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기차를 타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가을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을 때이다.

산골마을에서 면소제지에 있는 학교만 왔다 갔다 하다가

가끔 읍내 장이라도 가는 날은

걸어서 가거나 비포장도로를 터덜거리며 달리는

버스를 타고 갔기 때문에 기차를 탈 일은 전혀 없었다.

걸어서 영주장에 갈 때면 기찻길 옆을 걸어가는 곳도 있었다.

그 때  부~~~웅 하는 기적소리를 내면서 달리는 기차는

늘 타보고 싶은 신기한 탈것이었다.

그런 신기한 기차를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면서 탔으니

그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침에 평은역에서 탄 완행열차를

저녁 어스름이 내릴 때쯤에 서울에 내렸으니 하루 종일을 기차를 탄 셈이다.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오면서 조금 큰 역으로는

영주역, 단양역, 제천역, 원주역, 양평역을 지났지만

이름도 모르는 작은 역들의 수없이 지나쳤었다.

그 때 지나쳐오던 작은 역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역,

지금은 폐역이 된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구둔역을 다녀왔다.

 

 

 

 

지평면을 지나 도착한 구둔역으로 가는 일신리 입구에 있는 안내석.

카메라맨 형상이 있는 것은 이 마을이

영화체험마을(아마추어영화인의 마을)이기 때문인 모양이다.

 

 

 

 

 

네비양이 안내하는 대로 찾아간 구둔역은

예전 수학여행 올 때의 그 때 그 모습으로 다소곳하게 서있다.

마치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을 떠나던 평은역처럼.....

한 번쯤 손보았을 것 같은 지붕이며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옛날 모습인 것 같은 구둔역은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4월 1일

청량리에서 강릉과 태백을 연결하는 중앙선의 역으로 시작했단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간이역이 되었단다.

그리고 청량리~원주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기존노선이 변경되어

2012년 8월 16일 폐역이 되었단다.

당시 구둔역은 지금의 자리에서 1km 떨어진 새 역사로 이전되었다가

2013년 구둔역이라는 명칭이 일신역으로 변경되면서

현재 구둔역이란 폐역이 되었단다.

 

 

 

 

구둔역은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되어

우리의 근대문화유산이 되었다.

폐역이 되어 사라질 수도 있었을 운명이

이렇게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문을 열고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다.

페인트 칠한 나무의자의 느낌도 옛날 그대로이고

마지막 열차시간표와 요금표도 그대로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가끔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으니

그 때도 이 역을 지났을 텐데도 기억에는 없다.

그런 역에서 나는 추억을 새긴다.

저 낙서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역무원이 표를 팔던 창구 너머의 사무실도 그대로 멈춰져있고,

구둔역을 지켰던 마지막 역장의 사진 한 장이 위태롭게 세월을 붙잡고 있다.

 

 

 

 

대합실 밖으로 나가본다.

구둔역이라는 이름을 단 더 달리고 싶을 열차가 세워져있고

그 앞에는 소원나무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은 모양인지 소원지는 적다.

 

 

 

 

 

 

플랫홈으로 들어가본다.

청량리 방향과 강릉 방향으로 가는 철길이 시원하게 뚤려있다.

한때는 철마들의 길이었던 철로,

이제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제훈이를 따라하는 연인들의 길일 것 같다.

 

 

 

 

 

 

구둔역에는 유난히 간이의자가 많다.

플렛홈에도 있고 역마당에도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의자인지

아니면 동네 노인들의 쉼터인지는 모르지만

의자에 써놓은 글이 지금의 구둔역과 딱 어울리는 글이다.

 

 

 

 

 

구둔역이 수련원으로 쓰이기도 하는 모양인데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같다.

화장실은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이 오염되어 있다.

도저히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길이 보전하자면 확실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한때 이 구둔역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외지로 나가고

드문드문 들어서는 전원주택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구둔역 앞 동네.

건물들이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그런 동네의 모습처럼 구둔역도 문화유산에 걸맞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옛것은 보전하되 현대에 맞게 찾는 사람들을 편리하게도 했으면 좋겠다.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작은 구멍가게라도 하나 쯤 만들어

새로운 추억의 공간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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