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포근하던 날씨가 다시 추워졌다.

이런 날이면 생각나는 다리,

외 나 무 다 리.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우리 동네에는 기계식 방앗간이 없고,

디딜방아만 있던 시절이라

콩가루를 빻거나 가래떡을 할 적에는

평은면소제지에 있는 방앗간에 가거나

평은초등학교 앞을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

영은초등학교가 있는 동네에 갔다.

 

초등학교를 다녔을까 말까한 어느 섣달그믐쯤에

어매를 따라 영은에 가래떡을 하러 갔다.

집을 나서서 오솔길을 한참을 걸어 내려가

오개미란 동네를 지나

긴 논둑길을 걸어 들어간 곳에 시냇물이 있었다.

그 시냇물을 가로질러 놓은

제법 굵은 나무기둥을 잘라 냇물바닥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무를 넓적하게 켜서 연결해 놓은 다리를 만났다.

둑에서 바라보기엔 살얼음 살짝 낀 시냇물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과 어울려 그

림같이 아름다운 것이었는데

어매는 그것이

"외나무리"

라고 했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나는 산골에서 매일 나무에 올라가서

감 따먹고 밤 따먹으며 놀던 시절이라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엔 이력이 나있어서

자신만만하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처음의 살얼음 낀 부분은 잘 건너갔는데

중간쯤에 가니 물이 깊어서인지 얼어있지 않으니

흐르는 물과 가느다란 다리가 휘감겨 돌아가기 시작하고,

'어지럽다.'

싶더니만 그만 물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물은 그리 깊지 않아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옷이 물에 흠뻑 젖고 그 추운 날에 금방 꽁꽁 얼기 시작했다.

어매는 얼른가자고 내 손을 이끌었고

나는 옷에 물을 뚝뚝 흘리면서 따라가기에 바빴다.

방앗간에 도착해서 어매가 떡을 하는 동안에

아궁이 앞에서 옷을 말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엔

외나무다리 건너기는 어매 등에서 해결하였다.

 

그 때의 후유증으로 외나무다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그 무섭던 외나무다리를


한 번 쯤 건너보고 싶었다.

 

그 소망은 수 년 전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에서 이루어졌다.

'외나무다리 축제'에 가서 다리를 무사히 건너면서

옛날의 공포는 사라지고 처음 외나무다리를 보았던

그 때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게 남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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