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가 뭐예요?①


“요새 사람들이 ‘여성혐오’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여성혐오가 뭐야?”
“글쎄, 남자들이 여자들을 막 싫어하고 미워하는 건가?”
“나는 남자인데 여자인 너를 미워하지도 않고, 우린 되게 친하잖아!”
“그러게. 잘 모르겠네. 선생님은 아시겠지?” 나미와 재원이는 특별 수업 선생님께 물어보기로 했어요.
“오늘 두 사람이 우리 모두 알아야 할 중요한 질문을 했어요.” 특별 수업 선생님이 나미와 재원이를 칭찬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여성혐오’라는 말은 영어로 ‘미소지니(misogyny)’라고 해요. 이 말은 여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 등 부정적인 태도와 이해를 뜻해요. 여성혐오는 여자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때리고 따돌리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그래서 더욱 위험하죠. 간단하게 말하면, 여성혐오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 사람 그리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어요. 남자만 여성혐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도 그런다는 거예요. 왜 여자가 같은 여자를 혐오할까, 참 이상하지요? 이걸 얼핏 보고 ‘그러니까 여자들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이런 생각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하는 거예요. 여성이 왜 여성혐오를 하게 되는지, 숨겨진 부분을 살펴보죠.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어려운 말로 ‘가부장주의 사회’라고 한답니다), 모든 곳에서 중요한 일을 남자가 하고 있어요. 신문이나 TV에 중요한 사람으로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남자일 거예요. 그러니까 남자가 늘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고 학교에 가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어릴 때부터 여자보다 ‘어쨌든’ 남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 돼요. 이런 것을 조금 어려운 말로 ‘여성혐오의 내면화’라고 해요. 그러니까 집안에서, 집 밖에서, 교과서나 동화에서, TV 드라마나 영화 등 우리가 만날 보고 배우는 것들 속에 여성혐오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도, 여자가 남자보다 못나고 또 뭔가 나쁜 일을 일으키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 나미가 중요한 질문을 해서 선생님 기분이 참 좋아요. 왜냐하면, 어떨 때는 좋은 질문이 해답보다 중요하거든요. 좋은 질문은 여러분이 두고두고 그 질문과 관계된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신나는 초대장’과 같답니다. 자, 그럼 다음 시간에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미와 재원이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어요.
“역시, 선생님께 물어보길 잘한 거 같아.” “인정! 안 했으면 후회할 뻔!” 


*  빙산의 일각_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대부분이 숨겨져 있고 보이는 건 극히 일부분일 때를 비유하는 말이랍니다.




여성혐오가 뭐예요? 


“오늘도 선생님이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거야. 어서 가자!” 재원이와 나미는 특별 수업이 있는 교실로 신나게 갔어요.  


오래전 중세 유럽에서 500여 년 동안 지속된 ‘마녀 화형’이라는 사건이 있었어요. 마녀 화형은 여성혐오가 빚어낸 끔찍한 사건이었지요. 수없이 많은 여자가 마녀로 몰려서 심문을 당하고 화형을 당했어요. 불에 태워 죽여야 속에 있는 나쁜 것들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당시 20만 명에서부터 900만 명이 죽었다는 주장이 있으니, 정확하게 몇 명이 마녀로 몰려서 죽었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렇지만 엄청난 수의 여자들이 마녀로 몰려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분명해요. 그런데 그 여자들이 정말로 어떤 나쁜 일을 했을까요? 아니에요. 다른 여자들과 조금만 다르거나, 심지어 동네에 나쁜 일이 일어나도, 마녀로 몰아갔어요. 수많은 여자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어요.
그런데 여러분, ‘마남’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아무도 없을 거예요. 마남이라는 단어는 없으니까요. 왜 없을까요? 여자들만 나쁜 일을 하고, 남자들은 나쁜 일을 하지 않아서일까요? 조금만 생각하면 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어요. 여자들을 마녀로 모는 문서를 만들고 잡아서 심문하고 화형 시킨 사람들은 힘이 있는 남자들이었거든요. 여자들이 남자를 마남으로 몰아서 해를 입힌 경우는 없었어요. 그러니 마남이라는 단어도 없고 ‘마남 화형’이라는 역사적 사건도 없었던 거지요.
물론 지금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여성혐오가 일어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여자들을 남자보다 못났으니까 함부로 대하거나 또는 나쁜 사람으로 모는 경우가 참 많아요. 학급에서 반장이나 부반장을 뽑을 때를 생각해 볼까요. 임원을 뽑을 때는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일을 잘할지를 먼저 보아야 하지요. 그런데 남자인가 여자인가를 먼저 보고서 남자는 반장, 여자는 부반장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겨요. 여자는 만만하니까 함부로 막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밀치는 사람도 많지요. 똑같이 잘못해도, 남자가 잘못하면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지만, 여자가 잘못하면 ‘역시 여자는 문제야’라고 말하곤 해요. 이 모든 것들이 여성혐오랍니다. 여자는 ‘어쨌든’ 남자보다 못나서 함부로 대해도 되고, 무슨 일을 해도 남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니까요.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평등한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하지 말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마녀 화형이라니,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일이야.” 수업을 마친 재원이와 나미는 한참 동안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여성혐오가 뭐예요?③ 


