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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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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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暗 조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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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모음 (from ASG)

시조 모음   (from ASG)

청산별곡
회심곡
상춘곡
시집살이
농가월령가
전원사시사
청산은 나를 보고
어부사시사
자네 집에 술 익거든
어버이 살아신제
물아래 그림자 가니
적 소리 반기 듣고
공산 풍야월에

그려 걸고 보니
어화 벗님네야
복더위 훈증한 날에
호화도 거짓이요
터럭은 희었어도
술 먹지 마자 하고
십년을 경영하여
대추볼 붉은 골에
공산에 우는 접동
꿈에 왔던 님이
말하면 잡류라 하고
나비야 청산 가자
술 먹고 취한 후에
옥에 흙이 묻어

남산 내린 골에
내 부어 권하는 잔을
하목은 섞여 날고
잘 가노라 닫지 말며
엊그제 덜 괸 술을
춘창에 늦이 일어
가을 밤 채 긴 적에
지아비 밭 갈러 간데
벼슬을 저마다 하면
내 집이 길치인양하여
벽오동 심은 뜻은
보리밥 풋나물을
산가에 봄이 오니
산촌에 눈이 오니

추강에 밤이 드니
공명도 잊었노라
태산이 높다 하되
한 손에 가시 쥐고
묏버들 가려 꺾어
겨울에 따스한 볕을
이화에 월백하고
어제도 난취하고
짚방석 내지 마라
추산이 석양을 띠고
녹양이 천만산들
동창이 밝았느냐
매아미 맵다 울고
삿갓에 도롱이 입고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말은 가자 하고
눈물이 진주라면
발가벗은 아해들이
논밭 갈아 기음 매고
간밤에 자고 간 그 놈
두터비 파리를 물고
한 잔 먹세 그려
곡구롱 우는 소리에
저 건너 명당을 얻어
천하고 설심한 날에
바둑이 검둥이 청삽사리
가을 비 기똥 얼마 오리

 청산별곡

                  - 무명씨 -

       살어리 살어리랏다   살으리 살으리라
       청산애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으리라
      멀위랑 다래랑 먹고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으리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울어라 울어라 새야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자고 일어나 울어라 새야
     널라와 시름 한 나도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자고 일어나 울고 있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가던 새 가던 새 보았느냐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물 아래 가던 새 보았느냐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이끼 묻은 연장을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물 아래 가던 새 보았느냐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하야   이럭저럭 하여
       나즈란 디내와손뎌   낮은 지내왔지만
      오리도 가리도 업슨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바므란 또 엇디호리라   밤은 또 어떻게 하나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어듸다 더디던 돌코   어디다 던지던 돌이냐
      누리라 마치던 돌코   누구를 맞히려던 돌이냐
      믜리도 괴리도 업시   
미운이도 고운이도 없이
         마자셔 우니노라   맞아서 우는구나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살으리 살으리라
       바라래 살어리랏다   바다에 살으리라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나문재와 굴,조개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   
바다에 살으리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가다가 가다가 듣는다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부엌에 가다가 듣는다
  사사미 짐ㅅ대예 올아셔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을 혀거를 드로라   
해금 켜는 소리를 듣는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배브른 도긔   가서는 배가 부른 독에
      설진 강주를 비조라   걸죽하고 독한 술을 빚는다
      조롱곳 누로기 매와   조롱 같은 누룩이 매어
잡사와니 내 엇디하리잇고   
잡으니 낸들 어찌 하겠는가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

               ※ 이 부분 이렇게 ?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갈던 이랑 갈던 이랑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오래 전에 갈던 이랑 본다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이끼 낀 쟁기를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오래 전에 갈던 이랑 본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回心曲

작자 미상, 서산대사가 지었다고 추정. 승려가사(僧侶歌辭)로 분류되며 무가(巫歌)와 상당한 관련이 있고 평민가사(平民歌辭)와 통하는 분위기이다. 초보적인 불교사상과 유교사상을 담고 있어 내세(來世)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충성과 효도를 강조하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도 많이 불리어지고 있다.

 

回心曲  회심곡

- 서산대사 -

일심암 정남은 극락세계라 나무아미타불
천지지시 분한 후에 삼남화성 일어나서
세상천지 만물 중에 사람에서 또 있는가
이 보시오 시주님네 이 내 말씀 들어보오
이 세상 나온 사람 뉘 덕으로 나왔었나
불보살님 은덕으로 아버님 전 뼈를 타고
어머님 전 살을 타고 칠성님께 명을 빌어
제석님께 복을 타고 석가여래 제도하사
인생일신 탄생하니 한 두 살에 철을 몰라
부모은공 아올소냐 이삼십을 당하여는
애윽하고 고생살이 부모은공 갚을소냐
절통하고 애달플사 부모은덕 못다 갚아
무정세월 약유파라 원수백발 달려드니
인간 칠십 고래희라 없던 망녕 절로 난다
망녕 들어 변할소냐 이팔청춘 소년들아
늙은이 망녕 웃지마라 눈 어둡고 귀 먹으니
망녕이라 흉을 보고 구석구석 웃는 모양
절통하고 애달픈들 할 일 없고 할 일 없다
홍두백발 늙었으니 다시 젊듯 못 하리라

인간 백년 다 살아도 병든 날과 잠든 날과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나니
어제 오늘 성턴 몸이 저녘낮에 병이 들어
섬섬하고 약한 몸에 태산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인삼녹용 약을 쓴들 약덕이나 입을소냐
판수들여 경 읽은들 경덕이나 입을소냐
제미 서되 쓸고 쓸어 명산대찰 찾아가니
상탕에 마지하고 중탕에 목욕하고
하탕에 수족 씻고 황촉 한 쌍 벌여 세고
향로향분 불 갖추고 소지삼장 드린 후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성님께 발원하여 부처님께 공양한들
어느 곳 부처님이 감동을 하실소냐
제일전에 진광대왕 제이전에 초강대왕
제삼전에 송제대왕 제사전에 오관대왕
제오전에 염라대왕 제육전에 번성대왕
제칠전에 태산대왕 제팔전에 평등대왕
제구전에 도시대왕 제십전에 전륜대왕
열시왕전 부린 사자 십왕전에 명을 받아
일직사지 월직사자 한 손에 패자 들고
또 한 손에 창검 들고 오라사슬 빗기 차고
활등 같이 굽은 길로 살대 같이 달려 와서
닫은 문 박차면서 천둥같이 호령하여
성명 삼자 불러내어 어서 나소 바삐 나소

