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그랬어

시원한 음악 한 모금 - 모차르트 현악 사중주곡 Bb장조 <사냥>

작성일 작성자 고래

저랑 동생은 만날 싸우고 금방 화해해요. 어제도 싸웠는데, 엄마한테 엄청 혼났어요. 다른 땐 싸우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시거든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봐요. 삼촌, 엄마의 기분이 우울할 때 들려드릴 좋은 노래 없을까요?

- 전지희 (5학년, 서울 마포구)



요즘처럼 더우면 불쾌지수가 높아지잖아. 평소에 안 그러시던 엄마가 엄청 혼을 낸 건 더위 때문일까? 엄마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서 아주 시원한 곡 하나 크게 틀어드리자.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곡 <사냥>, 지희 동무가 먼저 들어 봐. 6/8박자의 첫 주제가 사냥 나팔 소리를 닮았다 해서 제목이 <사냥>이야.



모차르트의 현악 사중주곡 <사냥> _연주 : 빈 필하모닉 사중주단

http://youtu.be/FcrJL12F2Sk 


엄마가 날마다 일하느라 무척 힘드시나 봐.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셨는데 지희 동무가 동생하고 싸우고 있으니 화가 나실 수도 있겠어. 싸우고 곧 화해하니 평소엔 그리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셨지만, 그날은 “내가 일 하느라 아이들 돌볼 시간이 모자라니까 이렇게 매일 싸우는 게 아닐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셨을지도 몰라. 지희 동무가 언니답게 동생 잘 돌봐주고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텐데,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지희 동무는 마음이 참 예쁜 것 같아. 엄마가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닌가 헤아려 주고, 우울한 마음을 음악으로 풀어드리려 하는 걸 보니. “힘드시죠? 시원한 음악 들으며 좀 쉬셔요.”이라고 말씀드리면 엄마가 무척 기뻐하실 거야. 참, 엄마에게 음악 들려드리는 날은 동생하고 싸우면 안 되겠지?   

현악 사중주곡은 바이올린 2명, 비올라 1명, 첼로 1명, 이렇게 4명의 현악 연주자가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야. 바이올린이 높은 소리, 첼로가 낮은 소리, 비올라가 중간 소리를 연주하니 모두 함께면 피아노처럼 모든 높이의 음을 낼 수 있겠지? 피아노는 한번 ‘땡~’ 치면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데, 현악기들은 활을 긋는 동안 꽉 찬 소리가 주-욱 이어져. 4명의 연주자가 힘을 합하면 피아노보다 더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지. 

현악사중주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숲에 들어가기에 정말 좋은 길이야. 네 명의 독주자가 있고, 백 명 이상의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수 있는 요소가 모두 들어 있어. 이 때문에 현악 사중주곡은 고전 시대부터 가장 이상적인 앙상블로 인정받았고, 많은 작곡가가 훌륭한 작품을 남겼어. 모차르트는 스물세 곡의 현악 사중주곡을 썼는데, 그중 아주 공들여 작곡한 여섯 곡을 선배 작곡가 하이든한테 바쳤어. 그래서 이 여섯 곡을 ‘하이든 시리즈’라 부르기도 하는데, 시원한 <사냥> 사중주곡은 이 시리즈 중 하나야. 


모차르트는 “넓은 세상으로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이 곡을 선생님께 바친다.”라고 했어. 하이든은 친구들과 함께 이 곡을 연주한 다음, 모차르트의 아버지에게 말했어. “신 앞에서, 그리고 정직한 인간으로서 말하는데, 당신의 아들은 지금까지 제가 직접 알 거나 이름으로 아는 그 누구보다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그는 감각이 뛰어나고, 작곡에 대한 깊은 지식에 통달해 있습니다.”

고전시대의 두 거장,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우정을 증명해 주는 사중주곡이야. 이 시리즈엔 재미있는 곡이 또 있어. D단조로 된 사중주곡에 나오는 미뉴에트를 들어볼까? 



연주 : 모자이크 사중주단

http://youtu.be/-ct7ots5QQ8



어때? 조금 괴로운 음악 같지 않아? 모차르트의 부인 콘스탄체는 첫 아기 라이문트를 낳을 때 진통하며 “아악~” 소리를 질렀어. 모차르트는 곁에서 함께 아파했는데, 부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 미뉴에트를 작곡한 거야. 다시 들어 봐. 엄마가 지희 동무 낳으실 때 얼마나 큰 아픔을 견디셨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아?  


재미있는 곡 하나 더. 이 시리즈의 마지막 곡 C장조는 첫 악장 서주가 ‘불협화음’으로 시작해. ‘화음’은 잘 어울리는 소리, ‘불협화음’은 잘 어울리지 않는 소리…. 무척 이상하게 시작하니까 사람들은 모차르트가 악보를 잘못 그린 게 아닌지 의심했대. 하지만 모차르트는 이어지는 네 연주자의 조화를 강조하려고 일부러 맨 앞에 ‘불협화음’을 넣은 것 같아.



연주 : 게반트하우스 사중주단 

http://youtu.be/6Zcy-zs9jmw 



현악사중주는 연주자들이 때로 갈등하며 긴장하지만, 곧 조화를 되찾는 대목들이 재미있어. 연주자들은 서로 눈을 맞추고 빙긋 웃으며 행복감을 느끼지. 동생과 만날 싸우지만 곧 화해하는 지희 동무를 닮은 것 같지 않아? 가족이 함께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참 근사하겠다.    







글_ 이채훈 삼촌은 방송사에서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어. 틈틈이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음악 칼럼도 쓰는데, 음악 나누는 일을 할 때가 제일 좋아. 

그림_ 김근예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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