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산행

홍천 가리산이 이렇게 멋진 곳이야?

작성일 작성자 즐풍









2018.12.01. 토   09:50~15:41(전체 거리 13.1km, 전체 시간 05:51, 휴식 시간 20분)   맑음



오늘 산행할 가리산은 남들이 다 깡촌으로 생각하는 강원도 중에서도 이름도 생소한 홍천군 화촌면에 있다.

지금이야 서울양양간고속도로가 뚫려 접근이 쉽지만, 예전엔 흉악한 산골이었다.

산행 들머리인 홍천고개는 군청이 있는 홍천 시내까지 33km 거리를 승용차로 뱅글뱅글 돌아 30분 걸린다.

북서쪽으론 소양호가 가로막아 더 진행할 길은 이내 끊기니 민가도 거의 없는 무인지경이다.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건 홍천군이 우리나라 시, 군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지자체라는 것이다.

면적은 1,817.90㎡로 2위인 인제군 보다 196.97㎡가 더 넓어 인제군에 206.22㎡인 전주시를 합해야 홍천보다 조금 더 크다.

전국 지자체 중 면적 넓기로 상위 10위 안에 든 강원 지역은 홍천군, 인제군, 평창군, 정선군, 삼척시가 있다.

강원도에 절반은 휴전선이 가로놓였으나 여전히 큰 면적을 차지하며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태백산 등 명산이 즐비하다. 


이번 산행에서 A코스는 홍천고개가 들머리이고, B코스는 가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이 들머리이다.

어느 쪽에서 산행하든 산행 거리는 10km 내외로 비슷해 좀 더 산행하기 쉬운 곳은 어딜까 머리를 굴려본다.

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은 해발 370m 정도이고, 가리산 고갯마루인 홍천고개는 해발 590m이다.

추운 겨울이라도 200여 m의 고도를 올리려면 땀 한 움큼은 흘려야 가능한 일이니 좀 더 쉬운 홍천고개를 들머리로 삼는다.


이제 나이가 드니 산행도 점점 요령이 생긴다.

지난주엔 사패산 남근바위에서 건너편 1, 2보루로 가는 거리를 줄일 생각에 눈 쌓인 산비탈을 직선으로 가로질렀다.

시간과 거리는 줄였겠으나 가파른 비탈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와 스틱에 온 힘을 주다 보니 체력 소모가 많았다.

월요일에 출근하려고 일어나는데 온몸이 뻐근하니 거리를 줄인다는 게 오히려 피로만 가중한 셈이다.


산행 9년 차면 이젠 제법 요령이 생길 만도 한데 늘 지난날 힘들었던 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게 문제다.

그러니 여전히 나뭇가지나 가시에 걸려 옷은 훼손되고 몸엔 상처 나기 일쑤니 산행은 늘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옷이야 꿰매거나 새로 사면 그만이지만, 당장 긁힌 상처는 샤워할 때 고통이 따르고 상흔이 남는다.

이젠 부모님이 작고하셔 내 상처로 맘 아프게 할 불효를 보여드리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가리산 등산코스

등산 앱을 중간에 실수로 끄고 다시 실행했기에 하나로 연결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안내도로 대신한다. 





홍천고개에서 가리산 정상까진 별로 볼 게 없다.

산은 육산인데다 간간이 소나무가 있으나 대부분 참나무숲이다 보니 키만 커 조망이 뚫린 곳이 전혀 없다.

홍천고개에서 등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은지 참나무 낙엽이 수북히 쌓여 낙엽 밟는 소리가 제법 멀리 퍼진다.


차에서 산행 준비를 끝내고 내리자마자 산행을 시작하다 보니 선두가 되었다.

2.9km 지점인 등잔봉에 도착할 때 등산 앱이 등잔봉이란 걸 알릴 뿐 표식 대신 삼각점이 하나 매설되었을 뿐이다.

여기서 15m쯤 직진하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선 걸 알고 바른길을 잡아타며 알바를 벗어났으니 등잔밑이 어두웠던 모양이다. 


깊은 산인 데다 청정오지이다 보니 참나무 숲은 또 다른 겨우살이숲이다. 