뉘 분부라 거스리며 뉘 영이라 머물소냐
팔뚝같은 쇠사슬로 실낱같은 이 내 목을
한번 잡아 끌어내니 혼비백산 나 죽겠네
사자님아 내 말 듣소 시장한데 점심 잡수
신발이나 고쳐 신고 노자돈 가져가세
만단개유 애걸한들 사자가 들을소냐
애고 답답 설운지고 이를 어찌 하잔 말고
불쌍하다 이 내 일신 인간 하직 망극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슬퍼마라
명년삼월 봄이 되면 너는 다시 피려니와
인생 한 번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이 세상을 하직하고 북망산에 가리로다
어찌 갈고 심산험로 정수 없는 길이로다
불쌍하고 가련하다 언제 다시 돌아오리
처자의 손을 잡고 만단설화 유언하고
정신차려 둘러보니 약탕관을 버려 놓고  
지성구호 극진한들 죽을 병을 살릴소냐
옛 노인의 말 들으니 저승 길이 머다더니
오늘 내가 당하여는 대문 밖이 저승이다
친구 벗이 많다하니 어느 친구 대신 가며
일가 친척 많다더니 어느 친척 등장하랴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배하고
대문 밖을 썩 나서니 적삼 내어 얹어 놓고
혼백 불러 초혼하고 없던 곡성 낭자하다

월직사자 등을 밀고 일직사자 손을 끌어
천방지방 몰아갈 제 높은 데는 낮아지고
낮은 데는 높아지니 시장하고 숨이 차다
애윽하고 고생하며 알뜰살뜰 모은 전량
먹고 가며 쓰고 가나 세상일은 다 허사다
사자님아 쉬어 가세 들은 체도 아니 하며
쇠몽둥이 뚜드리며 어서 빨리 가자 하니
그렁저렁 열나흘에 저승 원문 다다르니
우두나찰 나두귀졸 소리치며 달려들어
인정 달라 하는 소리 인정 쓸 낯 바이없다
담배 줄여 모은 재물 인정 한 푼 써나 볼까
저승으로 날라 오며 환전 부쳐 가져올까
의복 벗어 인정 쓰며 열두대문 들어가니
무섭기도 그지 없다 두렵기도 측량 없네
대령하고 기다리니 옥사장이 분부하여
남녀 죄인 등대 할 때 정신차려 둘러보니
십대왕이 좌기하고 최판관이 문서잡고
남녀 죄인 잡아 들여 다짐받고 봉초 할 제
귀면정제 나졸들이 전후좌우 벌려서서
정기검극 삼열한데 형벌기구 차려 놓고
대상호령 기다리니 엄숙하기 측량없다

남자 죄인 차례차례 호령하여 내입하여
형벌하고 묻는 말이 이 놈들아 들어보라
선심하마 발원하고 진세간에 나가더니
무슨 선심하였느냐 바른대로 아뢰어라
용봉 비간 본을 받아 한사극간 충성하여
증자왕상 효측하여 혼정신성 효도하며
눍은이를 공경하며 형우제공 우애하고
부화부순 화목하며 붕우유신 인도하여
선심공덕 하마더니 무슨 공덕 하였느냐
배고픈 이 밥을 주어 기사구제 하였느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선심 하였느냐
좋은 터에 원을 지어 행인구제 하였느냐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 하였느냐
목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 하였느냐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느냐
높은 뫼에 불당 지어 중생공덕 하였느냐
좋은 터에 원두 놓아 만인 해갈하였느냐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 하였느냐
마음 닦고 선심하여 어진 사람 되었느냐
불의행사 몹쓸 마음 흉참하기 극심하다
구렁이 뱀 금수되어 몇 겁인들 벗을소냐

착한 사람 불러 들여 공경하고 접대하며
몹쓸 사람 구경하라 극락 가는 사람 보소
네 소원을 다 일러라 네 원대로 하여 주마
극락세계 가려느냐 연화대로 가려느냐
신선제자 되려느냐 장생불사 하려느냐
옥제 앞에 심임하여 반도소임 하려느냐
석가여래 제자 되어 선관소임 하려느냐
선녀차지 선관되어 요지연에 가려느냐
출어인간 하려느냐 부귀공명 하려느냐
남중일생 호풍신에 명문자제 되려느냐
삼군사명 총독하여 장신 몸이 되려느냐
팔도감사 육조판서 대신 몸이 되려느냐
수명장 수부귀 부자 몸이 되려느냐
어서 바삐 아뢰어라 옥제전에 보장갈제
석가여래 아미타불 제도하게 이문하자
삼신 불러 점지할 제 바삐바삐 제도하라
대웅단에 올려 놓고 주찬으로 대접하며
몹쓸 놈들 잡아 들여 착한 사람 구경하라
저런 사람 선심으로 귀히되어 가나니라
너희놈들 죄 아느냐 풍도 지옥에 가두리라

남자 죄인 처결한 후 여자 죄인 잡아 들여
엄형으로 묻는 말씀 너의 죄를 들어보라
시부모 친부모께 지성효도 하였느냐
동생우애 하였느냐 친척화목 하였느냐
요 악하고 간특한 년 부모 말씀 대답하고
동생행렬 이산한 년 형제 불화하게 한 년
남의 재물 욕심낸 년 도적하고 화냥한 년
세상 간특 다 부려서 열두시로 마음 변코
못 듣는 데 욕한 년과 조왕 앞에 소피한 년
군말하고 성낸 년 남의 말을 좋아한 년
집안 대죄 범했으니 풍도성에 보내리라
죄목을 이르면서 온갖 형벌 다 하여
죄지경중 살펴가며 차례로 보낼 적에
말산지옥 구렁지옥 허방지옥 침짐지옥
닫혀지옥 분배하고 대연을 배설하여
착한 여자 불러 들여 소원대로 점지할 제
선녀 되어 가려느냐 대신 부인 되려느냐
부귀공명 하려느냐 네 원대로 하여주마
금상옥액 맺은 털로 선녀 불러 대접하니
그 아니 좋을 소냐 선심하고 마음 닦아
불의행사 하지 말고 조심하여 수신하소

회심곡은 허사라고 가소롭고 우이여겨
선심하지 아니하고 몹쓸 일을 숭상하면
구렁이 뱀 금수 되어 몇 겁 년을 벗을소냐
인간고행 하는 것이 전생죄로 그러하니
한을 말고 원을 말고 마음 닦아 선심하면
전생 죄를 벗어 놓고 후세 귀히 되나니라
임군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처님께 지성이면 전생 죄며 이생 죄를
모두 다 버리고 소원대로 되나니라
부귀하며 빈천함이 도시 사주팔자니라
사주 도망 못 하나니 마음 착히 닦아세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賞春曲

 조선 태종에서 성종까지 생존했던 정극인(丁克仁)의 작품. 최초의 가사라는 설이 강하며 벼슬에서 물러난 양반 문인이 봄이 되어 피어나고 자라나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며 자연의 기쁨에 자신의 감정을 실어 봄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양반가사(兩班歌辭)이다.

