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이렇게 사연 보냅니다. 12살 남자아이의 아빠입니다. 아들은 제가 혼을 내면, 버릇처럼 다른 사람을 탓합니다. 학원을 빼먹은 건 친구 탓, 욕하는 건 게임 탓, 잘 안 먹는 건 엄마 탓, 공부를 못하는 건 제 탓…. 뻔하고 사소한 문제부터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까지 모두 그런 식입니다. 아이가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게 아니라 ‘누구 때문에 그랬다.’라고 자꾸 말하니, 지적하던 저도 슬슬 화가 나, 어제는 크게 혼을 냈는데, 영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요. 아이의 이런 습관, 어떻게 지도하는 게 좋을까요?_박윤정(가명. 경기 의왕시)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면 간단하게 끝날 일인데 왜 자꾸 남 탓만 할까요? 그런 태도 때문에 비겁하고 나쁜 아이로 비치고, 상대방을 화나게 하고, 관계도 나빠지고, 상황도 악화되는데 말이에요.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많아서 자기 잘못을 감당하고, 책임질 능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간단히 말하자면 ‘약한 아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도우려면 ‘나쁜 아이’가 아니라 ‘약한 아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나쁜 아이가 되기 싫어요_ 남이 나를 혼내고 비난할 때 무작정 방어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고치면서 잘 살아가려면 몸과 마음에 힘이 있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면 나쁜 아이가 되고 주변 사람들이 실망해 돌아서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절대로 잘못을 인정할 수 없겠지요. 

또 혼내는 사람이 아이의 인격을 통째로 무시하고 창피를 자주 준다면 아이는 혼나는 걸 죽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혼나지 않도록, 내 잘못이 아니라는 변명과 구실을 필사적으로 찾으려 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모든 사람은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인정해도 배척받지 않고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합니다. 


나쁜 아이는 안 키울 거야_ 변명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건, 부정적인 뇌 회로가 잘 돌아가서 그렇습니다. 긍정적인 회로를 사용해서 위기를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작은 사건, 사고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위기를 견딜 힘’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위로하고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뇌 회로를 작동하게 하려면 양육자가 그런 성숙한 태도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완벽주의 양육자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아이의 사소한 잘못도 용납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말을 하거나 위협하면서 혼을 내, 부정적인 본보기가 되고, 아이의 뇌에서 부정회로와 자기 비하 회로를 생기게 합니다. 또,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양육자는 아이에게 ‘우기면 된다’는 걸 가르칩니다.  


“네 탓이야.”_ 어린아이가 넘어져서 울 때 엄마가 주변 사물을 때리면서 ‘때찌때찌’ 하는 경우가 있지요? 임시방편으로 주의를 다른 곳에 쏠리게 하면서 아이 울음을 얼른 그치게 하려는 급한 마음에서 그렇게 하게 되는데요. 이런 사소한 양육방식도 아이에게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뇌 회로를 키우게 합니다.   

물건에 걸려 넘어졌으면 앞으로 더 주위를 살피고 조심히 다녀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고, 운동신경이 없어서 자주 넘어지면 다리가 더 튼튼해지고 몸이 민첩해지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어서 가지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은 점점 강해집니다. 하지만 자꾸 남 탓을 하고 스스로 개선이 없다면 약한 채로 계속 변명과 핑계를 찾게 됩니다. 아이에게 ‘실수에서 교훈을 찾는 모습’을 보여 주고 가르쳐 주세요. 


끝장내기_ 변명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아이를 훈육하다 보면,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화가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네가 거짓말쟁이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지’ ‘얼마나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증명하려 들면서, 아이를 몰아세우고 사소한 것까지 캐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와 싸우고 적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는 훈육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혼을 내도 말을 안 듣고 행동의 개선이 없고 음성적으로 나쁜 행동을 하니까, 양육자는 더 화가 나고 비난의 강도도 더 세집니다. 그러면 아이는 더욱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악순환이 됩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뻔뻔하다고 화를 내고 야단치기보다 아이의 약함을 이해하고 ‘불쾌한 마음과 죄책감을 스스로 감싸고 이겨내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죄책감이 너무 커서_ 자기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는, 뻔뻔해 보이는 아이 중에는 도리어 별일이 아닌데도, 쉽게 죄책감을 느끼고, 마음이 까맣게 물든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강한 부정에는 ‘다 내 잘못’이라는 또 다른 잘못된 생각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필요 이상의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기가 무섭고 그래서 하나도 인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잘못을 인정해도 괜찮다는 걸 알게 해 주세요. 심하게 혼내기보다 조곤조곤 상황에 관해 이야기해 줄 때 더 문제 행동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해서,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예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공감을 못하는 아이라면 더더욱 비난해서 될 일은 아닙니다. 비난하고 야단을 치고 화를 내봤자, 이 아이들은 더욱 ‘다른 사람이란 참 이해할 수 없는, 나를 귀찮게 하는 인간들’이라는 마음의 벽을 쌓을 것입니다. 화내지 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너한테 이런 행동은 어울리지 않아_ ‘아이를 살리는 것, 좋은 방향으로 더 잘살게 도와주는 것’이 훈육의 목표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지적하고 비난할수록 아이 안에 있는 나쁜 아이를 강화한다는 걸 기억하시고 ‘너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세요. “너처럼 좋은 아이에게는 이런 행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용기를 주시면서 아이 안에 있는 건강하고 좋은 부분을 살려 주고, 바르게 살아가는 힘을 길러 주세요.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고래가그랬어 154호      인터넷서점 알라딘 바로가기        인터넷서점 Yes24 바로가기




11월 3주 이 블로그 인기글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