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난 우리 아이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겁이 많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는 혼자 자는데 불 끄고는 잠을 못 이루고 어두운 곳, 낯선 곳에는 절대 혼자 있지 못 해요. 무서운 장면이나 죽는 장면이 나오는 만화, 책, 영화 아무것도 안 보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이냐면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족제비가 나오니까 겁을 먹고 웅크리고 있다가 나중엔 울기까지 했어요. 눈물이 많아서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장례식장에서 울다가 기절했을 정도고요. 이런 점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저랑 안 닮았어요. 전 공포영화도 자주 보고 귀신 이야기도 좋아하거든요. 롤러코스터 같은 무서운 놀이기구도 잘 타고요. 어린이집 다닐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학교 들어가면서 심해졌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좀 신경이 쓰입니다. 아이가 이대로 겁쟁이로 크면 어쩌지요?_조은수 (가명, 서울 은평구)



겁쟁이_ 겁쟁이는 겁이 많은 사람을 비하해서 좋지 않게 부르는 말이지요. 하지만 겁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조심하여 안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하고 생명을 잘 유지하게 도와주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함도 조심하는 마음에서 나오고요. 너무 겁이 없으면 함부로 행동해서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요. 겁을 내는 것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고 두려움은 자기 보호 반응이에요.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괴로운 법이지요? 준비를 시키는 건 좋은데 계속 행동하지 못한다거나 겁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수시로 겁이 나면 곤란하니까요.

오늘은 겁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어떻게 아이를 도와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봐요. 아이 두려움의 이유에 대해서 몸, 마음, 영혼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해가 쉽답니다. 아이들이 겁이 많다고 하면 심리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되어 있거나 엄마와의 안정된 애착 관계 형성이 잘되지 않아 그럴 거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아이가 자라면서 주변 상황이 안정되지 않고 위협을 많이 당하거나 겁을 주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몸이에요. 


감각 통합 과정_ 아이가 커가고 발달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새로운 감각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뇌에서 정리하고 조직화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에요. 저는 ‘뇌에 길이 난다’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뇌 신경 세포들끼리 서로 연결되면서 쉽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드는 거예요. 한번 길이 나면 조금씩 비슷한 경험으로 확장되어 나가면서 길이 탄탄해지게 돼요. 이때는 ‘고속도로가 생긴다’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번쩍이고 큰 소리가 나는 물건을 무서워해서 울음을 터뜨리지만 자꾸 그 물건을 살피고 만져보고 하면서 ‘아하, 아무것도 아니구나!’하고 요리조리 만져도 보고 장난도 치고 하면서 적응하고, 활용하기에 이르죠. 그런데 이렇게 감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달리 쉽게 뇌에 길이 쉽게 나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그 이유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이 유달리 예민해서 그 정보를 회피하게 되거나, 뇌 안에서 들어온 정보를 잘 통합되어 빠르게 처리하지 못해서입니다. 대개 겁은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만지거나 몸을 움직이는 감각자극을 통해서 생겨요. 그리고 이런 감각자극의 통합이 몸과 뇌에서 잘 안 되면 지속적으로 쉽게 겁을 먹게 되는 거지요. 


눈이 예민해요._ 무서운 걸 보면 일단 눈부터 가리게 돼요. 그만큼 시각적인 것이 두려움이란 감정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아이 중에 유달리 많은 시각적 정보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어요. 눈에 보이는 건 많은데 처리가 안 되니 당황스럽죠. 이런 아이들은 남들은 별로 보지 않는 것도 잘 봅니다. 좀 다른 관점에서 사물과 주위 환경을 본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시각적으로 예민한 것은 축복이고 아이의 재능이 될 수 있지만 아이를 무섭게 할 수도 있어요. 컴컴한 곳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눈을 통해 시각정보를 이용해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런 시각 감각에 의존을 못 하게 되니 당황하고 무서워지는 거예요. 전에 제가 상담했던 어떤 5살 아이는 흔들리는 커튼이나 물건이 눈에 보이면 무서워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붙들어 매는데 온 신경을 다 쓰기도 했어요.  