 賞春曲  상춘곡

- 정극인 -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
옛사람 풍류를 미칠가 못 미칠가
천지간 남자 몸이 날만한 이 하건마는
산림에 묻혀 있어 지락을 모를 것가
수간 모옥을 벽계수 앞에 두고
송죽 울울리에 풍월주인 되었세라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리 앵화는 석양리에 피어 있고
녹양 방초는 새우중에 푸르도다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낸가
조화신공이 물물마다 헌사롭다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로다
물아 일체어니 흥인들 다를소냐
시비에 걸어 보고 정자에 앉아 보니
소요 음영하여 산일이 적적한데
한중 진정을 알이 없이 혼자로다
이바 이웃들아 산천구경 가자스라
답청일랑 오늘하고 욕기는 내일 하세
아침에 채산하고 나조에 조수하세
갓괴어 익은 술을 갈건으로 바퉈 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수 놓고 먹으리라
화풍이 건듯 불어 녹수를 건너오니
청향은 잔에 지고 낙홍은 옷에 진다
준중이 비었거든 날더러 아뢰어라
소동 아해더러 주가에 술을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해는 술을 메고
미음 완보하여 시냇가에 혼자 앉아
명사 좋은 물에 잔 씻어 부어 들고
청류를 굽어보니 떠오나니 도화로다
무릉이 가깝도다
저 뫼이 그 것인가

송간 세로에 두견화를 부치들고
봉두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
천촌 만락이 곳곳에 벌려 있네
연하 일휘는 금수를 재폈는 듯
엊그제 검은 들이 봄 빛도 유여할사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청풍 명월 외에 어떤 벗이 있사올고
단표 누항에 흩은 혜음 아니하네
아모타 백년행락이 이만한들 어떠하리.

시집살이

- 민 요 -

무남독녀 외딸아기 금지옥엽 길러내어
시집살이 보내면서 어머니의 하는 말이
시집살이 말 많단다 보고서도 못 본 체
듣고도 못 들은 체 말 없어야 잘 산단다
그 말들은 외딸아기 가마 타고 시집가서
벙어리로 삼년 살고 장님으로 삼년 살고
귀머거리 삼년 살고 석삼년을 살고 나니
미나리 꽃 만발했네
이 꼴을 본 시아버지 벙어리라 되보낼제
본가 근처 거의 와서 꿩이 나는 소리 듣고
딸아기의 하는 말이
에그 우리 앞동산에 꺼더득이 날아간다

이 말 들은 시아버지 며느리의 말소리가
너무너무 반가와서 하인 시켜 하는 말이
가마채를 어서 놓고 빨리 꿩을 잡아오라
하인들이 잡아오니 시아버지 하는 말이
어서어서 돌아가자
벙어리던 외딸아기 할 수 없이 돌아가서
잡은 꿩을 다 뜯어서 숯불 피워 구어다가
노나 주며 하는 말이
날개날개 덮던 날개 시아버지 잡수시고
입술입술 놀리던 입술 시어머니 잡수시고
요 눈구멍 저 눈구멍 휘두루던 눈구멍은
시할머니 잡수시고
호물호물 옹문통은 시하래비 잡수시고
좌우 붙은 간덩이는 시누이님 잡수시고
배알배알 곱배알은 시아주범 잡수시고
다리다리 버렸는 다리 신랑님이 잡수시고
가슴가슴 썩이던 가슴 이 내 내가 먹읍시다
못할레라 못할레라
시집살이 못할레라
열새 무명 열 폭 치마
눈물 받기 다 썩었네
못살레라 못살레라
시집살이 못살레라 해주 자지 반자지도
지어 입은 저고리도 눈물 받기 다 처졌네.

-  農家月令歌  -


농가월령가의 작자가 光海君(광해군) 때의 高尙顔(고상안)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憲宗(헌종) 때에 정약용의 둘째 아들 丁學遊(정학유)가 지었다는 설이 확실하다. 이 가사의 형식은 월령체로 農學社會(농학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계절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학작품에서도 12개월의 순서에 따라서 진행되는 형식이 있어 온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월령체는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나 농가월령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조선후기에 이르러 풍월을 읊는 대신 실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고들며 사회적인 반성의 폭로로 방향을 바꾼 양반문학의 일부 진보적인 경향이 월령체를 빌려서 장편의 서사시를 이룬 것이다. 전체 14단락으로 되어 있으며 12달의 12단락 전후에 서사단락(序詞段落)과 결사단락(結詞段落)이 부가된 것이다.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서사 34구, 정월령 78구, 2월령 54구, 3월령 100구, 4월령 68구, 5월령 94구, 6월령 100구, 7월령 72구, 8월령 76구, 9월령 70구, 10월령 146구, 11월령 52구, 12월령 40구, 결사 48구 등으로서, 전체 1032구이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주축이다.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세목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農家月令歌  농가월령가

 

- 丁學遊  정학유 -

 

머릿노래

천지 조판하매 일월성신 비치거다
일월은 도수 있고 성신은 전차 있어
일년 삼백육십일에 제 도수 돌아오매
동지 하지 춘추분은 일행을 추측하고
상현 하현 망회삭은 월륜의 영휴로다
대지상 동서남북, 곳을 따라 틀리기로
북극을 보람하여 원근을 마련하니
이십사 절후를 십이삭에 분별하여
매삭에 두 절후가 일망이 사이로다
춘하추동 내왕하여 자연히 성세하니
요순 같은 착한 임금 역법을 창제하사
천시를 밝혀 내어 만민을 맡기시니
하우씨 오백년은 인월로 세수하고
주나라 팔백년은 자월로 신정이라
당금에 쓰는 역법 하우씨와 한 법이라
한서온량 기후 차례 사시에 맞아드니
공부자의 취하심이 하령을 행하도다

 

정월령

정월은 맹춘이라 입춘 우수 절기로다
산중 간학에 빙설은 남았으나
평교 광야에 운물이 변하도다
어와 우리 성상 애민중농 하오시니
간측하신 권농윤음 방곡에 반포하니
슬프다, 농부들아 아무리 무지한들
네 몸 이해 고사하고 성의를 어길소냐
산전수답 상반하여 힘대로 하오리라
일년 흉풍은 측량하지 못하여도
인력이 극진하면 천재는 면하리니
제각각 근면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년지계 재춘하니 범사를 미리하여
봄에 만일 실시하면 종년 일이 낭패되네
농기를 다스리고 농우를 살펴 먹여
재거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내니
보리밭에 오줌치기 작년보다 힘써 하라
늙은이 근력 없어 힘든 일은 못하여도
낮이면 이엉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게 집 이으면 큰 근심 덜리로다
실과나무 보굿 깎고 가지 사이 돌 끼우기
정조날 미명시에 시험조로 하여 보자
며느리 잊지 말고 소국주 밑하여라.
삼춘 백화시에 화전 일취 하여 보자
상원날 달을 보아 수한을 안다하니
노농의 징험이라 대강은 짐작노니

