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공간

증도 짱뚱어 해수욕장에 다녀와서

작성일 작성자 격암

섬여행이란 약간 계륵과 같다.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배까지 타야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교통비도 많이 든다. 또 제주도 같이 큰 섬이라면야 그렇지 않지만 대개는 그런 외진섬은 시설이 불편하다. 그러니까 돈들고 시간걸리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섬여행이라 막상하려고 하면 망설여진다. 


이런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는 때가 바로 섬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될 때다. 그러면 섬은 이제 육지의 일부가 되고 가기도 쉬운 곳으로 바뀐다. 지난번에 차를 타고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다녀올 때 느낀 것인데 지난 2-30년동안 많은 섬들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었다.  


요 몇일전에 나는 또 무작정 해수욕장으로 혼자 떠나서 하루밤을 보내고 왔다. 이번에는 신안군의 증도에 다녀왔는데 다녀오는 길에 든 생각과 사진들을 기록삼아 남겨놓을까 한다.




위의 지도가 보여주듯이 증도는 사옥도와 송도를 거쳐서 다리로 다리로 연결되어 육지가 된 섬이다. 사실은 증도는 또하나의 작은 섬인 화도와도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섬은 고맙습니다라는 드라마를 찍었던 곳이라고 한다. 섬을 육지와 잇는 작업이 참많이도 이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내가 목적지로 삼은 곳의 조건은 그저 땅끝이었다. 그래서 증도에 대해서도 짱뚱어 해수욕장이란 곳에 대해서도 나는 거의 알지 못한 채 길을 떠났다.


네비로 길을 찾아보니 증도는 내가 사는 전주에서 18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다. 천천히 국도를 달려도 3시간이면 가는 곳이라 나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바쁘지 않게 차를 몰았다. 그런데 그 길에서 만난 풍경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차를 자꾸 세우고 싶어졌다. 한국은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전라도는 아름답고 지금 계절이 좋은 것같다. 어떤 명소라서 절경이 있고 그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골풍경, 벼가 익어가는 풍경, 땅의 색깔과 집의 모양들이 참 아름답다. 수없이 좋은 곳을 놓치고 가야할 길이 있으니 눈으로만 보자고 다짐했지만 결국 나는 가끔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말이 필요없다. 나는 자꾸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목적지인 증도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에 염전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아무 생각없이 왔는데 신안은 천일염으로 유명한 곳이다. 염전이 아주 많다. 화도에서는 20킬로그램짜리 포대가 그냥 쌓여 있고 그 옆에는 무인판매, 소금한포대에 만원이라고 써 있는 곳도 있었다. 




드디어 짱뚱어 해수욕장에 도착. 영업하지 않는 푸드트럭이 하나 서있을 뿐 가게 하나 없는 곳이다. 한적하고 화장실이 달린 주차장이 있으니 내 목적에 맞다. 하지만 낮에는 그렇게까지 한적하지는 않았다. 관광차들이 몇대 왔다 갔고 소풍온 것같은 고등학생들도 있었으며 드론으로 사진을 찍는 것같은 사람들도 왔다 갔다. 나는 차를 세우고 숙박할 채비를 마친 후 약간 산책을 했다.





짱뚱어는 망둥어과의 물고기로 뻘을 기어다닌 단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이 지역 특산품이 짱뚱어 튀김인 모양이다. 짱뚱어 해변옆은 아주 깊이 뻘이 들어와 있었는데 거기에 긴 다리를 놓아서 사람들이 걸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다리의 이름도 짱뚱어 다리다. 다리를 건너다가 나는 문득 뭔가가 꼼지락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숙이고 뻘을 들여다 보니 작은 게와 짱뚱어 새끼들이 가득하다. 진기한 풍경이었다. 그야말로 생명으로 가득 찬 뻘이다. 




내가 도착했던 점심 무렵에는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만조때라서 해변이 없었다. 그래서 해수욕장 치고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이 되고 해가 질 무렵이되자 해변의 풍경은 크게 바뀌었다. 바닷물은 물러가고 넓은 해변이 나타났다. 




해가 진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일몰이었다. 요즘 미세먼지가 좀 줄었다고 하더니 그 덕인 모양이다. 노을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사진들을 찍어서 보냈다. 좋은 걸 보면 나는 항상 아내와 나누고 싶다. 




밤에는 차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서 혹은 크래커와 치즈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보냈다. 먹고 마시다보니 나는 밤에도 가끔 화장실에 가야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하늘의 별을 봤다. 안타깝지만 별사진은 아이폰같은 거로는 찍을 수가 없었고 찍었다고 해도 그리 대단한 풍경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오랜만에 본 별들이 반가왔다. 


아침 6시가 좀 넘어서 일어나니 볼수가 없을 것같았던 일출광경도 나름 그럴 듯했다. 나는 서해에 있으니 일몰은 바다로 일출은 육지쪽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태양을 찍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출도 멋진 분위기다. 



아침 산책을 좀 더 하고 증도를 한바퀴 차로 돈 이후에 나는 증도를 나왔다. 오던 길에 본 고창의 학원농장에 들리고 싶었다. 이곳은 본래 해바라기며 메밀꽃 축제로 유명한 곳인데 유명 드라마 도깨비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아마 한달전에 왔으면 메밀꽃이 만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꽃도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러면 어떤가. 한적해서 좋았다. 나는 차를 세우고 그늘을 찾아서 약간 책을 읽다가 보리밥 비빔밥을 먹었다. 



나는 정보없이 갔고 정보를 그리 많이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도 새롭게 거듭 같은 것을 느끼며 잘 다녀왔다. 사람은 종종 아름다운 것을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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