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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에서 오른 지리산 천왕봉 최단거리 코스

작성일 작성자 선택된

 

 

 

 

산행일자 2014.2.22.토. 05:15-14:00(산행시간 8시간45분)   날씨 : 맑음


 

지리산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인기명산 1위에 해당하는 산이다. 

화대종주는 안 해봤지만 약식으로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찍고 치밭목대표소를 거쳐 내원리로 하산한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쌍계사지구에서 삼신봉을 거쳐 천왕봉에서 같은 코스로 하산하는 1무1박3일의 두 차례 원정경험도 있다.

바래봉 철쭉산행을 하던 날 장대비가 쏟아질 때 5시간 30분을 내리 걷기만 했던 우중산행이 있기도 하다. 

세 번의 산행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을 보며 그 긴 거리를 하나의 산으로 불리는 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장엄하다는 말이 나올만큼 산이 깊어 한 때 빨치산의 본거지가 될만 하다.

 

최남선은 「조선의 상식」에서 서산대사의 명산 평을 들어 지리산을 "장엄하기는 하나 수려하지 않다"고 했다. 

설악산이나 북한산, 도봉산 같암봉이 없어 수려하지 않으니 그만큼 산행은 수월한 편이다. 

이런 평이함으로 다소의 지구력을 가지면 어느 한 구간만을 경험하는 당일 산행이나 또는 1박2일의 종주산행도 해볼만 하다. 

더우기 설악산에 비해 전국에서 고르게 접근할 수 있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지도 모른다. 

지리산 종주 시 이틀치 먹거리를 짊어지고 대피소에서 잘 때 코고는 소리와 잡담으로 숙면을 취할 수도 없어 겨우 눈만 붙였다.

그리고 비몽사몽하며 이틀을 내리 걸었던 고단함으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나 1년 4개월만에 다시 찾는다. 

설악산 보다 산행이 쉽다고 해도 천왕봉은 1915m니 북한산의 두 배를 훨씬 초과하는 높이라 오르내리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산이 높은 데다 아직 추위가 물러나지 않아 지리산은 최저 영하 14℃에서 낮 최고 0℃에 바람은 1~3m로 잔잔하다.

아이젠과  방한장갑, 핫팩, 그리고 비상용으로 모처럼 미군전투식량인 후아바를 준비했다. 

산악회에서는 10시간 산행을 예정으로 전날 11시에 출발하여 새벽 다섯시 15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사실 중산리코스는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라 불과 왕복 10여km에 불과하니 맘 먹고 걸으면 9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런 저런 회원들이 많아 휴식시간도 많겠지만, 구태여 서두르지 않고 소처럼 우직하게 천천히 갈 생각이다. 


 

중산리코스 등산지도  

 

 

중산리코스는 지리산 천왕봉으로 오르는 최단코스다. 

새벽 5:15분에 산행을 시작하니 캄캄한 밤길이라 칼바위를 거쳐 법천폭포까지 아무 것도 안 보여 폭포의 비경은 놓친다. 

보이진 않아도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니 계곡이 깊다는 걸 알겠다.

음력 정월 스무사흘 새벽이라 달이 남중에 있는 때가 대략 다섯시 40분경이다. 

달은 산등성이 위로 솟아 있지만 사는 지역이 다르니 방향감각이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달  



유암폭포의 10여m에 이르는 빙폭은 날이 풀리며 점차 붕괴되기도 한다.



7:25이 되니 동쪽 능선으로 일출이 시작된다. 

대피소에서 숙박을 했어야 정상에서 장엄한 일출을 봤겠지만 저 태양을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눈이 녹아 얼음이 되고, 저 얼음의 시련을 견딘 새봄의 연초록 새순이 더 푸르고 장하게 보이겠다.

 





계곡이 끝나고 능선으로 오르며 높은 곳의 스카이라인이 점점 장엄하게 나타난다.



08:20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제석봉을 향해 걸음을 딛는다.



제석봉 고사목의 쓸쓸하고 한 서린 모습이다. 

1950년대엔 숲이 울창하여 하늘이 안 보일 정도였다는 데, 도벌꾼들이 도벌한 흔적을 없애려 산불을 놓아 울창한 산림을 훼손했다고 한다. 

전의 그 울창했던 산림으로 돌아가려면 몇 백년의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텐데 많이 아쉽다.