정초에 세배함은 돈후한 풍속이라
새 의복 떨쳐입고 친척 인리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동까지 삼삼오오 다닐 적에
와삭버석 울긋불긋 물색이 번화하다
사내아이 연날리기 계집아이 널뛰기요
윷놀아 내기하니 소년들 놀이로다
사당에 세알하니 병탕에 주과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선하여 오신채를 부러하랴
보름날 약밥 제도 신라적 풍속이라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와 바꿀소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팔기 달맞이 횃불 켜기
흘러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이월령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육일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하며
스무날 음청으로 대강은 짐작나니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나니 버들 빛 새로와라
보쟁기 차려 놓고 춘경을 하오리라
살진밭 가리어서 춘모를 많이 갈고
목화밭 되어두고 제 때를 기다리소
담뱃모와 잇 심기 이를수록 좋으니라
원림을 장점하니 생리를 겸하도다
일분은 과목이요 이분은 뽕나무라
뿌리를 상치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축은 못다하나 우마계견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기록하여 때 맞게 캐어 두소
촌가에 기구 없어 값진 약 쓰올소냐

 

삼월령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당전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화간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기니
미물도 득시하여 자락함이 사랑홉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잎 난다
우로에 감창함을 주과로나 펴오리라
농부의 힘든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풍비하여 때맞추어 배불리소
일군의 처자권속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후한 풍속 두곡을 아낄소냐
물꼬를 깊이 치고 도랑 밟아 물을 막고
한편에 모판하고 그나마 삶이 하니
날마다 두세 번씩 부지런히 살펴보소

약한 싹 세워 낼 제, 어린아이 보호하듯
백곡 중 논농사가 범연하고 못 하리라
포전에 서속이요 산전에 두태로다
들깻모 일찍 붓고 삼농사도 하오리라
좋은 씨 가리어서 그루를 상환하소
보리밭 매어 두고 뭇논을 되어 두소
들농사 하는 틈에 치포를 아니할까
울 밑에 호박이요 처마 밑에 박 심우고
담 근처에 동과 심어 가자하여 올려 보세
무우 배추 아욱 상치 고추 가지 파 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땅 없이 심어 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 밭을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 반찬 이 밖에 또 있는가
뽕 눈을 살펴보니 누에 날 때 되겠구나
어와 부녀들아 잠농을 전심하소
잠실을 쇄소하고 제구를 준비하니
다래끼 칼 도마며 채 광주리 달발이라
각별히 조심하여 냄새를 없이 하소

한식 전후 삼사일에 과목을 접하나니
단행인행 울릉도며 문배찜배 능금 사과
엇접 피접 도마접에 행자접이 잘 사나니
청다대 정릉매는 고사에 접을 붙여
농사를 필한 후에 분에 올려 들여놓고
천한 백옥 설한중에 춘색을 홀로 보니
실용은 아니로되 산중의 취미로다
인간의 요긴한 일 장 담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추하소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랒 으아리를
일분은 엮어 팔고 일분은 무쳐 먹세
낙화를 쓸고 앉아 병술을 즐길 적에
산처의 준비함이 가효가 이뿐이라

 

사월령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로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면화를 많이 갈소 방적의 근본이라
수수 동부 녹두 참깨 부룩을 적게 하고
갈 꺾어 거름할 제, 풀 베어 섞어 하소
무논을 써을이고 이른 모 내어 보세
농량이 부족하니 환자 타 보태리라

한잠하고 이는 누에 하루도 열두 밥을
밤낮을 쉬지 말고 부지런히 먹이어라
뽕따는 아이들아 훗그루 보아하여
고목은 가지 찍고 햇잎은 제쳐 따소
찔레꽃 만발하니 적은 가물 없을소냐
이 때를 승시하여 나 할 일 생각하소
도랑 쳐 물길 내고 우루처 개와하여
음우를 방비하면 뒷 근심 더으나니
봄 나이 필무명을 이때에 마전하고
베 모시 형세대로 여름 옷 지어두소
벌통에 새끼 나니 새 통에 받으리라
천만이 일심하여 봉왕을 옹위하니
꿀 먹기도 하려니와 군신분의 깨닫도다

파일날 현등함은 산촌에 불긴하니
느티떡 콩진이는 제때의 별미로다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 보세
해 길고 잔풍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수기를 둘러치고 은린 옥척 후려내어
반석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 오후청을 이 맛과 바꿀소냐

 

오월령

오월이라 중하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단단이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 듯하던 집안 졸연히 흥성하다
담석에 남은 곡식 하마 거의 진하리니
중간에 이 곡식이 신구상계 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려면 여름농사 어찌할꼬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망극하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뜬물에 꼴 먹이고 이슬풀 자로 뜯겨
그루갈이 모심기 제 힘을 빌리로다
보리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나무 준비하여 임시 걱정 없이하세

잠농을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오리라 청명한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폭양에 말리우니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 고치 흰 고치를
색색이 분별하여 일이분 씨로 두고
그나마 켜오리라 자애를 차려놓고
왕채에 올려내니 빙설 같은 실오리라
사랑홉다 자애소리 금슬을 고루는 듯
부녀들 적공들여 이 재미 보는구나
오월오일 단옷날 물색이 생신하다
외밭에 첫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목맺힌 영계 소리 익힘벌로 자로 운다
향촌의 아녀들아 추천을 말려니와
청홍상 창포비녀 가절을 허송마라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두소

상천이 지인하사 유연히 작운하니
때맞게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 들어 오는 소리 패연히 드리운다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제
뒷논은 뉘 심고 앞밭은 뉘가 갈고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삶기는 내가 함세
들깨모 담배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모 고추모는 아기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선화는 네 사천 너무 마라
아기어멈 방아찧어 들 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밭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샐 때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메나리 화답하니 격양가가 아니던가

 

유월령

유월이라 계하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대우도 시행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내고
늦은 콩팥 조 기장은 베기 전에 대우들여
지력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기음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갊아 들어 삼사차 돌려 맬 제
그 중에 면화밭은 인공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밭도 북돋아 매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인 후에
청풍에 취포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농부야 근심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태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후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애애한 저녁 내는 산촌에 잠겨 있고
월색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치구나
늙은이 하는 일도 바이야 없을 소냐
이슬 아침 외 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누역 치기 창문 앞에 노 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창풍에 잠이 드니 희황씨 적 백성이라
잠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석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어내니
장마의 소일이요 낮잠자기 잊었도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가일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가묘에 천신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부녀는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드리어라 유두국을 켜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이 먹여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오면 덮어두고 독전을 정히 하소
남북촌 합력하여 삼구덩이 하여 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삼하고 굵은 삼 바 드리소
농가에 요긴키로 곡식과 같이 치네
산전 메밀 먼저 갈고 포전은 나중 갈소

 

칠월령

칠월이라 맹추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류하고 미성은 중천이라
늦더위 있다한들 절서야 속일소냐
비 밑도 가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는고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루가 비가 되어
성긴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제
아미 같은 초생달은 서천에 걸리거다
슬프다 농부들아 우리 일 거의로다
얼마나 남았으며 어떻게 되다하노
마음을 놓지마소 아직도 멀고머다