여성혐오는 우리 사회에 나쁜 관계들을 퍼지게 하는 이를테면 질병 같다고 할 수 있어요. 병에 걸렸으면 왜 그 병에 걸렸는지 알아보고, 그 병을 고치려고 해야겠지요? 여성혐오라는 이름의 병을 고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면 좋겠어요. 
여성운동이 서양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때, 여자들이 제일 먼저 찾고 싶어한 것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참여하는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자도 남자와 같이 똑같이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권리’였지요. 그런데 왜 여자들은 안 된다고 하고, 남자들만 투표하게 하고 대학을 가게 했을까요? 옛날에 서당이 있을 때, 양반 계급의 남자들만 서당에서 공부할 수 있었지요. 여자나 천인 계급의 남자는 서당에서 공부하지 못하게 했어요. 미국에 하버드 대학교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은 1636년에 설립되었는데 남자들만 입학할 수 있었어요. 여자들의 입학이 허용된 것은 그로부터 243년이 지난 1879년이었어요. 그리고 특히 미국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만 공부할 수 있는 세 개의 분야가 있어요. 신학, 법학, 그리고 의과대학원이지요. 그 세 분야를 가르치는 학교에 여자들이 입학할 수 있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답니다. 왜 그런지 알아요? 이 세 분야의 공통된 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이에요. 그만큼 그 어떤 다른 분야보다 중요한 것이어서, 성숙한 사람들만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해서 언제나 미성숙한 사람들이니, 성숙한 남자들만 공부해야 한다고 여겼던 거예요.  하버드 대학교에서 의과대학원은 1945년, 법학대학원은 1950년, 그리고 신학대학원은 1955년에 비로소 여자들에게도 입학이 허용되었답니다.
이런 차별과 폭력의 근거가 되는 게 ‘여성혐오 사상’이에요. 마녀화형 사건,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함부로 무시하는 것,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에게는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이 눈에 보이게 나타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해요.  
이제 지금까지 나눈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 봅시다. 첫째, 우선 여성혐오는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한 사람’이고, 또한 남자를 위험에 빠뜨리곤 하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둘째, 그런 여성혐오는 남자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여자도 다른 여자를 보면서 ‘아무튼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믿을만해’라고 생각하고, 여자가 반장이나 회장과 같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할 때, 또는 중요한 의견을 낼 때, 여자이면 괜히 못 믿고 무시하기도 하죠. 이것도 여성혐오랍니다. 셋째, 여성혐오는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보이는 여성혐오’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아주 남자와 여자의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여성혐오’가 있다는 것이에요.
여성혐오는 우리 사회에 나쁜 관계들을 퍼지게 하는 이를테면 질병 같다고 할 수 있어요. 병에 걸렸으면 왜 그 병에 걸렸는지 알아보고, 그 병을 고치려고 해야겠지요? 여성혐오라는 이름의 병을 고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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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강남순 미국 텍사스의 대학교에서 철학과 종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에요. 지은 책으로는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정의를 위하여> <용서에 대하여> 들이 있어요. 내게 살며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친구는 nshoffnung@gmail.com으로 편지 보내줘요. 메일함을 볼 때마다 신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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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_ 허지영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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