움직이면 무서워요._ 높은 곳을 올라가거나 경사진 곳을 갈 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겁이 나기도 하지요. 우리 귀에 들어 있는 전정기관이나 관절에 들어 있는 고유수용성 감각기관이 우리 자세와 균형을 잡는 걸 도와주는데요. 이 감각이 제대로 통합이 돼서 들어오는 정보가 잘 처리가 되지 않으면 겁이 유달리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네를 무서워서 잘 못 탄다거나, 미끄럼틀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보셨을 거예요. 이 아이들은 몸의 움직임에 예민하기 때문이에요. 작은 몸의 움직임이라도 크게 감지하는 예민한 감각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지요. 


소리가 무서워요._ 겁이 많은 아이들은 소리에 대해 예민하지 않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어린 아이 중에는 소리에 예민해서 다른 아이는 웃으면서 보는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지 못한다고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아이 중에는 어릴 때 남들이 못 듣는 소리도 잘 듣고, 문소리에도 깜작깜작 놀란다거나 드라이기 소리, 목욕탕의 울림에도 쉽게 두려움을 느껴 울기도 하죠. 무서우면 귀부터 막는 아이들 보셨죠? 충격을 줄이려는 자기 보호반응이에요. 귀가 예민해서요. 눈과 움직임과 소리는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 어지러움을 느끼고 눈도 핑핑 돌아가잖아요. 눈을 빠르게 움직이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도 귀에서 움직임을 감지하는 전정기관하고 연관이 있기 때문이에요. 


감각과 감정_ 감각통합이 잘되지 않는 아이들이 정서도 예민해서 겁도 많고 감정조절이 잘 안 되어 쉽게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뜨리거나 고집이 세기도 해요. 그리고 불안한 일이 생기거나 충격을 받거나 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겁이 훨씬 더 많아지고 감각에 더욱 예민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아이들일수록 겁쟁이라고 놀리거나 답답해하기보다 조금씩 용기를 내어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쉬운 활동에서부터 시작해 꾸준히 운동을 시키고 칭찬해주는 게 필요해요. 

아드님처럼 겁이 많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더욱 겁이 많아졌다면 무엇이 정서적으로 힘들었을까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처지에서 살펴보면 2가지 중요한 사건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초등학교 입학입니다. 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에요. 생애 처음으로 시작되는 사회생활이지요. 무난히 넘어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도 많아요. 낯익은 장소(유치원)와 작은 규모의 사람들(가족)을 떠나 더 넓고 큰 곳에서 더 많은 사람과 정해진 시간에 의자에 앉아서 학습해야 하고 더 엄격한 지도를 받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입니다. 


죽을까 봐 무서워요_ 아이들이 겁내는 것 중의 하나가 죽음입니다. 자신이 죽을까 봐 겁내기도 하고,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이 죽을까 봐 두려워하기도 해요. 아이의 마음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넘어 가족과 다른 사람을 아우르는 더 넓은 마음의 세계(영혼)로 연결됩니다. 같이 살고, 함께 잤던 할머니가 학교 입학 전 해인 7살에 돌아가시고 혼자 자게 된 것은 아이에게 큰 도전이었을 거예요. 

아이가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 슬픔을 가족과 나눈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어요. 아이가 실컷 목 놓아 울면서 할머니와의 이별할 수 있어서 그래도 아이에게 많은 정화가 되었을 거로 봅니다. 그렇게 감정이 충분히 표현되고 나면 이별의 슬픔을 두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쉬워져요. 하지만 가족의 죽음 후에 죽은 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는 경우가 있어요. 아이가 외로움과 두려움에 대해 조금 더 말과 놀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엄마 아빠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세요.  


겁쟁이가 되어도 좋다_ 아이는 자신이 겁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을 거예요. 초등학생도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답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겁이 많은데 잘 조절이 안 되니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더욱 움츠러들고 용기가 없어진답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자기도 어찌할 수 없게 겁이 많다는 것이 창피하게 여겨지기도 할 거에요. ‘사내 녀석이!’ 이런 말 많이 듣게 되니까요. 자, 부모로서 겁 많은 우리 아이를 떠올리며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해주세요. “~야, 너는 겁쟁이가 되어도 좋다.” 이런 부모님의 지지와 허락이 아이를 자신 있게 합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 느낌 소아정신과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그림_ 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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