골 거두어 김매기 벼 포기에 피 고르기
낫 벼려 두렁 깎기 선산에 벌초하기
거름풀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넣고
자채논에 새 보기와 오조 밭에 정의아비
밭가에 길도 닦고 복사도 쳐 올리소
살지고 연한 밭에 거름하고 익게 갈아
김장할 무우 배추 남 먼저 심어 놓고
가시 울 진작 막아 허실함이 없게 하소
부녀들도 셈이 있어 앞일을 생각하소
베짱이 우는 소리 자네를 위함이라
저 소리 깨쳐듣고 놀라서 다스리소

장마를 겪었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도 거풍하고 의복도 폭쇄하소
명주 오리 어서 뭉쳐 생량전 짜아내소
늙으신네 기쇠하매 환절 때를 근심하여
추량이 가까우니 의복을 유의하소
빨래하여 바래이고 풀먹여 다듬을 제
월하의 방추소리 소리마다 바쁜 마음
실가의 골몰함이 일변은 재미로다
소채 과일 흔할 적에 저축을 생각하여
박 호박 고지 켜고 외 가지 짜게 절여
겨울에 먹어 보소 귀물이 아니 될까
목화밭 자로 살펴 올다래 피었는가
가꾸기도 하려니와 거두기에 달렸느니

 

팔월령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 추분 절기로다
북두성 자로 돌아 서천을 가리키니
선선한 조석 기운 추의가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서 들리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백곡을 성실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들구경 돌아보니 힘들인 일 공생한다
백곡이 이삭 패고 여물들어 고개숙여
서풍에 익은 빛은 황운이 일어난다
백설 같은 면화송이 산호 같은 고추다래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 명랑하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 망구 장만하소

면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요
나무군 돌아올 제 머루 다래 산과로다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아람도 말리어라 철대어 쓰게 하소
명주를 끊어 내어 추양에 마전하고
쪽 들이고 잇 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라
부모님 연만하니 수의도 유의하고
그나마 마르재어 자녀의 혼수하세
집 위에 굳은 박은 요긴한 기명이라
댑싸리 비를 매어 마당질에 쓰오리라
참깨 들깨 거둔 후에 중오려 타작하고
담뱃줄 녹두 말을 아쉬워 작전하라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 젓 조기로 추석 명일 쉬어 보세
신도주 오려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며느리 말미받아 본집에 근친 갈 제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초록 장웃 반물 치마 장속하고 다시보니
여름 동안 지친 얼굴 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금년 할일 못다하여 명년 계교 하오리라
밀대 베어 더운갈이 모맥을 추경하세
끝끝이 못 익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인공만 그러할까 천시도 이러하니
반각도 쉴새 없이 마치며 시작느니

 

구월령

구월이라 계추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 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 소리 찬이슬 재촉는다
만산 풍엽은 연지를 물들이고
울밑에 황국화는 추광을 자랑한다
구월구일 가절이라 화전 천신하세
절서를 따라가며 추원보본 잊지 마소
물색은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
들마당 집마당에 개상에 탯돌이라
무논은 베어 깔고 건답은 베 두드려
오늘은 점근벼요 내일은 사발벼라
밀따리 대추벼와 동트기 경상벼라

들에는 조 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벼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
비단차조 이부꾸리 매눈이콩 황부대를
이삭으로 먼저 갈라 후씨를 따로 두소
젊은이는 태질이요 계집사람 낫질이라
아이는 소 몰리고 늙은이는 섬 욱이기
이웃집 운력하여 제일하듯 하는 것이
뒷목 추기 짚 널기와 마당 끝에 키질하기
일변으로 면화틀기 씨아 소리 요란하니
틀 차려 기름 짜기 이웃끼리 합력하세
등유도 하려니와 음식도 맛이 나네

밤에는 방아 찧어 밥쌀을 장만할 제
찬 서리 긴긴 밤에 우는 아기 돌아볼까
타작 점심 하오리라 황계 백주 부족할까
새우젓 계란찌개 상찬으로 차려 놓고
배추국 무나물에 고추잎 장아찌라
큰 가마에 앉힌 밥 태반이나 부족하다
한가을 흔할 적에 과객도 청하나니
한 동네 이웃하여 한 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 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 하세
아무리 다사하나 농우를 보살펴라
조 피대 살을 찌워 제 공을 갚을지라

 

시월령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도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우 아람 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두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덧울하고 외양간도 떼적치고
깍지동 묶어 세고 과동시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하소
삼현 한패 얻어오니 화랑이 줄무지라
북치고 피리부니 여민락이 제법이라
이풍헌 김첨지는 잔말 끝에 취도하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진지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덕인고
천은도 그지없고 국은도 망극하다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을 면하도다
향약은 못하여도 동헌이야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천신만고 길러내어 남혼 여가 필하오면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쇠진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드려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고까우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적에
중중거려 대답말고 화기로 풀어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보는 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없이 한통치고 네것내것 계교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하리

행신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상하분의 존비가 현격하다
내 도리 극진하면 죄책을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 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일년의 환자 신역 그 무엇 많다 할꼬
한전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 토지로 분등하니
소출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못 먹으면 재 줄여 탕감하리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를 거납하랴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이 거생하여
신의를 아니하면 화복은 어이할꼬
혼인 대사 부조하고 상장 우환 보살피며
수화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 서로 하여
남보다 요부한 이 용심 내어 시비 말고
그 중에 환과고독 자별히 구휼하소
제각각 정한 분복 억지로 못하나니
자네를 헤어보아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여가면 잡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초두부터 그리할까
우연히 그릇 들어 한번하고 두번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녀들 조심하여 작은 허물 짓지 마소

 

십일월령

십일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가을에 거둔 곡식 얼마나 하였는고
몇 섬은 환하고 몇 섬은 왕세하고
얼마는 제반미요 얼마는 씨앗이며
도지도 되어 내고 품값도 갚으리라
시곗돈 장릿벼를 낱낱이 수쇄하니
엄부렁하던 것이 나머지 바이없다
그러한들 어찌할꼬 농량이나 여투리라
콩길음 우거지로 조반석죽 다행하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
시식으로 팥죽 쑤어 인리와 즐기리라
새 책력 분포하니 내년 절후 어떠할꼬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리하다
공채 사채 궁당하니 관사 면임 아니온다
시비를 닫았으니 초옥이 한가하다
단귀에 조석하니 자연히 틈 없나니
등잔불 긴긴밤에 길쌈을 힘써 하소
베틀 곁에 물레 놓고 틀고 타서 잣고 짜네
자란 아이 글 배우고 어린아이 노는 소리
여러 소리 지꺼리니 실가의 재미로다
늙은이 일 없으니 기직이나 매어 보세
외양간 살펴보아 여물을 가끔 주소
갓 주어 받은 거름 자로 쳐야 모이나니

 

십이월령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설중의 봉만들은 해저문 빛이로다
세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세시의복 장만할 제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무색 들여내니
자주 보라 송화색에 청화 갈매 옥색이라
일변으로 다듬으며 일변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렸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은 계를 믿고 북어는 장에 사서
납평날 창애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쳐서 참새도 지져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이라
주준에 술 들으니 돌틈에 샘물 소리
앞 뒷집 타병성은 예도 나고 제도 나네
새 등잔 세발심지 장등하여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맺는노래