숲을 간벌해주면 나무는 더 튼튼하게 자라고 화재의 위해도 적어지고 지력도 좋아질 텐데....

밀식된 참나무가 키만 컸지 우람하지 않아 나무를 오를 방법이 없으니 겨우살이를 채취할 방법도 없겠다. 





홍천고개의 고도가 높다고 해도 등잔봉을 거쳐 새득이봉까지 3.8km로 제법 긴 거리다.

여섯 시간 주어진 산행 시간 중 한 시간 28분 지나 가리산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 등골산까지 그리 멀리 않은 거리라 다녀올 만 하다.

산행할 때만 해도 등골산을 제외할 생각이었으나 잠깐 갈등 끝에 다녀오기로 한다. 


700m를 내려오니 등골산 가는 길과 가리산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이정표를 보니 짧은 거리라고 생각했던 등골산까지 1.7km로 표시됐다.

평지라고 해도 왕복 3.4km면 50분 정도 거리인데, 뭔가 잘못됐다 싶어 지도를 보니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갈 데까지 가보잔 생각에 길을 내니 불과 500m 거리 밖에 안되는 짧은 구간이다.


앞서 밟은 등잔봉엔 아무런 표식도 없었으나 등골산엔 그래도 서래야란 분이 고맙게도 정상 표식을 달았다.

넓은 가리산 어딜 가나 참나무 우거진 육산이라 볼 건 아무것도 없어도 그 짧은 거리에 산 하나 더 탔다는 만족감밖에 없다.

이정표를 홍천군에서 한 건지 가리산 휴양림에서 설치한 건지 모르지만 수정해야 한다.

새득이봉에서 등골산까지 왕복해봐야 2.2km 거리에 겨우 40여 분에 불과하니 왕복한다고 등골 빠질 일은 없다. 




등골산 1.7km란 표식이 보이는 데 잘못된 거리다.

등골산을 다녀오니 가리산 휴양림에서 제일 먼저 올라왔다는 B코스 회원과 만난다.

홍천고개에서 산행할 A코스를 먼저 내려주고 버스는 35분 만에 가리산 휴양림에 도착했다니 준비 과정을 거치면 40여 분 늦게 산행한 것이다.

B코스는 약 2km 잛은 거리나 A코스 보다 빡세게 고도를 높이며 올라야 한다.






새득이봉을 지나 가리산을 코앞에 둔 쉼터에 흥미로운 한천자 이야기가 나온다. 

따지고 보면 묫자리가 좋다는 얘긴데, 지금은 화장 후 납골을 하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고 한다.



나중에 가리산에사 다시 살펴보겠지만  "가리산"은 순우리말이라는데, 한천자 안내문 첫줄에 가리산(加里山)으로 표기했다.

잘 있는 가리산에 더해 한자로 된 加里山이라고 별도로 표기했으니 억지춘향이다.

굳이 의미도 없는 加里山이라 쓸 이유가 있을까?



가리산을 오르기 직전 가리산 1봉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떨어졌을 돌무더를 밟고 1봉으로 길을 낸다. 



가리산 1, 2, 3봉을 오르기는 만만찮게 가파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봉으로 된 파이프로 손잡이를 만들었으나 장갑 낀 손으로 만지면 매끄러워 밀린다.

북한산처럼 굵은 와이어는 그나마 그립감이 좋은데, 설치가 어렵고 가격이 비싸서 이렇게 했을까?



가라산 1봉을 오르며 지나온 곳을 조망하니 간간이 소나무가 눈에 띌 뿐 대부분이 참나무숲이다.

능선을 지나는 참나무 긴 띠가 인상적이다.



저긴 또 뭐냐?






가리산 2봉의 그 유명한 큰바위 얼굴






세상을 달관한 모습의 큰바위 얼굴



2봉을 돌아 3봉에 올라와 큰바위 얼굴이 있는 1봉을 조망한다.

정상엔 노송이 외롭게 서 있고, 왼쪽엔 제법 잘생긴 소나무도 보인다.



더 땡겨보면...  



왼쪽 2봉과 오른쪽은 가리산 정상인 1봉



3봉 정상의 이정표를 보면, 여기가 3봉임엔 틀림없다.

