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그랬어 50호  똘망 삼촌의 게임 이야기

 

 

컴퓨터 게임과 주사위 놀이

 

이상하게 게임이 잘 안 풀리는 날 있죠? 늘 하던 대로 했는데도 그래요. 삼촌이랑 게임의 감추어진 룰을 한번 볼까요?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 본 동무들이라면 롤플레잉 게임(RPG)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롤플레잉 게임을 우리 말로는 ‘역할 수행 게임’이라고 번역하는데, 동무들이 많이 하는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이 여기에 포함돼요. 게이머가 마법사나 궁수 같은 다른 사람의 역할을 맡아서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를 하며 노는 것이죠.(물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신이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만히 한번 따져 보세요. 동무들은 실제로 마법사가 아니지만, 게임 속에서는 마치 마법사인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이렇게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노는 것은 우리가 굉장히 오랫동안 해 오던 것이지요. 소꿉놀이도 그런 놀이 중 하나예요. 동무들은 어른이 아니지만 소꿉놀이를 할 때는 마치 자신이 엄마나 아빠가 된 것처럼 행동하지요. 그리고 그런 연극에 몰입해 있는 동안에는 자신이 실제로는 어린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때가 있어요. 롤플레잉 게임의 재미도 이런 데 있지요. 게임을 하는 동안 잠시나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 볼 수 있거든요. 그것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법사와 같은 사람이 되어서 말이에요.

 

그런데 동무들은 대개 롤플레잉 게임을 컴퓨터로만 해 보았을 거예요. 하지만 원래 롤플레잉 게임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었어요. 소꿉놀이처럼 사람들이 직접 연기를 하며 놀던 게임이었지요. 사람들이 탁자(테이블)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앉아 대화하며 놀았다고 해서 이 게임을 ‘테이블 토크(talk=말하다)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불러요.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마우스 등의 도구가 필요하지요? 마찬가지로 테이블 토크 롤플레잉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도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할 도구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사위예요.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동의 성공과 실패를 주사위 굴리기로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한번 들어 볼게요.

게임에서 동무들이 마법사의 역할을 맡았다고 가정해 보죠. 그런데 동무들 앞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나서 동무들을 공격하려고 해요. 괴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 변신해서 날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차례로 변신 마법 주문을 외웠어요. 자, 그런데 변신 마법이 과연 성공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때 주사위 굴리기가 필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주사위 2개를 던져서 나온 각각의 값을 더한 결과가 10을 넘으면 새로 변신해서 달아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괴물에게 붙잡힌 거지요.

 

동무들이 요즘 즐기고 있는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에는 주사위 굴리기가 없는 것 같이 보여요. 마법을 쓸 때나, 괴물과 싸울 때 동무들이 해야 할 일은 마우스로 상대방을 클릭하거나 숫자 키를 누르는 것뿐이죠. 그런데 정말로 주사위 굴리기가 완전히 없어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동무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주사위를 굴리고 있답니다. 누가 굴리고 있냐고요? 바로 컴퓨터가 하고 있지요. 물론 실제 주사위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주사위 던지기와 똑같은 원리에 따라 컴퓨터가 확률 계산을 하고 있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뒤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 이런 원리를 알고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을 한다면 아마 게임을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 게임마스터

테이블 토크 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사위 굴리기를 맡은 사람을 게임 마스터라고 불러요. 그는 주사위 굴리기뿐 아니라 게이머가 탐험할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지어냈답니다.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은 이 게임마스터의 역할을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게 맡긴 것이라고 보면 돼요.

사람이 게임 마스터 역할을 맡았을 때는 가끔 그의 감정 상태가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고는 했대요. 예를 들어 마스터의 기분이 나쁜 날에는 게임 속에 유난히 많은 괴물들이 등장해서 영웅들을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리는 식이죠. 이런 일은 컴퓨터가 게임 마스터 역할을 하면서부터 사라졌다고 해요. 컴퓨터는 화를 내지 않기 때문이지요.

 

글 | 똘망 삼촌은 ‘작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독립게임개발자야.

 

고래가그랬어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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