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그랬어 132호 <고민 많은 부모에게>


화장실을 가리는 아이


8살 여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유독 화장실을 가려요. 집 밖 화장실은 안 가려고 합니다. 어린이집 다닐 때도 종종 그랬는데, 올해 학교에 다니면서 더 심해졌어요.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배가 아픈 걸 몸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참다가, 선생님이 큰 병에 걸린 줄 알고 제게 급하게 연락한 적도 있었어요. 집에선 잘 가거든요. 어디서든 똥 싸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네요. 아이는 밖에서 화장실 가는 게 싫대요. 불편하대요. 깨끗해 보이는 화장실도 안 가요. 정말 급해서 소변을 보러 가야 할 때는 오만상을 다 쓰면서 후다닥 다녀와요. 아직 사춘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예민한지 모르겠어요. _김영선 (가명, 경기도 고양시) 

‘급하다, 급해’_ 
아유,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아이가 고생이 많네요. 맘껏 뛰놀고 공부할 때인데 학교에서 배변을 참느라 어렵다니 안쓰럽네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친구 관계도 어려워지고, 집중해서 공부하기도 힘들지요. 학교에서 대변을 누면 놀림을 당하기 때문에 되도록 대변을 집에서 해결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지만 따님의 상황은 보통의 경우보다 심각해 보여요. 먹고 자고 배설하는 욕구가 원활하게 충족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행복합니다. 이 욕구들이 해결이 안 되면 사는 게 편치 않아, 짜증이 많아집니다.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살펴보면 자기 몸이 시원하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까칠해지곤 해요. 그런데 따님은 왜 이렇게 힘들게 배변을 참을까요? 익숙하지 않은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통보다 차라리 참는 고통이 더 낫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더럽고 싫어요!_ 
대부분 아이들이 잘 이용하는 학교 화장실이 아이에게는 왜 고통스러울까요? 무엇보다 감각이 예민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커튼 뒤처럼 남이 안 보는 곳에 가서 꼭 응가를 하려고 하는 어린아이들이 있지요? 시각적으로 예민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끼면 배변이 잘 안 되어서 입니다. 어른이 되어도 화장실 가리는 사람이 많지요? 꿈에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찾아 헤매다가 깬다고도 해요. 유달리 깔끔한 결벽증을 가진 아이들과 어른들을 상담을 해보면 타고난 감각이 예민한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그냥 성격이 까칠하다고 생각하지만 타고난 뇌 신경계의 성향이 남다른 거죠. 다른 사람들보다 후각이 예민해서 악취를 참아내는 게 힘들고, 조금이라도 특이한 냄새가 나면 몸이 긴장합니다. 촉각이 예민해서 변기가 너무 차갑거나 끈적여서 피하기도 하고요. 시각적으로 예민해서 변기의 얼룩이 잘 보이고, 더러운 휴지통이나 벽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구역질을 하거나 몸서리를 치기도 해요.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이렇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둥글둥글하게 키워요._ 
감각이 예민한 정도는 부모의 얼굴을 닮는 것처럼 비슷한 성향이 유전되기 때문에 예민한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예민한 감각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되면 엄마, 아빠 자체도 다양한 활동을 꺼리고 아이를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키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아이 또한 다양한 감각에 편하게 노출될 기회가 줄어들게 돼요. 감각이 예민한 아이일수록 어릴 때부터 흙도 만지고 모래도 밟아보고 끈적이는 것에 손을 대보면서 자꾸 다양한 감각에 노출하는 것이 좋은데 말이에요. 즐겁게 활동하다 보면 다양한 새로운 자극에 대해서 겁내지 않게 되고 용감해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쉬워지거든요. 또 “안 돼, 지지야. 위험해!” 처럼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는 말을 줄이면서 양육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님의 경우는 감각통합평가를 한번 받아보고 필요하다면 감각통합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예민한 감각을 잘 조절하게 되어 성격도 쾌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몸을 열다_ 
집에서 키우는 동물도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배설하려고 하는 걸 볼 수 있죠? 고양이는 배변하면 흙으로 자신의 변을 보이지 않게 잘 덮어요. 동물이 배변 흔적을 덮으려는 이유는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면 안전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해요. 
우리 몸은 가운데 긴 구멍이 뚫려있는 튜브와도 같아요. 먹을 때와 배설할 때 바깥 공간으로 이 튜브의 양쪽 끝을 열게 되는 거죠. 먹을 때는 외부에 있던 음식을 몸속에 받아들이고, 배설할 때는 자신의 속에 있던 일부를 떨구어 내어 외부로 주게 됩니다. 결국 몸의 안과 밖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이고 주고받는 행동이에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게 두렵다는 분들을 진료할 때가 있는데요. 다른 사람이 있으면 과도하게 긴장이 되어 마음 편하게 먹지를 못하겠대요. 같이 밥을 먹어야 친해진다고들 하는데 불편해서 밥을 먹을 수가 없으니 자꾸 그런 자리를 피하게 되고요. 입이 긴장되어 맘 편히 잘 안 열리는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분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주변 사람들을 같은 편이라고 느끼기보다 자신을 관찰하고 평가하고 언젠가 등을 돌릴지도 모르는 사람들로 느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렇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는 긴장이 되고 몸이 열리지 않아 먹는 것도 배설하는 것도 힘들어요. 

배변도 사회성_ 
몸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변을 참는다니 어린아이지만 엄마가 생각해도 참 독하지요? 변을 참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고집이 센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 변 보기를 강요받았다거나 대변을 보는 것과 관련해 혼이 난 기억이 있는 아이들은 배변을 고집스럽게 참고 미루기도 해요. 그러면서 자신에게 강요하는 양육자에게 대항하고,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고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거지요. 몸에 힘을 주고 참으면서 변을 내놓지 않으면 고통스러워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인데도 말이죠. 이렇게 환경에 적응하려고 나름 노력하는 행동이 병이 되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주변 상황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아이들은 배변 훈련에서도 그렇고, 일상생활에서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난하게 굴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배변 문제의 본질은 ‘사회성’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고 편안하게 자기 능력 발휘를 하는 힘이 바로 사회성이니까요. 그 사회성의 시작은 가족관계이기도 합니다. 

안전한 곳이야_ 
어린이집에서도 불편해서 그랬겠지만 초등학교 가면서 더 배변을 참는 행동이 심해지는 건, 활동 공간이 커지고 사람들도 많은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활발하게 기를 펴서 활동하지 못하고 긴장하고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배변 문제로 드러나는 거죠. 그럴 때는 학교가 야단맞고 놀림 받고, 뭐든 신경 써서 잘 해내야 하는 ‘위험한 공간’이 아니라 재미있고 ‘안전한 공간’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너 이렇게 하면 친구들이 흉봐.” 
“선생님께 혼난다.”
이렇게 겁을 주거나 주변 상황을 위협적으로 느끼게 되는 말보다는 웃으면서 아이를 귀여워 해주시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세요. 
“우리 ○○는 이렇게 착하고, 친구들이 우리 ○○를 많이 좋아하지?” 
“친구들이랑 같이 어울려 놀면 참 재밌어. 오늘도 즐겁게 놀다가 와~.” 
“선생님이 참 좋으셔, 그렇지?”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같은 편’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혹시 일상생활에서 숙제나 학원, 공부 문제로 엄마가 아이를 불안하게 하거나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시고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세요.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김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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