1봉은 100m, 2봉은 300m로 표기되어 있는데, 거리 그렇게 멀지 않으므로 거리는 그 절반으로 줄이는 게 맞다.

큰바위 얼굴 안내문엔 큰바위 얼굴이 2봉이라고 했는데, 여기선 1봉이라고 했으니 서로 맞지 않는다.

가리산 정상을 1봉으로 보면 두 번째 위치한 큰바위 얼굴이 2봉이고 여기가 3봉이 맞을테니 이곳 이정표를 수정해야 한다.



3봉 비탈의 소나무



큰바위 얼굴 정상에 도착해 다시 잡은 노송



노송 옆 소나무는 너무 가까워 카메라론 다 집어넣을 수 없어 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잡았다.



큰바위 얼굴 정상에서 보는 3봉



큰바위 얼굴 정상에 올라선 산객  



가리산 정상 우측에 떨어진 전위봉? 아님 애기봉?



큰바위 얼굴 정상의 노송



가리산 정상에서 지나온 큰바위 얼굴과 3봉을 함께 잡아본다.







□ 가리산


가리산은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우리말로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한다.

태백산맥 중 내지(內地) 산맥의 일부를 이룬다.

제1봉 남쪽에서 홍천강이 발원하여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강의 수원(水源)을 이룬다.

능선은 완만한 편이나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양호를 비롯하여 사방으로 뻗어 나간 주변 고산준령과 아스라한 산 그리메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산림청 안내문 편집)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자로 된 표지석이었으나 최근에 한글 표지석으로 다시 설치했다.

가리산이 순우리말이라니 그 의견에 따른 것일까?



위 해병대 가리산 전투 표지석에 쓰인 글

강원도는 어디든 북한과 만나는 접경지역이다 보니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 하나였다.

그들의 피로 일군 노력으로 강원지역의 휴전선을 38선을 넘어 북쪽으로 한참을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  해병대 가리산 전투

 ⊙ 전투기간: 1951.3.19.~1951.2.25.(7일)

 ⊙ 전투부대: 해병제 제1연대 ⇔ 북한군 제6사단 예하 1,500여명

 ⊙ 전과: 적 사살 121명, 포로 39명, 다발촌 25정. 장총 8정

 ⊙ 피해: 전사 31명, 부상 91명, 실종 2명

 ⊙ 의의: 국군과 유엔군의 총반격 시 미 제9사단 진격의 걸림돌인 가리산을 확보하여 총반격에 크게 기여






가리산 정상에서 하산길은 약 30분 정도 급격히 떨어진다고 하는데, 난 정규 등산로는 벗어나 암봉을 타고 내려가기로 한다.






가리산 정상을 오를 때 보이는 전위봉인가 애기봉인가 했던 그 작은 봉우리도 여기선 순광이라 제대로 보인다.

앞서, 홍천고개에서 가리산 정상으로 오는 동안 정상에 우뚝선 세 봉우리는 제법 멀리서도 잘 조망된다.

그런데도 워낙 길게 자란 참나무숲이 우거져 사진을 찍은들 봉우리가 뚜렷하게 보일 리 없다.

아쉽던 풍경을 나 홀로 암릉길을 지나며 여한 없이 잡아보며 내 블로그에 독점 게시한다.



맨 뒤 고나무가 우거진 곳이 가리산 정상이로 그 앞 봉우리까지 다녀왔다.







맨 왼쪽이 3봉이고, 큰바위 얼굴은 소나무에 가렸다. 우측이 가리산 정상이다.

사실, 가리산의 정수는 이 가리산 세 봉우리인 정상에 다 모였다.

남들이 다녀온 산행기를 보면 별거 아닌 산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가 다녀가므로 엄청난 매력을 가진 산으로 바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이후 정규등산로를 벗어남으로써 개고생을 사서 한다.



암릉을 타고 내려오다 보니 낭떠러지라 길을 잃었다.

여기저기 살피다 어렵게 활로를 찾긴 했으나 이 역시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이미 이런 정도의 험로는 수없이 경험한 덕분에 무사히 무사히 길을 뚫었다.