어와 내말 듣소 농업이 어떠한고
종년 근고 한다 하나 그 중에 낙이 있네
위로는 국가 봉용 사계로 제선 봉친
형제 처자 혼상 대사 먹고 입고 쓰는 것이
토지 소출 아니러면 돈지당을 어이할꼬
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인 근본이라
배 부려 선업하고 말 부려 장사하기
전당잡고 빚주기와 장판에 체계놓기
술장사 떡장사며 술막질 가게보기
아직은 흔전하나 한번을 뒤뚝하면
파락호 빚꾸러기 살던 곳 터도 없다

농사는 믿는 것이 내 몸에 달렸으니
절기도 진퇴 있고 연사도 풍흉 있어
수한 풍박 잠시 재앙 없다야 하랴마는
극진히 힘을 들여 가솔이 일심하면
아무리 살년에도 아사는 면하느니
제 시골 제 지키어 소동할 뜻 두지 마소
황천이 지인하사 노하심도 일시로다
자네도 헤어보아 십년을 가령하면
칠분은 풍년이요 삼분은 흉년이라
천만가지 생각 말고 농업을 전심하소
하소정 빈풍시를 성인이 지었느니
이 뜻을 본받아서 대강을 기록하니
이 글을 자세히 보아 힘쓰기를 바라노라

 

田園四時歌  전원사시가

 

전원에 봄이 들어 백화가 만발하니 앞언덕 왜철죽과 뜰앞에 진달래는 웃는듯 반가는듯 면면이 붉어 있고 섬 아래 정향꽃과 단 위의 모란화는 춘광을 다 먹음고 화향이 습인하고 월계 작약화와 삼색도화 영산홍은 홍백이 상영하여 춘풍에 나부끼고 산단화 옥잠화와 장미화 춘장화는 다투어 반개하여 소광을 희롱하고 이화는 백설이오 도화는 홍의로다 매화는 요염이오 해당화는 신선이라 지란은 춘향이요 지기를 만나온듯 벽오동 젖은 잎에 단봉이 깃들이고 창창한 늙은 솔에 백학이 춤을 추고 행화는 표불하여 술잔에 가득하고 촉규화 담홍하여 날빛을 기울이고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연류간 왕래하여 유성이 연만하니 흐르는 비소리에 티끌 꿈 깨이거다 청려장 둘러 짚고 앞뫼에 올라가니 잔디마다 속잎이요 포기마다 꽃이로다 꽃 꺽어 손에 들고 물 먹어 양치하니 청향이 만구하고 화기가 습의한다 유수를 따라가서 바위 위에 앉았으니 공산이 적막한데 접동새 슬피 울고 산화는 난만한데 봉접이 쌀쌀하다 청산을 흰 구름은 부용 같이 피어가서 선인을 찾아와서 곳곳이 따라오고 현포의 맑은 안개 띠 같이 둘러있어 신선은 날만여겨 곳곳이 쫓아온다 석양 산로 빗긴 길에 소연 일예 지나가니 묻노라 저 선사야 네 거동 한가하다 진한을 하직하고 산수간의 주인되어 삼청연월 음롱하고 십주풍경 반환하여 육환장 한 막대로 부운 같이 왕래하니 세념이 다 없어라 시비할 이 뉘 있으리 한가한 이내 몸도 산천이 병이 들어 천석고황이오 연화 고벽이라 진세를 도망하고 임천에 상양하니 의관은 내 다르고 마음은 너와 같다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졌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을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오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 좋은 고비 나물 맛 좋은 어아리다 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순 연한 것을 낱낱이 캐어내어 국 끓이고 나물 무쳐 취한 쌈 입에 넣고 국 한 번 마시나니 입 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 아깝도다 구중한 우리 님도 이런 맛 알으시나 한 그릇 받들어서 복궐을 바라나니 어리다 내 마음이 헌근지성 절로 난다 뒷동산 포곡 소리 밭갈다 재촉하니 준준한 저 양사로 남무의 숙재로다.

 

여름

웃논에 조도 갈고 아랫논에 만도 붙여 우수가 적중하여 풍년을 점복하니 여저여경은 주민의 축원이오 중유어의는 목인의 꿈이로다 큰밭에 콩을 갈고 작은 밭에 원두 놓아 한 번 매고 두 번 매니 전가의 일이 없다 남풍이 길이 불어 대맥이 누르익어 이때가 어느 때니 맥추가 오늘일다 나리쌀 밥을 짓고 살진 연계 찜을 하여 외김치 나리 소주 시식으로 양친하니 삼생 팔진미는 어느 뉘 받았던고 전가중 일신환락 이것이 재미로다 맥량이 다 진하고 올여쌀 새로 나니 원두밭 청태콩과 밭두득 돔부 밭과 동산의 이른 밤과 산전의 오조 비어 오곡을 한데 섞어 물 마추어 지어내니 한 그릇에 쌀밥이오 오색이 영롱하다 소천어 열무국과 붕어 낚아 회를 쳐서 가지 채 호박 나물 신도주 이바지가가 그 아니 소담한가 금당의 부용화는 천연히 붉어 있고 옥계의 훤초꽃은 한가히 누르렀다 석류화 만발하니 향기가 복욱하고 수선화 만개하니 청풍이 표주하다 노우가 새로 개고 청풍이 요조하니 분명한 산색이오 상량한 야기로다 전계에 폭포 소리 만학에 노명하고 죽림에 섞인 바람 음운이 요랑하다 요림한 반디불은 야천의 유성이오 야당에 와명하니 산가의 고취로다 앞이웃 방아 노래 황량을 밤에 찧고 노주의 가는 봄은 고기잡는 사람이라 이삼경 여름밤의 이 역시 경이로다.

 

