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듯 한해가 저물어 간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열차를 탔거나

기다리는 승객인지도 모른다

창밖을 스쳐가는 풍경이 어찌 모두 아름답겠냐 마는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가는 년말 즈음이면

마음이 더욱,그러하다

시작과 끝이 교차되는 일몰과 일출의 이야기 처럼

우리에게는 또 다른 내일이있다

못 다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엉키듯 설킨 풀리지 않든 일 들을 한 웅큼 뭉쳐서

가는 해에 실어 보내자

무술년에 있었든

그런 이야기를 사진에 묶어 보았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든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어면

낯설은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든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곽재규 시 사평역에서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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