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드라마 체르노빌을 봤습니다. 1986년 당시 소련연방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이 드라마는 이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되었는지를 그리는 드라마로 미국에서 왕좌의 게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명작드라마였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보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질문은 과연 원전은 안전한가 하는 것입니다. 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지요. 얼마전에 우연히 원전에 대해서 검색해보다가 지식인에서 질문과 답이 오고가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방사능 폐기물이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지극히 안전하며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답이 길게 달려 있더군요. 그 답을 쓴 사람은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은지 상당히 자세하게 방사능 폐기물에 대한 국내외의 처리방법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그 자신만만함이 그 답을 단 사람의 어리석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같았습니다. 원전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건 간에 원전에는 두가지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원전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어떤가와는 상관없이 원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그 피해가 너무 너무 엄청나다는 겁니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일인 것같지만 뜻밖에 이 것의 의미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사고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박을 한다고 해봅시다. 주사위를 던져서 1이 나오면 만원을 잃고 그 이외의 숫자가 나오면 만원을 땁니다. 이런 도박의 기대값은 양수입니다. 왜냐면 이길 확률이 5배나 높으니까요. 그래서 가끔 1이 나와서 돈을 잃더라도, 설혹 재수가 없어서 4-5번 1만 나와서 돈을 잃어도 이런 도박은 계속 하는 게 이득입니다. 평균적으로 이 도박은 긍정적인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잃어도 따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면 어떨까요. 1이 나오면 죽습니다. 그런데 그 이외의 다른 숫자가 나오면 1조씩 버는 겁니다. 1조라면 왠만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할만한 도박입니다. 1억이라도 할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설사 목숨걸고 1조짜리 도박을 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도박을 한번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왜냐면 결국 1이 나와서 죽으면 그 다음에는 돈이고 더 이상의 도박이고 없기 때문입니다. 판돈이 작으면 우리는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지만 판돈이 너무 엄청나면 한방으로 모든 게임이 끝납니다. 이런 게임은 평균적으로 사고해서는 안됩니다. 평균이 의미가 없으니까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소련의 최고지도자는 고르바초프였는데 는 소비에트 연방 그러니까 소련의 마지막 총리였습니다. 그는 후일 소련연방이 붕괴한 진짜 원인은 이 체르노빌 원전사고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체르노빌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원전사고의 뒷처리나 영향은 주유소가 터지거나 항공기가 고층빌딩에 돌진하거나 심지어 대지진이나 해일보다 더 무섭습니다. 대지진이나 해일은 우리가 뭘 안해도 끝이 나니까요. 원전사고는 내버려두면 그 피해가 한계가 없습니다. 목숨걸고 대처해도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보다 최근에 일어난 원전사고인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 추정되는 처리비용은 100조에서 800조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숫자가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원전사고가 나면 우리는 경제난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한국자체를 포기해야 할지 모릅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소련에서 일어났고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에서 일어난 거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두 나라 다 한국과는 비할 수 없는 경제규모고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련붕괴의 원인으로 말할정도의 영향을 줍니다. 한국에서 그런 사고가 나면 한국이 가진 힘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할 수 있다고 해도 상황은 너무 급박하고 주변 국가들이 그걸 믿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미국군이건 중국군이건 일본군이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사태가 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걸 막겠다고 시간을 끌면서 우리가 해보겠다고 하다가 사태가 더 천문학적으로 커질지도 모르죠. 세월호 사고를 생각해 보십시요. 박근혜가 대통령이었을 때 원전사고가 나면 지구멸망이 불가능할까요?


실제로 드라마 체르노빌이 보여주는 것중의 하나는 원전사고라는 초유의 사태는 너무나 엄청난 것이라서 정치가들이나 그 사회가 정상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에서도 그랬습니다. 어떤 사고가 어느 규모 이상이 되면 그 사회의 시스템이 정상작동을 안합니다. 말하자면 전쟁이 나서 모두가 죽을 판인데 숙제 안내면 선생님에게 혼난다던가 기말고사 준비를 해야 한다던가 하는 식의 사고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사회적 틀 안에서 사고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그 틀 자체를 날려버릴 정도의 사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발생해도 그걸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원전사고는 엄청난 속력으로 확산될 수 있고 따라서 사회가 그 상황을 메뉴얼에 따라 대처할 수 없는 겁니다. 


원전사고라는 것은 이렇게 인류멸망이니 한 국가의 멸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을 가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지극히 적겠죠. 실제 원전사고가 일어나도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냐고 하면 그걸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몰라도 작을 것입니다. 저도 물리학 박사학위가 있는 과학자입니다. 그러니 방사능 폐기 물질을 안전하게 다루는 수십개의 안전장치를 고안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문제가 있을 수 있냐고 물으면 잘못을 지적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뤄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하는 한도내에서 계산을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무의미할 정도로 작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우리는 우리가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게다가 원전에는 두번째 문제도 있습니다. 그 문제는 거기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이 안전해 지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문제를 만드는 사람과 그걸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세슘은 잘 보관하면 3백년만 지나면 안전해 진다고. 누가 3백년동안 무슨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문제는 현 세대가 만들고 미래의 세대가 3백년동안 그걸 관리하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요? 


문제는 항상 우리가 모르는 것에서 생깁니다. 그래서 사는 것은 어떤 의미로 언제나 도박입니다. 우리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무지가 존재하는 도박을 너무 오래하면 안됩니다. 특히 그 도박에 만약 진다면 그 결과가 복구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도박은 특히 그렇습니다. 


드라마 체르노빌이 보여주는 것의 핵심은 우리의 무지입니다. 원전사고가 나자 그걸 구경하겠다고 원전이 잘보이는 다리위에 가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원전사고가 나자 도대체 어떻게 원전이 폭발할 수 있냐고 이해할 수 없다고 외치던 사람중의 하나가 바로 그 관리자였습니다. 원전사고에 대해서 이런 저런 판단과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기가 뭘하고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무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해결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왜 다리위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죽었는지, 왜 원자로가 폭발했는지, 왜 이런 저런 정치적 명령이 무지한 것이었는지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째로 이미 늦었다는 겁니다. 아주 늦었다는 겁니다. 사람 다죽고, 사고가 커지고 나서 이제 이해하면 뭐합니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안 생길거라는 오만이 무수한 피해를 남긴 후에 이제와 이해하면 뭐합니까? 둘째로 이제는 그런 사고들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것이 없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진정한 과학자나 진정으로 고민이 깊은 사람은 그런 오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을거라는 오만에 차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들은 모든 걸 아는 척하지만 사실은 무식하니까 그런 오만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