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13살 남매의 엄마입니다. 첫째가 자라면서 쓸쓸하지 않도록, 우애 깊은 남매로 커가길 기도하면서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았는데, 기대와 달리, 두 아이는 얼굴만 마주쳤다 하면 싸웁니다. 어릴 때도 많이 싸웠는데, 요즘 더욱 심하게 싸웁니다. 말싸움은 기본, 몸싸움도 불사하지요. 딸애는 자기를 괴롭히는 오빠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하고, 아들은 “어차피 나 빼고는 다 남이다.”라면서, 동생에게 성질을 부립니다. 아무리 사춘기라고 해도, 제가 집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가 멀다고 싸우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닙니다. 훈계해도 먹히지 않고,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려서 편을 들 수도 없고…. 엄마인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_구은미(가명. 서울 서대문구)



남매의 전쟁 

아이고, 많이 힘드시겠어요. 집에서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군요. 아이들이 싸우면 부모 마음은, 소중한 두 보석이 서로 쨍그랑거리며 부딪쳐 흠집이 나는 것처럼 속상하고 안타깝지요. 가족치료를 하면 부부 상담, 부모-자녀 관계 상담 그리고 바로 이런 형제간의 갈등 상담이 많습니다. 그만큼 어느 집에서나 흔히 일어난다는 거겠죠. 

갈등과 싸움은 전쟁과도 같습니다. 서로 도와주고 상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기려고 하고 상대방을 괴롭히고 죽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험한 일을 당한 쪽에서는 더욱 이를 갈게 되고, 끝없는 복수극이 반복됩니다. 형제간의 경쟁이 주는 긍정적인 의미는 ‘자극과 성장’이지만, 지나치면 이렇게 아이들의 성장을 막고 병들게 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행복한 삶이란 바로 주변 사람들을 적으로 느끼지 않고 협력할 때 가능합니다. 그런데 ‘같이 잘 살아야 하는 가족’ 안에서 자꾸 싸우는 아이는 어떤 사람을 만나든 서로 믿고 친구가 되기보다, 경쟁하고 싸우고 눈치 보기 쉽습니다. 특히 이성 형제간에 많이 다툰다면 사회에서 만나는 다른 이성에게도 의심과 공격성을 보이기 쉽고요. 어른이 되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아이들이 싸우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형제 사이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앞으로의 삶을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을 얻을 거예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상대방이 한 나쁜 행동에 실망하고, 화가 나서 더 나쁘게 갚아 주려고 하면, 나쁜 행동을 점점 더 경쟁적으로 하게 되고, 결국 사이가 멀어집니다. 이런 상황을 도울 때는 둘 사이 ‘문제점’을 깨닫게 하고,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멈추고, 조금씩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고 알아차리는 것과 ‘이렇게 괴롭고 힘들게 살지 않을 거야, 잘 살 거야!’하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좋은 고리 만들고 가까이 가기 

그다음 단계로는 부정적인 주고받기 고리를 끊고 ‘좋은 주고받기 고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겁니다. 수많은 나쁜 기억 때문에 묻히게 된 좋은 기억을 찾아 물을 주고 햇볕을 쫴주면서 키우는 겁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행동을 시작하도록 도와주세요. 신기하게도 상대방이 조금씩 친절하고 따듯한 행동을 해주면 둘 사이의 얼음이 녹고, 천천히 서로를 향해 움직이게 됩니다. 둘 사이에 있었던 좋은 경험 기억을 찾아서 새롭게 간직하게 해주세요.


우리 사이에도 좋은 게 많았구나!

가족, 형제간에는 반드시 사랑이 밑바닥에 흐르고 있고,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좋은 기억을 자꾸 이야기해 주세요. “오빠가 기저귀도 많이 갖다 주고 엄마를 도와서 같이 동생을 키웠지!” “아기를 데려왔더니 오빠가 예쁘다 하면서 갓난아기를 쓰다듬더라고.” “자기 오빠 다쳤다고 아주 애가 놀라서 울고 엄마한테 뛰어오는 거예요. 오빠를 챙기더라고요.”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도 “허구한 날 왜 이렇게 싸우는지 모르겠다.” “속상해 죽겠다.” 이런 말보다 긍정적인 표현을 해주세요. “크면서 점점 더 사이가 좋아지네요.” “아유, 그래도 둘이 잘 챙겨요.” 같은 긍정적인 말을 아이들이 듣게 해주세요. 


싸우는 재미 

싸우는 게 힘든데도 아이들은 왜 그렇게 싸울까요? 싸움이 주는 묘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싸우면 일단 지루하지 않습니다. 지루함보다는 나쁜 상호작용이 더 재밌습니다. 그리고 싸움을 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힘이 느껴집니다. 부정적인 힘이어서 결국은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라도 무기력한 느낌보다 더 낫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싸움은 엄마의 관심과 반응을 끌어내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싸우는 아이들을 중재할 때는 엄마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흥분하거나, 괴로워하거나, 한쪽 편을 들거나, 개입하지 마세요. 싸우는 부정적인 행동에 큰 관심 두지 말고 그만 싸우라고 애원하지도 말고, 야단을 치지 마시고, 그들만의 일로 놔두고 엄마는 한발 떨어져 보세요. 


사랑으로 싸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이들이 많이 다툴 때 꼭 돌아볼 것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집안에 다른 갈등이 없는지 말이지요. 사랑이 많은 아이들은 숨어 있는 가족 간의 갈등을 이렇게 밖으로 표현해서 보여주거든요.  

부부간 관계가 냉랭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면, 아이들이 부모 대신 서로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합니다. 가족의 에너지를 움직이고 소통하게 하려는 시도이지만 결국 더욱 힘들어집니다. 눈먼 사랑이지요. 또 때로는 엄마와 시댁 간의 갈등, 외가와 친가와의 불균형이 아이들의 싸움으로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듯 아이들의 싸움은 다른 가족구성원의 싸움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부관계를 개선하고 또 마음속에 있는 다른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엄마 마음속에서 전쟁이 나고 있나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는 속으로 미워하지 않고 마음을 여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게 잘못한 사람을 내가 더 큰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을 때 아이들도 극심한 대결 구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연결되어 있답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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