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그랬어

괴롭힘당해서 의기소침해진 아이

작성일 작성자 고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같은 반에 재미로 친구들을 때리는 아이가 있는데, 유순한 성격의 우리 아들이 만만해 보였는지, 학기 초에 종종 때리고 괴롭혔어요. 우리 아이가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싸우기 싫어서 가만히 참고 있었던 건데, 그 아이는 우리 아이를 ‘때려도 된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문제를 발견하고 담임선생님・아이 엄마와 이야기했고 사과도 받았어요. 저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아직 아닌가 봐요. 유치원 다닐 때는 전혀 안 그랬는데, 다른 친구한테 먼저 말 거는 것도 싫고 학교에서 발표도 잘 하지 않는대요.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거 같아요. 도움이 될까 해서 태권도도 시작했는데…. 의기소침해진 우리 아이 어쩌면 좋을까요. _오정은 (가명, 서울 동작구) 



엄마가 의연하게
아유, 많이 속상하시죠.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이라지만 이런 일이 있으면 부모 가슴은 철렁 내려앉아요.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 즐거운 일도 많지만 괴로운 일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치고받고 싸우는 일,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일어나죠. 최근에는 몸을 다쳤을 때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처럼 마음을 다쳤을 때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음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어요. 
아이가 피해를 봤을 때 엄마가 아이보다도 더 안절부절못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요. 아이들은 위기의 순간에 의연한 엄마를 보고 힘을 얻는답니다. 엄마이기에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가슴을 펴고,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돼서, 아이가 더 밝고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해요. 

만만한 아이
남을 때리는 아이가 당연히 더 문제고 많은 아이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아요. 하지만 우리 아이를 자꾸 만만하게 본다면 몇 가지 함께 생각해 볼 것이 있어요. 유순한 성격의 아이라고 하셨는데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들도 표정이 밝고 밖으로 열려 있는 힘이 있으면 당당해 보입니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아봐요. 다부지지 않고 몸이 약하고, 힘이 없어 보일 때, 입을 벌리고 다니거나, 고개를 숙이고 다니고, 왜소하거나 과체중일 때, 운동신경이 떨어질 때, 대화할 때 동문서답을 하거나 말을 잘 받아치지 못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잘 울거나 행동이 느리고 아기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그렇고요. 놀리거나 때릴 때 반응이 크면 더 재미있어서 괴롭히게 되기도 합니다. 이기적이고 마음이 닫혀 있고 다른 아이들을 경계하거나 잘난척하는 아이들도 괴롭힘을 당하기 쉽고, 선생님께 반복적으로 야단맞는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아드님에게 혹시나 그런 면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의 힘을 길러주세요. 
저는 상담에 오는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딱 30초라도 좋으니 전력으로 뛰어 숨을 키우도록 조언해드리곤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집 주위를 아이와 함께 걷고 뛰어 보세요. 숨이 커지면 마음도 커집니다. 엄마 스트레스도 풀리고 아이가 밝아지고 체력도 늘 거예요. 윗몸일으키기와 체력훈련으로 뱃심을 키워주시고, 몸을 벽에 딱 붙여 등을 쭉 펴서 자세를 바르게 교정해주세요. 큰소리로 구령을 붙여 제자리 뛰기를 같이 하면서 목소리의 힘도 키워주세요. 아이가 더 민첩해지고 밝아지고 주변 상황과 사람에 대해 감각이 열리게 됩니다. 뛰고 걸으면서 눈을 열어 멀리 하늘을 보고, 귀를 열어 새소리와 매미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해보세요. 아이가 주변 친구들에게도 몸과 마음을 열게 됩니다. 웃는 표정으로 뛰는 연습을 많이 하면 저절로 웃는 표정이 얼굴에 남고 친구들에게도 쉽게 미소 지을 수 있답니다.

천천히 해결하기  
학교에서 때리고 맞는 일이 있을 때는 어린아이들이라도 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맞은 아이는 물론 때린 아이를 위해서도, 쉽게 한 번 사과하고 빨리 넘어가기보다 고민할 시간을 주고, 다른 아이를 때리는 행동의 결과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선생님과 양쪽 부모님이 도와야 합니다. 글로 사과의 편지를 쓰고 서로 만나서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여러 번 갖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시간은 야단맞고 처벌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다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때리는 아이를 나쁜 아이로 몰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착한 아이라는 자존감을 세워주면서,  더는 실수를 하지 않게 시간을 두고 깨닫도록 말이에요. 맞은 아이 입장에서도 그렇게 천천히 이루어지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가 낫게 됩니다. 반복적인 교육에도 변화가 없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행동이 잦은 아이는 전문의를 만나 정서장애나 주의력 결핍/충동장애에 대해 상의하고 적절한 심리치료・가족치료・약물치료를 받도록 연결해 주어야 하고요. 

트라우마 치료
그 일 뒤로 아이가 눈에 띄게 변했다면 아직 마음이 놀란 상태인 것 같아요. 작은 일이지만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심리 상담을 받게 해주세요. 피해를 본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잘못한 일인 것처럼 생각해서 주눅이 들거나,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해하고 성격이 소심해지기도 합니다. 엄마가 걱정하시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지요? 마음을 놀이로 표현하면서 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놀이심리치료나 트라우마를 집중적으로 다루어주는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 Reprocessing 안구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치료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고 대화하고 글을 쓰면서 상호작용을 당당하게 훈련하는, 사회성 치료를 받는 것도 좋고요. 많이 불안하고 우울해할 때는 소량의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답니다. 단기간 치료받아도 많이 좋아지곤 하니까 너무 고민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기관에 가서 상담해보시면 마음이 놓이실 겁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김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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