가을

뜰나무에 바람 소리 아침에 살펴보니 창밖에 오동잎이 금정에 떨어졌다 소상강 외기러기 해천에 높이 뜨니 어느 곳 손님내는 귀장이 바빴는고 벽간의 귀뚜라미 베 짜라 재촉하니 어느 곳 지어미는 게으른 잠 깨었는고 밤사이 서리방에 백곡이 익었거든 청약립 녹사의로 뜰 앞에 나아가니 산야에 황운이요 곳곳이 타작이라 희희한 농부들은 황계백주 손에 들고 소매를 이끌어서 궐하에 이르기를 성대태평하여 시화세풍하니 이것이 뉘 덕인고 우리임금 덕이로다 토고를 두드리며 격양가 부르시니 강구의 늙은인가 도당씨 백성인가 삼대의 성화를 오늘날 다시 본다 구준에 대취하니 여공에 불들려서  먼데 타작 먼저하고 가까운데 나중하니 밀다리 좋은 벼와 정금벼 보리며 사발벼 대추벼가 정실한 곡품이오 낭려함 입미로다 서직 두태 다 거두고 화맥 숙맥 다들이니 즐용 같은 내 곡식을 어디다가 다 쌓으리 천창만상 넣고남아 뜰앞에 노적하고 함포고복하여 태평가 부르리라 찰기장 좋은 술을 치굉에 가득 부어 공언이 어디런고 만수를 부르리라 전주의 일을 맟고 일신이 한가하니 앞내에 고기 낚아 양친이나 하오리라 죽간을 둘러매고 어기로 나려가니 편편한 백구들아 날려고 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라 너를 따라 예왔노라 쓸데없이 이내몸이 찾을이 바이 없어 반세광음을 덧없이 다 보내고 심심 궁항촌에 할 노릇 전혀 없다 화표주 어제 밤의  원학과 맹세하고 백로주 오늘날의 너를 쫓아 이리오니 한정은 일체로다 넨들 설마 모를소냐 홍료화 떨어지고 갈 꽃은 희었는데 풍수림 찾아앉아 어간을 드리우니 잔잔한 물결이오 발발한 고기로다 한동안 잠갔다가 찌를 보고 재쳐내니 뛰노나니 은린이오 걸리나니 옥척이라 눈눈한 버들가지 한 가지 꺽어내어 적은 고기 도루넣고 굵은것 곰라 꿰어 하나 꿰고 둘 꿰어서 한꿰미 다 차거든 낙시줄 대어감고 망혜를 찾아신고 석양과 짝을 하여 달속으로 돌아오니 실인이 뜰에 내려 손씻고 기다린다 회 치고 솟구쳐서 노친께 이양하니 이 역시 맛이라 그 아니 다행한가 앞뫼에 단풍 들고 정국이 난개하니 꽃 밑에 술을 먹고 머리에 수유꽃고 창연히 원망하니 기다린 이 그뉠른고 그리던 동생들과 생각던 지친들이 단첨초옥 수간중에 역역이 단취하여 술잔을 손에 들고 성은을 노래하니 감루가 앞을 서고 갈수록 망극하다 남산 같이 높아있고 북해 같이 깊었으니 살아서 운수하고 죽어서 결초한들 하늘같은 이 은혜를 만일이나 깊을는가 한 입으로 다못하니 일필로나 적으리라.

 

겨울

북풍이 수류하여 백운이 흣날리니 질서가 완만하여 어느덧 겨울일다 공산에 적설하고 만목이 조잔한데 특립한 저 송백은 네 홀로 청청하니 절사의 높은 뜻이 너보고 흥기한다 상풍이 표를하고 빙벽이 형철한데 한조각 밝은 달이 청천에 조용하니 군자의 맑은 마음 너보고 감발한다 엄동이 이때로다 한사가 주무하다 누에 쳐 명주 나고 면화 짜서 늙은이 명주 입고 젊은이 무명 입네 의복이 가잦으니 졸세하기 걱정 없다 아침에 뜯은 나무 저녁에 다 희고 여름에 엮은 자리 어동하기 넉넉하다 더운방 밝은 창에 비궤가 정결하고 만벽도서 소조한데 노향이 애연하다 의관을 정제하고 첨시를 높였으니  용의가 단속하고 심계가 안온하다.

漁父四時詞

고려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작자를 알 수 없는 순한문(純漢文)투의 어부사(漁父詞)를 이현보(李賢輔)가 이를 되도록 부드럽게 간추려서 전문 9수의 가사로 고친 것을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가 노래로 부르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하여 우리말로 고치는 한편 시상을 달리 잡아서 춘하추동의 사시로 나누고 각 10장의 엇시조로 엮은 전문 10장의 연시조로 바꾸어 놓은 작품이다.

漁父四時詞  어부사시사

- 윤선도 -

 춘사(春詞)

앞 개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떠라 배 떠라
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어 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날이 덥도다 물 위에 고기 떴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 하는고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낚대는 쥐어 있다 탁줏병 실었느냐

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앞 뫼히 지나가고 뒷 뫼히 나아온다

우는 것이 뻐꾸기가 푸른 것이 버들숲가
이어라 이어라
어촌 두어 집이 냇속에 날락들락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말가한 깊은 소에 온갖 고기 뛰노나다

고운 별이 쬐었는데 물결이 기름 같다
이어라 이어라
그물을 주어두랴 낚시를 놓을일까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탁영가의 흥이나니 고기도 잊을노다

석양이 비꼈으니 그만하여 돌아가자
돛 지어라 돛 지어라
안류정화는 굽이굽이 새롭고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공을 부를소냐 만사를 생각하랴

방초를 밟아 보며 난지도 뜯어 보자
배 세워라 배 세워라
일엽편주에 실은 것이 므스것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갈 제는 내뿐이요 올 제는 달이로다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리려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낙홍이 흘러오니 도원이 가깝도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세홍진이 얼마나 가렸나니

낚싯줄 걸어 놓고 봉창의 달을 보자
닻 지어라 닻 지어라
하마 밤 들거냐 자규 소리 맑게 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남은 흥이 무궁하니 갈 길을 잊었닷다

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몇 덧 새리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낚대로 막대 삼고 시비를 찾아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부의 생애는 이렁굴어 지낼로다

 하사(夏詞)

궂은 비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온다
배 떠라 배 떠라
낚대를 두러메니 깊은 흥을 금 못할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연강첩장은 뉘라서 그려낸고

연잎에 밥 싸 두고 반찬을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청약립은 써 있노라 녹사의 가져 오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내 좇는가 제 좇는가

마름 잎에 바람 나니 봉창이 서늘코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정할소냐 가는 대로 배 시켜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북포남강이 어디 아니 좋을리니

물결이 흐리거든 발 씻다 어떠하리
이어라 이어라
오강에 가자하니 천년 노도 슬플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초강에 가자하니 어복 충혼 낚글세라

만류 녹음 어린 곳에 일편 태기 기특하다
이어라 이어라
다리에 다닫거든 어인쟁도 허물 말아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학발 노옹 만나거든 뇌택양거 효칙하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
돛 지어라 돛 지어라
뱃대를 두드리고 수조가를 불러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오애성 중에 만고심을 긔 뉘 알꼬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거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 솔 아래 비껴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벽수 앵성이 곳곳에 들리나다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뜸 밑에 누어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창승파 어떠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 들을려다

밤 사이 풍랑을 어이 미리 짐작하리
닻 지어라 닻 지어라
야도횡주를 뉘라서 일렀는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간변유초도 진실로 어여쁘다

와실을 바라보니 백운이 둘러 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쥐고 석경으로 올라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옹이 한가터냐 이것이 구실이라

 추사(秋詞)

물외에 좋은 일이 어부 생애 아니러냐
배 떠라 배 떠라
어옹을 웃지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사시 흥이 한가지나 추강이 으뜸이라

수국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만경 등파에 슬카지 용여하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을 돌아보니 멀도로 더욱 좋다

백운이 일어나고 나무 끝이 흐느낀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서호요 혈물에 동호 가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빈 홍료는 곳마다 경이로다

기러기 떴는 밖의 못보던 뫼 뵈는고야
이어라 이어라
낚시질도 하려니와 취한 것이 이 흥이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석양이 바애니 천산이 금수로다