제석봉

 



 



 





제석봉을 다시본다.

 





이 암봉만 넘으면 천왕봉은 지척이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능선의 암릉 굴곡이 멋지다.

 



 



 





드디어 천왕봉이다. 

새벽 다섯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장터목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여기가지 오는 데 꼬박 다섯시간 걸린 셈이다.

두어 시간은 밤길을 걸었고 장터목대피소부터는 일행과 헤어져 하산을 끝낼 때까지 혼자 걸었다. 

워낙 산이 높아 일행과 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 조망이 좋은 편이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자면 긴 산행이 되었을 테니 원치 않는 산행이다.

다른 산악회와 엉키다보니 사진 남기기도 쉽지 않아 겨우 인증사진 남기도 하산길에 오른다.



중봉 가는 길



천왕봉 주변의 바위엔 이름 석자 남기려 참 많은 곳에 이름을 새겼다. 

석수쟁이를 고용해 이름을 새겼을 테니 졸부들의 근성이다.

 



 





저 암봉은 까마귀가 정상을 차지하고...

 





하산길에 천왕봉을 다시 올려다 본다

 





지리산은 완만한 육산이지만 유독 정상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암봉군락이 많다. 

겨울의 그 추위는 어디가고 정상에서도 별로 추운 줄 몰랐다.

기상청의 예보로는 최저 영하 14도 였지만 그 시간을 피한 때문이지 바람도 거의 없어 산행하기엔 최적의 날씨다.

 



 


 



 



 





지리산은 1,915m의 높이라 최단 코스인 중산리에서 오르는 데 꼬박 다섯시간이 걸렸다. 

오르는 길이야 힘들어도 산이 높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산길 역시 최단거리 코스라 높이가 뚝뚝 떨어지기에 무릎에 무리가 갈만큼 쉽지 않은 코스다. 

계단이 많은 데다 오래 전에 나무로 가로지른 계단은 흙이 떨어져나간데다 높이가 높아 내려딛기가 만만치 않은 곳도 많다. 

게다가 남쪽 코스라 눈과 얼음이 녹아 길은 엉망진창이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로 한 번은 경험했지만, 내 성격과 맞지 않으니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다.

 



 





개선문, 오른쪽엔 아빠가 아이를 에에 들춰업고 으르다 잠깐 쉬는 모습이 보인다.

아빠가 아들과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대단한 열정을 보여준다. 지리산의 정기를 듬뿍받고 내려가길 기대해 본다.

 





법계사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1,450m)에 위치한 사찰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다.

법계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한다는 속설이 있어 일본인이 지리산과 법계사의 혈맥을 끊으려 쇠말뚝을 박은 걸 2005년과 2006년에 제거했다고 한다. 

이제 이 공덕으로 국운이 융성해보길 기대한다.

 





망바위



새벽엔 보이지 않던 칼바위가 하산길에 제대로 보인다



중산리탐방안내소를 끝으로 산행을 마친다. 

여기서 버스 주차장가지 약 1.5km를 내려가야 하지만 잠깐 보니 버스시간표가 있길래 기다려본다.

하지만 막상 버스가 도착하고 보니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기에 아스팔트길을 따라 걸어간다.



중산리 앞산자락에 있는 성모상

이성계가 등극전에 지리산 깊숙히 처들어 온 왜구들과 싸울 때 대첩을 거둔게 성모가 운무를 조작한 신조때문이라고 전해져 호국백이란 벼슬을 내렸다. 

지금은 도 문화재 14호로 지정되어 천황사에 모셔져 있으며, 이 성모상은 실제보다 크게 제작되어 이곳에 모셔져 있다.  



중산리를 감싼 지리산의 넉넉한 품



내가 사는 곳에선 볼 수 없는 대나무 숲

 



근 아홉시간에 걸친 지리산 천왕봉 등산은 끝났다. 

점심 먹고 잠깐 동네 산책 후 버스에 올라 오수를 즐기고 후미팀이 모두 버스에 오르자 오후 4시 10분에 출발한다. 

왕복 차량 탑승시간만 열 시간에 등산 아홉 시간이니 차량 탑승시간이 더 긴 지방산행이다. 

앞으로도 가야할 산은 많지만 원거리 지방산행은 오가는 시간이 더 많으니 딜레마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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