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골에서 아이들을 맡아 돌보는 교사입니다. 6학년 한 아이가 습관적으로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자주 혼을 내게 되는데요. 옷 정리하는 것, 책가방 정리하는 것을 잊고, 자꾸 자기 물건을 이곳저곳에 놓고 다녀 하루에도 몇 번씩 지적하게 됩니다. 잔소리로 들릴까 봐 가끔은 그냥 넘기기도 하지만 그러면 더 심해집니다. 그냥 두면 "지난번에도 이렇게 했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거든요. 강하게도 해 봤지만 소용없는 거 같습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_ 작은아이 (가명. 전남 완도군)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상황을 잘 살피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하지요. 정신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다른 데 팔린 것 같습니다. 3차원인 현실 세계가 아닌 4차원, 5차원의 세계에서 따로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보통 사람들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면 불러도 못 듣는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져서 온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거나, 좋아하는 게임이 눈앞에 아른거릴 수도 있고, 학교가 끝나면 놀러 나갈 생각에 신이 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은 일시적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부주의한 모습을 보입니다. 딴 세계에 살고 있어서, 지금 여기에서 뭔가를 보고 들어도 깊이 마음속에 새기지 못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머릿속에서 영화 상영 중 

아이가 빠져 있는 세계는 상상의 세계일 수 있습니다. 현실과의 선이 느슨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려하지 못하고, 뜬금없이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상상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도 지겨워하고 피하게 됩니다. 이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 창조적이고, 자기가 좋아서 몰입하는 것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구슬이 열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재능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어렵고 협업이 안 돼서 모둠 수업이 어렵고 주변을 치우지 못하고 물건을 늘어놓고 정리를 못해서 다른 아이들까지 피해를 보게 됩니다. 


걱정이 너무 많아요 

아이가 주의력이 부족할 때 꼭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정서적으로 힘들고 불안정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큰 걱정거리가 있을 수 있고,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일을 겪고 그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다양한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싸우고 헤어진다는 말을 들어서, 가족이 아파서, 애완견이 곧 죽을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아서 걱정합니다. 성추행을 당한 일이 자꾸 떠올라서 괴롭거나, 교통사고 난 것을 보고 놀라서 힘들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다치죠? 

부주의한 아이들은 잘 다치기도 합니다. 부딪쳐 멍이 들어도 언제 어디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 돌부리에 걸리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합니다. 자기 몸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몸과 주변 사물과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해서입니다. 3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 살고 있다는 말이 이해되시지요? 넘어질 때도 보호 반응이 적절히 나오지 않아 팔로 땅을 짚거나,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앞니가 부러지거나, 얼굴을 다치는 일도 생깁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도 자기 주변의 사물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못 하겠단 말이에요

부주의한 아이 중 상당수가 손이 굼뜨고, 몸을 쓰는데 곤란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몸으로 하는 활동을 싫어합니다. 옷 정리, 물건 정리 등 주변 정리는 대부분 몸으로 하는 것들입니다. 습관이 들어 있지 않거나 처음 하는 활동은 어색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습니다. 그러면 자꾸 피하게 되고, 결국 또 습관이 잡히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겠지요. 게으르고, 못돼서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게 아니라, 뇌신경계에서 회로 형성이 잘되지 않은 상태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조용한 ADHD

흔히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라고 하면 과잉행동을 하거나 충동적인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과잉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주의력이 결핍으로 곤란함을 겪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로 진단합니다. ‘조용한 ADHD’라고 부르기로 하고요. 이 아이들은 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교사의 말을 흘려듣거나, 주변 정리를 못하고, 멍하니 딴생각을 하는 듯하고, 주의가 산만한 특징을 보입니다. 이 아이들은 지능이 좋아도, 생활습관이 엉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성 뇌, 집중력 뇌, 행동 조절/계획 뇌가 아직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그럴수록 신체활동을 많이 하도록 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가지씩 정리해 나가게 돕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 주면 좋습니다. 


좋아지고 있구나!

정도가 심하고 개선이 안 될 때는 전문가 상담을 꼭 받도록 도와주세요. 아이 상태에 따라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감각통합치료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ADD 아이들을 심하게 혼이 나면, 스트레스를 받고 놀라서 정신이 더 없어집니다. 혼란스러워하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해 집니다. 그래서 정신이 없고 산만한 아이들일수록 놀라게 하지 말고 천천히 상황을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한 가지를 기억에 남게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말로 해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말도 행동이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실행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종이에 할 일을 순서대로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실수가 잦더라도 자꾸 야단을 치기보다, 조금이라도 보이는 좋은 변화에 집중해서 칭찬해 주세요. 점점 더 좋아진다고 암시해 주면 분명히 조금씩 좋아질 겁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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