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어느 전자상가의 2층에는 오븐매장이 있었습니다. 이 매장에 있는 여러가지 오븐들은 반죽을 발효할 수 있고, 다양한 빵들을 구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식빵을 만들 수 있고, 버터링 쿠키를 만들 수 있었으며 치즈를 잔뜩 넣은 스콘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놓여진 기계들이 으레 그렇듯 자기를 더 많이 파는 일에 익숙한 오븐들은 언제나 자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용량을 가졌는가라던가, 자신의 계기판이 얼마나 보기 쉬운가를 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자렌지기능이라던가 토스트를 만드는 광파 기능을 자랑했습니다. 어떤 오븐들은 자신의 예쁜 얼굴을 자랑했습니다. 일단 자신을 사서 부엌의 한쪽에 설치하면 그 집은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를 가지게 될거라고 말했습니다. 지체있는 집안이라면 당연히 자기같은 오븐을 갖춰야 할거라는 것입니다. 


가게의 점원은 오븐이 판매되는 양에 따라서 전시된 오븐들에 명찰을 붙여두곤했습니다. 그러니까 범고래 오븐은 인기1등, 코끼리 오븐은 2등하는 식으로 명찰이 붙어 있었습니다. 매장에 온 사람들은 대개 1등 명찰이 붙은 제품을 보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걸 열어보거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했는데 오븐들은 당연히 이 등수를 매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명찰이 없는 오븐들은 이름이 없는 그들의 처지를 부끄러워했고 빠른 시간안에 명찰을 가지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오븐이 등장하면 그들의 등수가 바뀔까봐 긴장했습니다. 어쩌다 점원이 이 등수를 바꿔다는 일이 생기면, 그래서 누군가의 명찰이 떨어져 나가면 매장은 오븐들의 기쁨에 찬 탄성소리와 실망과 우울함이 가득찬 신음소리로 채워졌습니다. 


매장에는 한 때는 명찰을 붙이고 의기양양했었지만 이제는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오븐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그들의 전성기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을 믿으며 그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들은 이제는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영광에 대해 말하면서 자신들은 여전히 존경할만한 오븐들이라고, 과거에는 자신들이 엄청나게 팔려나가던 오븐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 요즘에는 사람들이 워낙 매장에 많이 오잖아. 그러니 하루에 세대씩 파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지.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니까. 게다가 그때의 손님들은 훨씬 더 교양이 있어서 진짜 오븐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지. 오븐이 뭔지 아는 분들이었단 말이야. 요즘은 영 아니지. 그때가 참 힘들지만 또 좋았던 시절이었어.”


이렇게 말하면서 과거의 인기제품들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말하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대개 역시 오븐은 새로운 신기한 기능이 한두가지 더 있다거나 예쁜 얼굴을 가지는 것 보다는 온도 조절이 잘 되는 것이 핵심이라던가, 내구성이 훌룡한 것이 중요하다, 전통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와 같은 모델의 오븐들이 얼마나 많은 빵을 만들었던가하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과거에 대한 과장은 조금씩 더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사실 재고처리를 위해 전시된 것뿐인 낡은 모델들은 손님에게도 매장의 직원들로부터도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두렵게도 그들은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잊혀질 운명이었습니다. 마치 그런 오븐들은 매장에도 세상에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여러가지 오븐들이 진열되어진 한 구석에는 매장에 잘 못 놓여진 밥솥이 있었습니다. 이 뻐꾸기 밥솥은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주변의 제품들과 같아지려고 항상 노력했지만 뭔가가 그를 이상한 제품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뻐꾸기 밥솥은 부끄럽고 어색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화가 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뻐꾸기 밥솥은 그걸 애써 모르는 척했습니다. 밥솥은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때도 많았습니다. 뻐꾸기 밥솥은 자신이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이라는 것을 그때는 아직 몰랐습니다. 하지만 밥솥은 대개는 모든 걸 알고 있는 척해야했습니다. 다른 오븐들에게 더욱 더 많이 놀림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뻐꾸기 밥솥도 멋진 스테인레스 표면을 가지고 있었고 작지만 예쁜 계기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뻐꾸기 밥솥은 대부분의 다른 오븐들보다 작았고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뻐꾸기 밥솥은 빵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밥솥은 식빵도, 버터링 쿠키도 치즈를 잔뜩 넣은 스콘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대신에 이 밥솥은 하얀 쌀밥을 만들고, 현미밥을 만들며, 콩나물밥을 만들고 닭죽을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오븐들은 뻐꾸기 밥솥을 당연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쌀밥이 얼마나 윤기가 흐르는가라던가 콩나물밥이 얼마나 영양가 있고 맛있는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밥솥에게 이렇게 물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어떤 빵을 만드시나요?”


