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 않은 곳

박 은혜 교장 선생님의 훈화 중 아직도 남아있는 ...

작성일 작성자 로마병정




명륜동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걸어서 등교하던 어느 여름

운동장 뙤악볕 아래 모인 전교생

앞에서도 옆에서도 뒤에서도

반듯하게 줄이 맞아야 하는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의 훈시는 끝없이 길게만 느껴진


제군들

오늘 아침 

곁에서 부리는 사람들을 얼마나 들볶으며 등교 했는가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얕잡아 보는  

가장 직급이 낮다 생각하는 그들에게서 존경을 받을수 없다면

그 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들에게서 어찌 존경을 받겠는가

오늘부터 자네들이 갖어야 할 태도는   

내 집에서 부리는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는 지성인이 되기를 바란다 ......


그날 공부시간

곁에 앉은 짝꿍이 투덜댄다

자기 시중을 드는 애가 가방을 잘못 싸줬단다

네가 가방 안싸니 ...?

응 그애가 싸줘    ...!

그런데 고 기집애가 요일을 잘못알고 싸줬네.

이럴수가 이럴수가 부자들은 그렇게들 사는구나 ...


비행기 회사의 따님인 그애는

방향이 같다면서 하교 때 마다 나를 태우고 근처에서 내려 주었었다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있는 그날의 훈화

내 집에서 부리는 사람들

나보다 낮은 그니들

그리고 존경 

육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내 행동에 제약을 건다

그러나 둘러 보아도

나보다 낮은 직급은 없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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