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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과 ‘성평등’은 다른가요?

작성일 작성자 고래


“‘양성평등’은 되지만 ‘성평등’이라는 말은 쓰지 말라고 하는 거 봤어?” 재원이 학교 가는 길에 나미에게 물었어요. “응, 텔레비전에서 ‘양성평등-Yes’ ‘성평등-No’라고 적힌 피켓 들고 소리치는 사람들 봤어. 성평등이라는 말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거라 반대한다면서? 그래서 여성가족부에서 결국 양성평등이란 말을 쓰기로 했다던데…. 두 개가 무슨 차이야?” 나미와 재원이는 무척 궁금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물어보기로 했죠. 

재원이와 나미가 오늘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어요. 여러분, ‘여성가족부’를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 아나요?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예요. 번역하면 ‘젠더 평등과 가족부’라고 할 수 있어요. 영어와 한글의 표현이 좀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을 거예요. ‘젠더 평등’을 ‘여성’으로 바꾸어 버리면 별안간 문제가 너무 단순해져요. 왜냐고요? 지난 시간에 우리가 이야기 나눈 것처럼, 젠더에는 여성만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그리고 트랜스젠더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젠더를 여성 또는 양성으로만 표현하는 건 사실상 맞지 않아요. 양성이란 생물학적으로 여자와 남자만을 뜻하는데, 우리 중에는 생물학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모습 모두를 가진 사람도 태어나거든요. 그러니까 양성만 ‘진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배제하고 사람 취급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아요. 간성이나 트랜스젠더도 같은 사람인데, 마치 없는 사람처럼 대하면 안 되지요.

재원이와 나미가 봤던 사람들은, 여성가족부에서 정책을 만들거나 홍보할 때 성평등이라고 하지 말고 양성평등이라는 말만 쓰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밝혀 쓰기 위해 그렇게 주장하는 걸까요? 아니요. 그들은 그저 자기와 성별이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동성애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기고 반대하는 거예요. 

처음 페미니즘이 나왔을 때는 전통적으로 여자-남자 문제에만 신경을 썼어요. 긴급한 문제였기도 했고, 그때는 다른 성에 대한 이해도 별로 없었던 때여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했지요. 요즈음 페미니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담아야 해요. 여자-남자로 만이 아니라 장애인-비장애인, 부자-가난한 자, 이성애자-동성애자 등의 문제도 귀 기울여야 하죠. 사람은 각기 다른 조건들 속에서 태어나요. 그러니까 여성이라고 해도 장애인인가 비장애인인가, 부자인가 가난한가, 이성애자인가 동성애자인가 등에 따라서 매우 다르게 취급되거든요. 페미니즘은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이제 한꺼번에 생각해야 한답니다. 

국가의 정책 등을 담은 문서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말만 쓰라고 하는 게, 결국 어떤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인지, 조금 이해가 되었나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쓸 것인가도 세심하게 배우고 생각해야 한답니다.  




글_ 강남순 미국 텍사스의 대학교에서 철학과 종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에요. 지은 책으로는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정의를 위하여> <용서에 대하여> 들이 있어요. 내게 살며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친구는 nshoffnung@gmail.com으로 편지 보내줘요. 메일함을 볼 때마다 신날 거예요.

그림_ 백두리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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