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는 손버릇이 고약합니다. 자꾸 남의 돈과 작은 물건을 슬쩍 훔쳐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 아이라서 훔친다는 험악한 말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달리 쓸 표현이 없네요. 말하지 않고 몰래 가지고 가는 건, 훔치는 거니까요. 아이에게 그건 나쁜 거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을 타이르고 크게 혼도 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자기가 한 행동이 나쁜 일이라는 자각이 별로 없나 봐요. 저한테 혼나는 순간만 ‘안 그럴게’라고 하고, 다시 그대로인 거 보면. 아이에게 먹을 거 입을 거 부족하게 한 적 없는데, 왜 이런 나쁜 손버릇이 생긴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바로 잡아 주는 게 좋을까요?_박윤정(가명. 경기 의왕시)


마음이 고파요 

배가 고플 때 먹을 것에 손이 가는 것처럼, 아이들은 마음이 허전할 때 허한 마음을 채우려고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댈 수 있습니다. 마치 에너지가 필요할 때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것처럼 물건이나 돈이라는 자원을 끌어당겨서 가져오는 겁니다. 가정환경이 넉넉한데도 훔치는 버릇이 있는 아이들 역시,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훔칩니다. 풍족한 환경에 자상한 부모와 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 결과를 중요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받고 기댈 곳 없이 허전해 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아이 마음속에 어떤 속상함과 허전함이 있는지 살펴주세요. 감정적으로 공감해 주고, 속상한 마음을 풀어줘서 마음이 차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심리치료에 오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온전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숨으로 온전함을 느끼도록 돕습니다.  


너처럼 되고 싶어

훔치는 아이들은, 지저분하고 볼품없고 인기 없는 아이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고 자기보다 훌륭한 아이의 물건을 가져오곤 합니다. 왜 외모도 멋지고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고 행복해 보이는 아이의 물건을 가져오는 걸까요? 바로, 그 아이처럼 되고 싶은 무의식적인 소망이 도벽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부럽고 닮고 싶은 아이의 물건을 가져와 소유하고 있으면 그 아이의 일부분을 공유하는 거 같아 심리적인 안정을 얻고 그렇게 되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이 충족됩니다. 그 아이처럼 멋져지기 위해 더 열심히 긍정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면 좋을 텐데,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동할 능력이 되지 않으니 병적인 환상충족인 도벽으로 가는 것이지요. 아이 안에 있는 좋은 점들을 찾아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어서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도와주면, 조금씩 해결됩니다.   


짜릿하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라는 말이 있지요? 도벽이 있는 대부분의 아이는 남의 물건을 가져오는 게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도덕심, 양심이 있어서 잘못된 행동을 하다 들키면 혼이 나고 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규칙을 몰래 어기는 행동은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긴장감이 있고 자극적이고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거저 얻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쾌감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특히 지루함을 많이 느끼는 아이일수록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자극을 즐기려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죄책감과 자존감 저하로 이어집니다. 나중엔 여기서 나오고 싶지만, 이미 쾌감에 중독된 뇌는 아이를 쉽게 놔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훔치는 버릇이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서 더 큰 만족감과 쾌감의 뇌 회로를 만들어 주어야 건강하게 이 습관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잘 몰라요 

어린 아이일수록 자기중심적이어서 물건을 가져와서 가질 때 자기가 느끼는 기쁨과 충족감만을 생각하고,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 그리고 그 행동으로 인해 잃게 되는 본인의 신뢰와 평판, 가족들의 실망과 아픔까지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럴 때는 자기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넓게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세요. 어떤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어려울 수 있어서, 자기의 마음을 읽고 대화하고 다독이는 것부터 연습해 주어야 합니다. 사회성과 도덕성은 머리로 규칙을 안다고 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마음 읽기, 감정 느끼기, 공감 능력 키우기가 중요합니다. 

심하게 혼내고 비난하고 때리는 등의 강한 충격요법을 줘서 훔치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말도 들어보셨지요? 하지만 공감 능력과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는 심하게 창피를 당하더라도 눈을 피해 가면서 극악하게 도둑질을 하게 됩니다. 이해받지 못한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더욱 공격성을 표현하게 되고요. 만약 심성이 약한 아이라면 이런 충격 요법에 마음이 위축되고 죄책감이 심해서 마음에 병이 나고 사회적으로 제구실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좀 봐 주세요

평소에 관심이 없고, 눈도 잘 안 마주치고 숙제해라 학원가라 잔소리하고 공부만 강요하던 부모가 나쁜 행동을 할 때는 불러다 야단치고 똑바로 쳐다보라며 혼을 낸다면, 아이들은 사고를 쳐서라도 부모의 관심을 끌고 소통을 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에너지 소통이지만 그래도 교류가 없고 외로운 것보다는 낫다고 느끼는 겁니다. 자꾸 맞을 짓을 하고 혼날 일을 만드는 아이들은 이런 상호작용 패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 주세요. 만약 그렇다면 훔친 일을 알게 된 상황에서 심하게 흥분하거나, 과잉 반응을 하지 마시고 차갑고 조용하게 훔치는 행동의 결과에 대해 알려주세요. 협박하거나 겁을 주기보다, 이렇게 말해주세요.

“엄마는(아빠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잘되고 잘 살기를 바란다.”

“훔치는 행동은 좋지 않은 거고, 너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단다.”

“무엇보다 그 행동은 너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너는 잘살고, 다른 사람들도 살리는 일을 할 사람이야.”

“너는 본성이 착하고 하늘과 닿아 있는 넓고 큰 아이란다.” 

“좋은 아이란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고래가그랬어 155호      인터넷서점 알라딘 바로가기        인터넷서점 Yes24 바로가기


 

11월 3주 이 블로그 인기글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