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가 가만히 집중해서 뭔가를 하지 못하고, 쉬지 않고 손을 놀립니다. 진득하게 앉아서 뭔가를 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고, 피아노 칠 때도 집중 시간이 짧아요. 특히 밥 먹을 때, 자꾸만 다른 걸 만지고 다른 델 보내요. 학교 담임선생님도 아이가 행동이 느리고 수업시간에도 딴청을 부리고 하는 행동이 어리다면서, 상담을 한번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이가 혹시 ADHD면 어쩌나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 보았는데,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ADHD 아이는 다른 애들을 때리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는 그러지 않거든요. 산만한 우리 아이, ADHD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_최미리(가명.  서초구 )


집중시간이 짧은 아이

실제로 어느 정도로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지는 아이를 직접 만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어떤 경우는 부모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혹은 부모가 원하는 만큼 아이가 공부하지 않아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진료실에서 직접 아이를 보면서 행동이 어떤지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반대로 아이의 행동이 무척 산만하고 주변 아이들에게도 피해를 줄 정도여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담임선생님이 권유하고 주변 다른 부모님들이 걱정을 하는데도 정작 그 아이의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문제없다.’ ‘애들은 다 짓궂은 것 아니냐?’ ‘크면 좋아진다. 나도 어릴 때 그랬는데 좋아졌다.’고 하면서 치료를 미루기도 합니다. 또래와 다른 행동을 하고 제지를 받는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슬픈지, (자기 능력을 활짝 펴면서) 다른 아이들과 교류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지 못하고 아이의 문제 행동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심리검사나 컴퓨터 앞에서 하는 주의력 검사를 통해서 아이의 집중력이나 수행 정도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아이의 뇌 신경계의 특이성,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보인 행동, 독특한 습관, 가족들과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서를 꼭 살펴주세요

산만하고 집중을 못한다고 해서 다 ADHD는 아닙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걱정거리가 있거나 두렵고, 감정적인 변화가 있을 때 산만해질 수 있어요. 부모님이 싸우거나, 이혼 위기에 있거나 성추행이나 놀림을 당하는 것,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야단을 맞는 것 모두 아이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또 설령 ADHD라도 마음이 불안하면 행동 조절이 더 안 되기 때문에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용기를 주고, ‘나쁜 아이’가 아니라 ‘뇌 신경계에서 조절이 잘 안 되는 상태’이고 ‘성숙하게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알려주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존감을 북돋워 주어야 더 잘 행동할 수 있습니다. 


너는 대기만성형이야 

ADHD라고 진단받았다고 해도 양상이 모두 다릅니다. 아이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타고난 기질과 성격, 지능, 처한 환경 등이 달라서이지요. 의사는 아이들 안에 있는 예쁜 점, 귀한 재능들을 자꾸 발견하고 통역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차차 다른 사람과 함께 소통의 박자를 맞추는 것을 배워야 하지만, 이 아이들이 갖는 놀라운 창조성과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하는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지요. 부모님에게도 설명을 잘해드려야 합니다. 아이에게 ‘너는 ADHD야’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보다 ‘너는 어떤 면에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게 성장하는 대기만성형이야’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상 세계에서 나와 현실 세계에서 몸을 쓰고,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야단을 치면 더욱 행동이 급해지거나,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혼을 내기보다 타일러 주어야 합니다. 몸 조절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차례 반복해야 달라진다고 미리 마음을 먹어야 훈육자가 화가 나지 않습니다. 뇌 신경계 성숙을 도와주고 조절해 주는 감각통합치료, 약물치료,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놀이치료, 부모 상담과 가족치료, 또래와의 게임과 놀이, 대화, 상호작용을 통해서 사회성을 높이는 ‘사회성 집단 상담’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왜 그럴까?

저는 ADHD를 뇌 신경계에서의 감각통합의 미숙함으로 보고 돕습니다. 뇌에서의 감각처리가 많이 부족한 아이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약간 미숙한 경우는 ADHD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고 치료받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말도 트이고, 독특한 감각행동(손을 흔든다거나, 껑충껑충 뛰거나 빙글빙글 도는 행동, 까치발, 말할 때의 억양 이상 등)도 없어지고 좋아졌지만, 사회성과 주의력 문제가 남아 있어서 커서는 ADHD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여러 전문가 선생님을 만났는데, 고기능 자폐 장애, 아스퍼거 장애, 비언어성 학습장애 혹은 ADHD로 다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서 의아해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진단명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의 증상을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보이는 문제 행동들과 증상이 없어지게 되면 더는 진단명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주의력은 감각통합의 문제 

산만한 아이들이 자꾸 이것저것 물건을 만지지요? 자극입력이 되어야 뇌 신경계가 안정감을 느끼는 특성 때문에 계속 자극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눈에 이것저것 많은 정보를 보고(시각), 또 손이 가고, 주변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청각) 고개가 돌아가고 주의력이 분산되지요. 이런 행동은 시각, 청각 정보를 처리할 때 정보를 적절하게 차단해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르는 소리를 못 듣거나 선생님의 지시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흘려듣거나, “네?”라고 수시로 묻는 것은 청각 정보처리에 어려움이 있어서이고, 시험 문제의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읽거나 시험지 뒤 페이지를 실수로 풀지 못하거나 답을 밀려 적는 아이들은 시각 정보 통합이 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꾸 몸을 움직이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달리는 것도 귀의 전정기관을 자꾸 자극해서 뇌의 안정화를 얻고 싶어 하는 감각추구 성향 때문일 수 있습니다. 소뇌와 뇌간, 시상에서의 신체 감각 정보처리와 통합이 불안정해서 자꾸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이지요. 한 가지 외에는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다감각처리가 어려워서이기도 하고요. 감각통합 평가로 아이들의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면 감각운동 통합 치료, 자세 훈련으로 아이를 도와주면 됩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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