떻게 그렇게 조금만 먹고 지낼 수 있느냐고 저한테 물어 오시고.

 

: 아이가 집에서도 전혀 먹지 않아요?

 

: 아니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무척 천천히 먹는 친구지요.

 

이혜란 : 우리 아이도 그렇게 양이 적었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먹는 양이 늘더라고요. 그렇게 뛰어놀고 와서도 입에 숟가락만 물고 있고 뭘 먹을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유치원 선생님이 이해를 못 할 정도였지요.

 

: 아이가 좋아하는 게 있긴 있어요. 라면. 다른 건 다 먹이려면 제 속이 다 터지는데 이건 아직 다 끓지도 않았는데 식탁에 젓가락 들고 딱 앉아있어요. 진짜 빨리 국물까지 다 먹어요.

 

모두 : 하하하

 

: 저도 둘째 아이가 요즘 밥을 너무 늦게 먹어서 걱정이에요. 유치원에서 제일 늦게 먹는다더라고요.

 

이혜란 : 아이가 어릴 때 클 때는 분명히 기본적인 열량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안 먹는 거예요. 별수를 다 써 봤어요. 간식을 하나도 안 주기도 하고, 밥 안 먹으면 상을 그냥 치워 보기도 하고, 억지로 먹여도 보고요. 학교 들어가서는 아침밥 먹일 때마다 전쟁이었어요. 한 숟갈 먹고 먼 산 보고, 한 숟갈 먹고 멍 때리고 이러니까 정말 속이 터지겠는 거예요. 학교도 급식 먹기 싫어서 가기 싫다고 하는 수준이었어요. 애들이랑 노는 건 정말 좋은데 급식 먹는 게 싫어서 학교 가기 싫고, 친구랑 친구 집에서 노는 건 정말 좋은데 친구 집에서 챙겨주는 밥을 먹는 건 너무 괴로워서 못 가겠다고. 근데 3학년이 되니까 먹는 양도 좀 늘고, 먹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무척 더디고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런 시기가 오긴 오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정말 다행이네요.

 

이혜란 : 여러분도 그러시겠지만 제가 요즘 고민인 게 학교 급식인데, 학교에서 하는 급식지도에 대한 설문을 보니까 아이에게 급식으로 나온 밥을 다 먹게 하는 게 좋겠냐 아니면 남겨도 괜찮다고 지도하느냐를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집에서도 하는 고민이에요. 차려놓은 걸 아이가 싫어하더라고 다 먹게 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좋아하는 걸 잘 먹게 하는 게 좋은가. 사실 어른인 저도 밥상이 차려져 있으면 다 골고루 먹는 게 아니거든요. 좋아하는 것 위주로 먹고 누가 싫어하는 거 먹으라고 하고 짜증이 나고요. 거기다가 아이가 마른 편이라 억지로라도 다 먹게 해야 하나, 아니면 먹을 때만이라도 즐겁게 먹고 싶은 거 먹게 해 줘야 하나 고민이에요. 설문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결과를 보니까 다른 엄마들을 대부분이 다 먹게 해야 한다를 선호하시더라고요.

 

: 사실 적당한 급식의 양이 아이에 따라 다 다르니까 아이가 적당하게 먹고 싶은 만큼 떠 와서 먹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 근데 그렇게 하면 더 먹는 것만 먹고 국이나 김치 같은 건 안 먹을 것 같아서요.

 

: 고학년이 되면 달라지더라고요. 모자라서 허기진다고.

 

모두 : 하하하.

 

: 맞아요. 5학년쯤 되니까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다 잘 먹는데요. 우리 아이 불만이 저학년들 급식은 안 먹어서 다 남고 고학년 급식은 모자라는데 왜 고학년한테 적게 주냐는 거지요. 배식 양을 조절했으면 좋겠어요.

백 : 큰아이는 급식 한 번 먹으면 정말 억울해해요. ‘두 번 먹어야 하는데!’ 이러면서.

 

: 전에는 먹을 거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이었는데, 급식을 하게 되니까 더 신경 써야 할 게 생겨요. 학교 선생님이 농담으로 말씀하시긴 했지만, 우리 아이의 ‘늦게 먹고, 가려 먹고, 적게 먹는’ 것에 대해 언급하시더라고요. 만약에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아이의 키나 먹는 속도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을 텐데, 학교에 가고 주변에 보이는 게 생기니까 그런 거에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식단에 고기도 넣고 먹는 속도도 신경 쓰게 되고. 새로운 것도 도입하게 되고.