활로를 뚫기 전 아래쪽 바위를 보니 동그란 바위 하나가 꼼짝없이 영원의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낭떠러지로 저 바위까지 바로 건널 수 없어 안전지대로 제법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야 했다.

저 바위 앞뒤로 다 돌았으나 바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또다시 낭떠러지를 만나 처음에 올라온 곳으로 내려간다. 



그 동그란 바위가 있는 길로 가며 마지막으로 다시 잡아본 가리산 정상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진경이다.

그러니 이런 멋진 풍경을 본 사람은 겨우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암릉을 걸으며 우측으로 내려가면 소양호와 만나는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다.

혹여 그쪽으로 잘못 떨어지면 소양호에 막혀 갈 길을 잃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동그란 바위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바로 비탈을 치고 내리며 하산한다.

등산화를 뚫고 들어온 솔잎이 등산화에 막혀 복숭아뼈 옆을 찌르고 들어와 결국 등산활 벗고 털어내야 했다.

강원도의 험악한 산골이라 해도 숲은 낙엽이 진 상태인 데다 잡목이 별로 없어 탈출은 비교적 수월하다.

이게 남쪽 산과 다른 북쪽의 산세다.


거의 탈출에 성공할 즈음 이럴줄 알았다는 듯 나를 환영할 개선문이 쌍으로 반긴다.

공교롭게도 두 나무가 같은 모양으로 이렇게 휘었다는 건 야생동물을 포획할 올무를 설치하기 위해서란 느낌이 든다.



임도를 만나 그곳에 설치된 가리산 안내 지도를 보니 가리산 휴양림까지 가려면 4.3km를 걸어야 한다.

가리산 암릉의 비경에 취해 길을 완전히 잘못 타게 됐으니 비경을 취한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시간상 가리산 휴양림으로 갈 시간이 없어 대장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전화하고 그대로 하산한다.

여기서도 1.9km를 걸어 홍천 가는 국도까지 13.7km 거리가 되니 이를 어쩐담...  



도로를 따라 하산하는 데 웬 동물의 콧방위 소리가 들리더니 멧돼지 한 마리가 산으로 치고 올라간다.

인기척을 듣더니 위험하다고 판단했는 지 냅다 도망친 것이다.

조금만 영리해도 몸을 낮추고 잠시 숨어있으면 되는데, 그렇게 도망가니 오히려 잘 된 것이다.

도시 근교 산엔 주민들이 도토리니 밤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먹을 게 부족해 도심 출몰도 잦은데 이곳 야생동물은 먹을 걱정은 없겠다.

이곳 가리산은 참나무숲이라 도토리는 지천에 깔려 이렇게 쉽게 눈에 띄는 모양이다.



수불사






수불사와 연결된 도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엔 작은 계류가 더러 보인다.







도로로 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검색하니 이곳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한 시간을 넘게 도로를 따라 걷는 동안 차 한 대가 지나가길래 손을 흔드니 세워주지 않는다.

카카오택시를 부르려고 앱을 켜는데 워낙 산골이라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다.

70여 분 잘 걸었을까 마침 트럭이 지나가길래 세우니 고맙게도 차량을 세워주신다.

홍천 나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세워달라니 화촌면에 산다며 이곳에선 홍천 나가는 버스가 자주 있으니 타고 가란다.


내가 하산했던 곳은 춘천 지역이라 춘천에 볼일이 있으면 우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 홍천을 거쳐 춘천으로 가야 한다고...

그러니 춘천에서 홍천을 거쳐 그곳까지 연결한 버스를 내줄리 없다.

그렇다고 홍천에서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그곳까지 연결시켜줄 이유도 없으니 완전히 섬안에 갇힌 셈이다.

그런 산골 오지이다 보니 그 오랜 시간을 걷는 동안 차량을 만나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공기는 좋으나 외진 곳에 살면 교통이 불편해 생필품을 사거나 문화생활을 누리는 데 많은 불편이 따르겠다.


이번 산행은 가리산의 비경을 얻는 대가로 산골 오지를 걸어야 하는 불편을 얻었다.

그런데도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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