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여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지는 걸 못 견뎌합니다. 밥도 제일 먼저 먹으려고 하고, 마트에서 계산할 때도 제일 먼저 하지 않으면 안달을 내요. 친구들과 놀거나 심지어 스마트폰 게임을 할 때도 지면 씩씩거리며 화내고 막 우기기도 합니다. 아이 아빠는 승부욕이 있으니 뭐든 잘 할 거라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거 같지만, 저는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 분명 지기도 하고 실패도 할 텐데 그때마다 화를 내고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면, 결국 상처받는 건 내 아이일 테니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_송찬미(가명, 서울 서대문구) 


지는 건 너무 싫어!

서너 살 아이들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쉽게 울음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달라집니다. 잘 안 되고 좌절하고 힘든 상황이어도 참고 기다리며 다시 한 번 해보고 다른 방법도 찾아봐야한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그런데 타고난 기질이 변화를 싫어하고 고집이 센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천천히 성숙합니다. 좌절하고 이겨내는 걸 배우는 게 늦습니다. 만약 주변 가족들이 아이 뜻에 쉽게 맞춰주는 편이라면 아이는 자기중심적인 유아성향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아이를 과보호하는 성향의 부모님은 아이가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차마 보기 힘들어 해 참지 못하고 아이가 원하는 걸 쉽게 들어줘버립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서투른 아이들일수록 자꾸 연습해봐야 하는 걸 잊지 마세요. 이런 연습이 잘 되지 않은 아이들은 좌절상황이 큰 상처가 되고 무섭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기는 데 집착합니다. 


남모를 열등감 

반드시 이기려고 애쓰는 아이들 중에는 의외로 주변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존심이 굉장히 센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미 열등감을 느끼고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열등한 면이 보이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든 잘하려 애쓰게 되는 겁니다. 

상담 왔던 9살 재민이도 급식을 가장 먼저 먹으려고 안달했어요. 축구도 다른 아이들 보다 훨씬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잘 하려고 했고요. 그런데 평가를 해보니 사실 재민이의 신경계 발달과 운동신경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족한 면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항상 긴장하면서 이기려고 애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7살 이안이는 소근육 발달이 늦어서 그림 그리기나 가위로 오리기를 다른 아이들처럼 잘하지 못했는데요. 그런 활동이 있을 때마다 회피하고 하지 않으려 하면서 주변 아이들을 방해하고 시끄럽게 떠들었어요.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려하고 다른 것은 시시하다며 회피하는 거죠.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고 지기 싫으니까요. 아이가 이기는 것에 집착할 때는 혹시 아이가 부족한 게 있지 않은지 살펴보세요. 그런 점이 좋아지면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방에 적들 뿐

경쟁심이 강한 아이들은 주변사람들을 같은 편으로 보기보다 적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집이 센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이 때문에 상처받고 같이 싸우기도 하지요.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지지 않고 기싸움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매사를 경쟁과 승부관계로 느낀다면 긴장하게 되고 결국 재밌게 살기가 힘듭니다.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강압적으로 아이를 꺾기보다 아이와 같은 편에 서서 속상한 마음을 같이 달래주고 스스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도와주세요. 그래야 주변사람들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겨야 할 적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는 아군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를 사랑하나요?

이런 성향의 아이들을 상담하다보면 부모님께서도 목표 지향적이고 지는 걸 못 참는 성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져도 된다, 괜찮다’ 말을 해도 부모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은연중 아이에게 전해지게 됩니다. 뭔가를 잘하면 부모님께 인정받고 칭찬받지만 잘 못하면 관심 받지 못할 때, 아이들은 잘하는 것에 과도히 집착합니다. 이기거나 지거나 상관없이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어떤 경우에도 자신은 가치 있는 소중한 아이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그런 유행어가 있었죠. 잘하고 좋은 것만 찾는 세태에 대한 풍자였어요. 그런데 일등이 정말 그렇게 좋을까요? 일등들을 만나보면 일등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다른 것을 희생해서라도 일등 하려하고, 일등하지 않으면 우울하고 속상하고 일등을 해도 계속 유지해야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함께 가지 않는 일등은 외롭고 결국 행복하지 않습니다. 재밌게 하다 보니 일등도 하고 일등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살펴주고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불어 즐겁게 살아가는 게 진짜 일등 아닐까요?


재밌게 하는 게 진짜 1등

8살 아이지만 작은 인생에서 남을 이기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에게 ‘결과의 재미’뿐 아니라 ‘과정에서의 재미’를 알려주세요. 빨리 먹고 많이 먹는 게 일등이 아니라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행복하게 먹는 게 진짜 일등이야.’ 라고요. 일등의 개념을 바꾸는 겁니다. 아이의 인지를 바꾸기 위해 ‘이길 수도 있고 질수도 있어.’ ‘지면서 배우는 거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야’와 같은 말을 일상생활에서 부모님이 자주 들려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 느낌 소아정신과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 가 있습니다.  

그림_ 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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