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선생님이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거야. 어서 가자!” 재원이와 나미는 특별 수업이 있는 교실로 신나게 갔어요.  


오래전 중세 유럽에서 500여 년 동안 지속된 ‘마녀 화형’이라는 사건이 있었어요. 마녀 화형은 여성혐오가 빚어낸 끔찍한 사건이었지요. 수없이 많은 여자가 마녀로 몰려서 심문을 당하고 화형을 당했어요. 불에 태워 죽여야 속에 있는 나쁜 것들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당시 20만 명에서부터 900만 명이 죽었다는 주장이 있으니, 정확하게 몇 명이 마녀로 몰려서 죽었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렇지만 엄청난 수의 여자들이 마녀로 몰려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분명해요. 그런데 그 여자들이 정말로 어떤 나쁜 일을 했을까요? 아니에요. 다른 여자들과 조금만 다르거나, 심지어 동네에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마녀로 몰아갔어요. 수많은 여자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어요.
그런데 여러분, ‘마남’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아무도 없을 거예요. 마남이라는 단어는 없으니까요. 왜 없을까요? 여자들만 나쁜 일을 하고, 남자들은 나쁜 일을 하지 않아서일까요? 조금만 생각하면 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어요. 여자들을 마녀로 모는 문서를 만들고 잡아서 심문하고 화형 시킨 사람들은 힘이 있는 남자들이었거든요. 여자들이 남자를 마남으로 몰아서 해를 입힌 경우는 없었어요. 그러니 마남이라는 단어도 없고 ‘마남 화형’이라는 역사적 사건도 없었던 거지요.
물론 지금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여성혐오가 일어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여자들을 남자보다 못났으니까 함부로 대하거나 또는 나쁜 사람으로 모는 경우가 참 많아요. 학급에서 반장이나 부반장을 뽑을 때를 생각해 볼까요. 임원을 뽑을 때는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일을 잘할지를 먼저 보아야 하지요. 그런데 남자인가 여자인가를 먼저 보고서 남자는 반장, 여자는 부반장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겨요. 여자는 만만하니까 함부로 막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밀치는 사람도 많지요. 똑같이 잘못해도, 남자가 잘못하면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지만, 여자가 잘못하면 ‘역시 여자는 문제야’라고 말하곤 해요. 이 모든 것들이 여성혐오랍니다. 여자는 ‘어쨌든’ 남자보다 못나서 함부로 대해도 되고, 무슨 일을 해도 남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니까요.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평등한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하지 말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마녀 화형이라니,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일이야.” 수업을 마친 재원이와 나미는 한참 동안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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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강남순 미국 텍사스의 대학교에서 철학과 종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에요. 지은 책으로는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정의를 위하여> <용서에 대하여> 들이 있어요. 내게 살며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친구는 nshoffnung@gmail.com으로 편지 보내줘요. 메일함을 볼 때마다 신날 거예요.

그림_ 허지영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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