뻐꾸기 밥솥은 그런 질문이 매우 곤란했습니다. 한동안은 그도 순진하게 이렇게 바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밥을 만듭니다만.”


그러면 그들은 이렇게 다시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어떤 빵인가요? 아니면 밥이 나중에는 빵이 되는 건가요?”


밥솥은 그럼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 밥은 빵이 아니죠.”


“빵이 아니라고요? 그럼 그걸 왜 만드나요? 그보다 당신은 언제 나온 모델이며 어떤 기능이 있나요. 아직 명찰이 없는 것을 보니 신모델 치고는 큰 인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혹시 아주 오래된 모델이신가요?”


여러번 반복된 이런 대화는 대개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는 오븐들의 계속된 질문들로 끝나고는 했습니다. 오븐들은 질문들을 쏟아놓고는 밥솥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습니다. 그래서 밥솥은 빵이 아니라 밥을 만드는 일도 필요한 일이며 보람있는 일이라는 것을 설명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설명을 한다해도 이해하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들이 가장 관심있는 것은 오직 빵이었으며 자신의 오븐 판매순위였습니다. 매우 특이하게 생긴 이 오븐은 어쩌면 그들이 모르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추월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러가지 질문을 거듭한 끝에 대개는 이 이상하게 생긴 오븐은 자랑할 만한 빵을 만들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밥솥에 대한 관심을 끊어 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자기가 오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 밥솥은 그 스스로도 오븐들의 판매순위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빵이라던가 오븐인기순위에 대해 떠드는 오븐들로서는 밥솥과는 같이 잡담을 나누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이상하게 생긴 밥솥이라는 오븐은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는 가끔씩 입을 열어 말을 할 때도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매장에 잘 못 놓인 뻐꾸기 밥솥이 처음에 스스로가 밥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박스로부터 세상에 처음 나온 뻐꾸기 밥솥의 눈에는 오븐들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애초에 잘못된 질문에 몰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런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오븐인가?’


밥솥은 다른 오븐과는 생김새부터 다른 자신이 도대체 어떤 기능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뱃속에 있는 설명서를 찬찬히 읽었습니다만 빵같은 말은 거기서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많이 설명서를 읽어도 그는 자신이 어떤 오븐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밥솥은 자신이 처음 이 매장에 오던 날을 기억합니다. 그는 다른 몇몇 새로운 오븐들과 함께 매장의 신제품코너에 놓여졌습니다. 밥솥도 다른 오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한 희망에 아주 부풀어 있었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는 어쩌면 아주 멋진 오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는가 하면 정말 좋은 빵을 만들어서 빵만들기의 세계를 완전히 바꿔보겠다는 야심일 때도 있었습니다. 순진한 초심자들은 서로 경쟁한다는 생각도 없이 우리 모두 열심히 해서 저기 명찰을 달고 있는 오븐들이 나열된 곳으로 같이 가자고 그리고 언젠가는 이 세상을 바꿔보자고 서로 격려도 했습니다. 밤이 늦도록 그들의 우정과 이 세상이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의 밥솥은 아주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새로나온 오븐들은 하나 둘 신제품 코너를 떠나 인기제품 코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밥솥과 남아 있는 오븐들은 더 열심히 해서 우리도 인기제품이 되자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밥솥과 같이 도착했던 대부분의 오븐들이 인기제품자리로 떠나가고 난 후에도 밥솥은 그냥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옛 친구들이 떠나가고 새 신제품들이 자리를 채울 때에도 밥솥에게는 자리가 바뀌는 일도 명찰이 생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밥솥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뻐꾸기 밥솥은 여전히 자기가 어떤 오븐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점원이 손님에게 밥솥을 가르키며 


“밥솥으로도 카스테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아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밥솥은 너무 기뻤습니다. 자신도 만들 수 있는 빵이 있다는 사실을 드디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룡한 카스테라를 만드는 카스테라 전문 오븐인지도 몰라!” 


밥솥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제 자기가 카스텔라에 대해서 선전하기만 하면 자신도 다른 오븐들처럼 팔려나갈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어쩌면 명찰을 단 존경할만한 오븐이 될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다시 친했던 친구들의 옆자리에 갈 수 있을 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다른 오븐들도 모두 카스테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밥솥은 아무리 봐도 그다지 신통한 오븐이 아니었습니다. 뻐꾸기 밥솥의 실망은 오히려 전보다 더욱 깊어졌습니다. 