 

 

먹는 행위의 의미 - ‘귀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 일본에서 아이들한테 밥 먹는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텔레비전 앞에서 혼자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많더래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참 안타까운 게, 먹는 걸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열량’ 이런 정도로만 생각하지 실제로 밥을 먹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분위기에서 먹어야 좋을지 같은 고민이 다 사라진 거예요. 음식의 재료와 그것을 길러 준 사람에 대한 생각, 감사 이런 것도 없어지고요.

 

: 저는 잔인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헛구역질하더라도 일단 입에 들어간 음식은 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이 음식에 대해 감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소 한 단에 천 원 정도인데, 저는 그 가치가 너무 낮게 매겨져 있는 거 같아요. 채식이나 육식이나 뭘 먹는다는 건 남의 육체를 취하는 거니까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늘 하고, 그래서 음식은 먹을 만큼만 담고, 먹기로 한 건 다 먹게 하지요. 물론 부모도 그 말대로 해야 하고요. 물론 좋은 것을 가려먹어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의 마음을 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영 : 저는 진짜 살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산다는 이 단순한 사고가 아직도 변하지 않았어요. 더 멋진 걸 찾아보려 했는데 없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도 입안에 들어간 음식을 절대 뱉지 못하게 하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더니 친구들이 뱉는 모습을 보고 집에서도 그렇게 하려고 하더라고요. 따끔하게 혼냈지요. 우리 아이도 워낙에 저희가 말해 놓게 있어서 입으로는 이게 농부 아저씨의 땀이고 어부 아저씨의 수고이고 줄줄 말은 하거든요. 근데 아이가 뱉는 거예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단 입에 들어간 건 뱉지 않는다는 게 아이가 가진 좋은 점이었는데….

 

: 머리로는 아는 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거지요.

 

이미영 : 네, 그건 진짜 아는 게 아니에요. 저도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먹는 거는 즐겁게 먹고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먹고 약으로 먹고 그렇게 먹어요. 근데 아이가 친구 집에 가면 뭘 먹지 못하고 그냥 와요. 한 끼 해결하라고 보낸 건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내가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한 음식들만 나와서, 친구 엄마한테 ‘저는 먹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그냥 왔대요. 이건 아닌데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말했어요. 그런 때에는 우선 너의 몸한테 물어보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먹는 거라고.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네 양심에 물어보라고, 이걸 먹고 엄마한테 혼날 것 같으면 먹지 않고, 안 혼날 것 같으면 먹으라고요.

제가 아무리 가려준다고 해서 아이가 교육 덕분에 후천적으로 입맛이 고쳐지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제가 전혀 먹이지 않았는데 한 번에 잘 먹는 것도 있고요. 엄마가 주관을 가지고 강하게 밀어붙여서 성과가 나오는 게 있고, 하나도 힘들이지 않았는데 제 몸이 원해서 먹게 되는 것도 있어요. 생협 참 좋지요. 그런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아이한테 시중의 과자나 음료를 일주일에 한 번 먹게 해주는데, 주면서 이렇게 말해요. ‘자, 먹어. 물감 섞인 설탕물!’

 

모두 : 하하하.

 

이미영 : 저는 정말 잘 먹어요. 맛이 없는 것도 잘 먹어서 사람들이 저랑 같이 뭘 먹으려고 많이 해요. 맛나게 먹는다고. 이게 아이한테 보여줄 좋은 모습 같아요. 내 아이만 오롯이 떠서 안전한 섬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도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루 두루 잘 먹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먹는 건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요리도 하라고 하고 설거지도 하라고 하죠. 그럼 자기가 조금이라도 도와서 요리한 건 무조건 맛있다고 먹고, 설거지 당번이 되면 어떻게든 그릇의 수를 줄이려고 해요. 말로 하지 않아도 참여하면서 아이가 느끼게 되는 거지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봐야

: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나는 기본적인 성향이 있는 거 같아요. 엄마가 아이의 그런 성향을 고려하면서 나름의 방향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엄청나게 대립하게 되잖아요. 아이도 저도 쉽게 변하진 않지요. 그러니까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 줘야 할 것 같아요. 나아가야 할 어떤 방향이 있다면 어른이 아이의 성향에 맞게 방법에 변화를 주고 해서 잘 이끌어야지 무조건 아이에게 엄마의 방향과 방법을 따르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가 밍밍하게 조리된 음식을 싫어하면 소스를 놔 줘요. 전혀 상관이 없는 건데 놔주면 아이가 좋아해요. 내놓을 게 없으면 김칫국물이라도 놔줘요. 그럼 찍어서 먹어요.

백 : 참 어려운 문제에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느냐 아니면 우리가 아는 좋은 걸 강제적으로라도 하게 해야 하느냐. 편식하는 아이를 대할 때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되어요.

