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람들이 ‘여성혐오’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여성혐오가 뭐야?”
“글쎄, 남자들이 여자들을 막 싫어하고 미워하는 건가?”
“나는 남자인데 여자인 너를 미워하지도 않고, 우린 되게 친하잖아!”
“그러게. 잘 모르겠네. 선생님은 아시겠지?” 나미와 재원이는 특별 수업 선생님께 물어보기로 했어요.
“오늘 두 사람이 우리 모두 알아야 할 중요한 질문을 했어요.” 특별 수업 선생님이 나미와 재원이를 칭찬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여성혐오’라는 말은 영어로 ‘미소지니(misogyny)’라고 해요. 이 말은 여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 등 부정적인 태도와 이해를 뜻해요. 여성혐오는 여자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때리고 따돌리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그래서 더욱 위험하죠. 간단하게 말하면, 여성혐오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 사람 그리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남자만 여성혐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그런다는 거예요. 왜 여자가 같은 여자를 혐오할까, 참 이상하지요? 이걸 얼핏 보고 ‘그러니까 여자들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이런 생각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하는 거예요. 여성이 왜 여성혐오를 하게 되는지, 숨겨진 부분을 살펴보죠.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어려운 말로 ‘가부장주의 사회’라고 한답니다), 모든 곳에서 중요한 일을 남자가 하고 있어요. 신문이나 TV에 중요한 사람으로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남자일 거예요. 그러니까 남자가 늘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에 가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어릴 때부터 여자보다 ‘어쨌든’ 남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 돼요. 이런 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 ‘여성혐오의 내면화’라고 해요. 그러니까 집안에서, 집 밖에서, 교과서나 동화에서, TV 드라마나 영화 등 우리가 만날 보고 배우는 것들 속에 여성혐오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도, 여자가 남자보다 못나고 또 뭔가 나쁜 일을 일으키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나미가 중요한 질문을 해서 선생님 기분이 참 좋아요. 왜냐하면, 어떨 때는 좋은 질문이 해답보다 중요하거든요. 좋은 질문은 여러분이 두고두고 그 질문과 관계된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신나는 초대장’과 같답니다. 자, 그럼 다음 시간에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미와 재원이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어요.
“역시, 선생님께 물어보길 잘한 거 같아.” “인정! 안 했으면 후회할 뻔!” 


*  빙산의 일각_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대부분이 숨겨져 있고 보이는 건 극히 일부분일 때를 비유하는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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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강남순 미국 텍사스의 대학교에서 철학과 종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에요. 지은 책으로는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정의를 위하여> <용서에 대하여> 들이 있어요. 내게 살며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친구는 nshoffnung@gmail.com으로 편지 보내줘요. 메일함을 볼 때마다 신날 거예요.


그림_ 허지영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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