저 멀리 인기제품코너에는 과거의 친구들이 다시 나란히 놓여져서는 자기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끔 밥솥이 있는 곳을 돌아보고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그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이제 자신과는 처지가 완전히 달라져 버린 밥솥을 비웃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밥솥은 자신의 처지가 부끄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밥솥은 외로웠습니다. 혼자 있었을 때도 외로웠지만 다른 오븐들과 있을 때도 외로웠습니다. 


밥솥은 때로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븐이라면 빵의 그림만 봐도 뭔가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지만 자신은 도무지 빵에는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이없게도 끈적거리는 밥이나 죽따위에 관심을 더 가지는 자신을 보면서 밥솥은 때로 매우 불안해졌습니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미래도 있을 수 없어 보였습니다. 


‘나는 고장난 오븐이 아닐까. 나는 왜 빵을 포기하는 짓을 자꾸 하려고 하는가. ’ 밥솥은 떠오르는 밥의 생각을 열심히 지우면서 다시 자기의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반드시 그의 성실함에 보답할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밥 생각은 멀리하고 누구보다도 더 많이 빵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매일밤 불이 꺼진 매장에서 다른 오븐들이 깊게 잠이 들어 있을 때에도 밥솥은 자기를 살피며 왜 자신이 이 모양인지, 자신은 왜 이 매장에서 가장 엉망인 오븐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나는 왜 구조가 이 모양일까? 온도도 그리 높지 않으니 이렇게는 빵이 잘 안 만들어지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렇게도 빵을 잘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왜 토스트를 만드는 기능도 없는가? 나의 노력은 무의미한 게 아닐까?”


그 시절 뻐꾸기 밥솥은 때로 울었습니다. 외로웠기 때문이고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무섭고 슬펐기 때문입니다. 매장에 처음 올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이렇게 오랬동안 아무 것도 아닌 채로 남아있게 될거라고는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빵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그에게 관심을 끊어버리는 다른 오븐들을 만날 때마다 그는 상처입었습니다. 자신을 뒤에 놔두고 떠나버리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그는 나는 왜 안되는가 하는 생각에 무척 괴로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빵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그는 남들에게 자신도 멋진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신도 남들만큼 팔리고 싶었습니다. 열등생이고 바보인 자신이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어두운 재고창고너머로 사라져 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상처가 깊을 수록 그는 더더욱 자신의 설명서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설명서에 가득 써져 있는 밥들 이야기들 사이 사이에 어딘가 빵을 만드는 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설명서를 뒤지고 뒤졌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에도 자기가 읽은 것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오븐들은 자기에 대해서 남들에게 떠드느라 바빠서 종종 자신의 스위치를 이렇게 저렇게 누르면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사실은 자신의 구조를 몰랐습니다. 자기가 뭘 하는 건지도, 그게 왜 중요한 건지도 사실은 잘 몰랐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섬세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그런 걸 자신이 할 수 있으며 그러면 손님이 자신을 사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광고문구를 열심히 외웠습니다. 그리고 뜻도 모르면서 그걸 자랑했습니다. 고객이 그들을 원한다면 그래서 그들이 팔리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반면에 밥솥은 자기 자랑을 할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밤에도 낮에도 시간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고독한 시간을 자기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데 썼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은 팔리는 오븐이 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팔리는 오븐이 되려고 할까? 나는 왜 내가 노력하면 지금의 내가 아닌 어떤 다른 것이 된다고 생각할까? 팔리는 오븐이 된다는 것은 목표 그 자체라기 보다는 수단이 아닌가. 그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날개를 가진 새로 태어나지 않아서 날 수 없다면 날개짓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듯이 애초에 내가 존경할만한 오븐으로 만들어 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내가 아닌 어떤 것이 되려고 모든 시간을 다 쓰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장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를,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어쩌면 세상에는 어설픈 빵들보다는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밥솥은 마침내 빵만들기로 부터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밥을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밥솥이 세상에 남겨야 하는 것은 빵이 아니라 밥일지도 몰랐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밥솥의 뚜껑을 열면서 한 손님이 말했습니다.


“이게 밥맛은 옛날 제품들보다 좋을까요?”


“그럼요. 아주 맛있습니다!” 매장의 직원은 즉각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대화는 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밥 이야기라면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밥솥에게는 이런 대화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밥 이야기에 저항하기를 멈춘 밥솥은 이제 이런 대화가 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밥솥은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밥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 진거로군! 나는 빵이 아니라 밥을 만드는 오븐이었어!’


밥솥은 이제 더 이상 밥을 미워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밥솥은 이제 맛있는 밥을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밥솥은 이제 자기 자신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밥솥은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기뻤습니다. 전에는 자기가 미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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