 

: 어릴 때는 엄마가 지도하고 한계를 정해주고 해야 했었는데, 아이가 크면 자기가 생각해서 저랑 의논해요. 조율이 되는 거예요. 저는 그게 참 좋더라고요.

 

: 그렇겠네요.

 

: 사실 이건 아이들 문제라기보다는 어른들 문제지요. 요즘 홈쇼핑 광고 보면 정말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정말 헐값에 팔잖아요.

 

: 아이들은 고맙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다 자기 체험에서 나오잖아요. 저도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신 분이 아니라 잘 몰라요. 그래서 농사를 지어보신 시어머니 도움으로 작은 텃밭을 꾸며서 아이가 씨 뿌리고 길러내는 시간을 가졌는데 분명히 아이가 느끼는 게 있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제철에 나오는 식물이랑 과일을 먹게 하지요. 같이 요리하고요. 아침밥을 잘 먹지 않으면, 아이를 좀 일찍 깨웠어요. 아침에 활동량을 늘려서 뭘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요. 그래도 안 되면 아이와 협상을 해야겠지요. 너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은 먹자고. 쉽지는 않아요. 아침은 여전히 괴로울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채소가 너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있고,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아요. 알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직접 해 보는 거고요.

 

이미영 : 초원의 집이라는 프로그램 혹시 기억하세요? 저랑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데 남편은 정말 죽자고 고생하는 이야기를 왜 좋아하느냐고 해요. 정말 거기서는 하나서부터 열까지 다 만들어요. 먹는 것도 직접 길러서 다 만들고요. 눈뜨자마자 물 기르기부터 시작해서 잘 때까지 쉴 새 없이 일하거든요. 먹으려고요. 우리도 예전에 그랬고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편리하다는 이유로 나가서 먹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고 그러잖아요. 생활은 정말 편리해 졌는데, 마음은 더 공허해 지고, 몸은 더 무거워져요. 정신적으로는 황폐해지고. 그러니까 굉장히 말초적인 자극만 찾게 되는 거예요. 더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 더 자극적인 영상 같은 거요. 아이들도 단순한 맛이나 놀이로는 만족을 못하고, 계속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요. 지루한 것 절대 못 견디더라고요. 이걸 견디어야 할 텐데, 걱정이 자꾸 돼요. 아이도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게 해야 해요. 자기 먹는 것에 대한 대가로 노동하는 거죠. 이건 아동 노동 착취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거예요. 요새는 너무 쉽게 뭔가를 구할 수 있어서, 한 끼를 먹는 게 무척 쉽고 간단한 거로 여겨져요. 하지만 예전엔 그 한 끼를 만들기 위해 장작을 패고, 우유를 짜고, 물을 길어오고 불을 때고 정말 종일 노동해야 했다고요. 초원의 집 속 가족의 모습이 사람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이라 아이와 제가 그렇게 보고 또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속도가 빠르게 그리고 복잡하게 사는 게 우선이고 최고의 선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우리가 느린 것, 심심한 것을 이야기하는 건 옛날처럼 본래의 성질 그대로를 드러내어 놓고 사는 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먹물 들어가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사람이 몸을 움직여야 고마운 줄도 알고 소중한 줄도 알고 그러지요. 아이들 너무 곱게 편하게 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부모가 어느 정도 권위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생명과 연관된 건 ‘먹을래, 말래’가 아니라 무조건 먹어야 하는 거예요.

 

이혜란 : 저도 아이한테 밥풀 남기지 말고 싹싹 다 긁어먹으라고 몇 번 이야기했는데, 잘 지키지 않아요. 한날은 남편이랑 같이 아이의 그릇을 보면서 생각해 봤는데, 아이가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우리 정말 흔하게 막 버리잖아요. 남아서 버리고 상해서 버리고 음식 하다가 버리고. 남편은 음식 남는 꼴을 못 봐요. 시골에서 자라서 사람들이 어떻게 고생하면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지 잘 아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 모임을 가도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다 먹어요. 저는 안 그래요. 도시에서 자라서, 나는 ‘내 위가 더 소중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먹지 않아요. 일과 먹는 생활이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은 옆에서 말하지 않아도 음식의 소중함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나 우리 아이 같이 분리되어 생활하는 사람은 머리로만 알죠. 그러니 부모가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하루 정도 생산지 견학을 간다고 해서 잘 알게 될 리가 없지요.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생산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그때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예요.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은 그냥 집에서 엄마 아빠가 음식을 귀하게 감사하게 먹는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는 것에서 만족하려고 해요.

 

<고래가그랬어 74호 부모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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