은순옥척이 몇이나 걸렸나니
이어라 이어라
노화에 불 불어 가리어 구워 놓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질병을 기울이어 박구기에 부어다고

옆바람이 고이 부니 달온 돛에 돌아왔다
돛 지어라 돛 지어라
명색은 나아오되 청흥은 멀어 있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홍수 청강이 슬미지도 아니하다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 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봉황루 묘연하니 청광을 누를 줄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옥토의 찧는 약을 호객을 먹이고자

건곤이 제곰인가 이것이 어드매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서풍진 못 미치니 부채하여 무엇하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들은 말이 없었으니 귀 씻어 무엇하리

옷 위에 서리 오되 추운 줄을 모를로다
닻 지어라 닻 지어라
조선이 좁다 하나 부세와 어떠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내일도 이리 하고 모레도 이리 하자

송간 석실에 가 효월을 보자 하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공산 낙엽에 길을 어이 알아볼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백운이 좇아오니 여라의 무겁고야

 동사(冬詞)

구름 걷은 후에 햇빛이 두텁거다
배 떠라 배 떠라
천지 폐색하되 바다는 의구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없은 물결이 깁 편 듯하여 있다

주대를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 동정은 그물이 언다 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 때에 어조하기 이만한 데 없도다

옅은 갯고기들이 먼 소에 다 갔나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적은 덧 날 좋은 제 바탕에 나가보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미끼 꽃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 한다

간 밤에 눈 갠 후에 경물이 달랐고야
이어라 이어라
앞에는 만경유리, 뒤에는 첩첩옥산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선곈가 불곈가 인간이 아니로다

그물 낚시 잊어 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헤어 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단한 된 바람이 행여 아니 불어 올까

자러 가는 까마귀 몇 낱이 지나거니
돛 지어라 돛 지어라
앞길이 어두우니 모설이 잦아졌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압지를 뉘라서 초목참을 씻돗던가

단애 취벽이 화병같이 둘렸는데
배 매어라 배 매어라
거구세린을 낚으나 못 낚으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고주 사립에 흥겨워 앉았노라

물 가의 외로운 솔 홀로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머흔 구름 한치 마라 세상을 가리운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파랑성을 염치마라 진훤을 막는도다

창주 오도를 예부터 일렀더라
닻 지어라 닻 지어라
칠리여울 양피 옷은 긔 어떠한 이런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삼천 육백 낚시질을 손꼽은 제 어떻던고

어와 저물어 간다 연식이 마땅토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 붉은 꽃 흩어진데 흥치며 걸어가서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설월이 서봉에 넘도록 송창을 비껴 있자.

청산은 나를 보고

- 나옹선사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 정 철 -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어버이 살아신제

- 정 철 -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닲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물 아래 그림자 지니

- 정 철 -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위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게 있거라 너 가는 데 물어보자
막대로 흰 구름 가리키며 돌아 아니 보고 가노매라

적소리 반기 듣고

- 안민영 -

적소리 반기 듣고 죽창을 바삐 여니
세우 장제에 쇠등에 아희로다
아희야 강호에 봄이 드냐 낚대 추심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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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소리 반가와 들창문을 서둘러 여니
가랑비 내리는 긴 강둑에 소등에 탄 아이구나
아이야 봄이 왔느냐 낚시대를 챙겨야겠구나

공산 풍설야에

- 안민영 -

공산 풍설야에 돌아오는 저 사람아
시문에 개소리를 듣느냐 못 듣느냐
석경에 눈이 덮였으니 나귀 혁을 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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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산 눈보라치는 밤에 돌아오는 사람아
사립문에 개짖는 소리 들리느냐 안 들리느냐
돌길이 눈에 덮였으니 나귀 고삐 놓고 와라

그려 걸고 보니

- 안민영 -

그려 걸고 보니 정녕한 긔다마는
불러 대답 없고 손쳐 오지 아니하니
야속타 혼을 아니 붙인 줄이 못내 슬허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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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려 걸고 보니 틀림없는 그 이인데
불러도 대답 없고 손짓해도 아니오니
그림에 혼을 넣지 못하는 것이 못내 슬프구나

어화 벗님네야

- 김수장 -

어화 벗님네야 화류가며 천렵가세
흰 터럭을 이제 이미 못 금거든
앞길이 긴동 저른동 그를 몰라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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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들아 꽃구경도 가고 고기잡이도 가세
흰머리는 이미 막을 수 없거늘
살 날이 긴지 짧은지 그것을 모르겠구나

복더위 훈증한 날에

- 김수장 -

복더위 훈증한 날에 청계를 찾아가서
옷 벗어 남ㄱ에 걸고 풍입송 노래하며
옥수에 일신 진구를 방척함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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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로 찌는 날씨에 맑은 계곡을 찾아가서
옷 벗어 나무에 걸고 노래를 부르며
옥같이 맑은 물에 세상의 먼지와 때를 씻음이 어떠리

호화도 거짓이요

- 김수장 -

호화도 거짓이요 부귀도 꿈이오레
북망산 언덕에 요령소리 그쳐지면
아무리 뉘 웃고 애달아도 미칠 길이 없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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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움도 거짓이요 부귀함도 꿈이어라
죽어 땅에 묻히고 나면
비웃든 슬퍼하든 아무 소용이 없어라

터럭은 희었어도

- 김수장 -

터럭은 희었어도 마음은 푸르렸다
꽃은 나를 보고 태 없이 반기거늘
각시네 무슨 탓으로 눈 흘김을 어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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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희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꽃은 나를 보고 꿈임 없이 반기는데
아가씨는 무슨 이유로 눈을 흘기는가

술 먹지 마자 하고

- 무명씨 -

술 먹지 마자 하고 중한 맹세하였더니
잔 잡고 굽어보니 맹세 둥둥 술에 떴다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맹세 풀이하리라.

십 년을 경영하여

- 무명씨 -

십 년을 경영하여 초당 한간 지어내니
반간은 청풍이오 반간은 명월이라
청산은 들일 데 없으니 한데 두고 보리라.

대추 볼 붉은 골에

- 황 희 -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듣들으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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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가 빨갛게 익은 골짜기에 밤이 뚝뚝 떨어지고
벼 베어낸 그루터기에는 살찐 게가 기어오른다
풍요로운 가을날 술도 익었는데 체 장수까지 지나가니
새 체로 술 거르고 밤, 대추 안주 삼고 게도 삶아서
술을 먹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공산에 우는 접동

- 박효관 -

공산에 우는 접동 너는 어이 우짖는다
너도 날과 같이 무슨 이별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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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산에 우는 소쩍새야 너는 왜 우느냐
너도 나와 같이 이별을 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울어도 대답이나 있더냐

꿈에 왔던 님이

- 박효관 -

꿈에 왔던 님이 깨어 보니 간 데 없네
탐탐히 괴던 사랑 날 버리고 어디 간고
꿈속이 허사랄 망정 자로나 뵈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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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왔던 님이 깨어나 보니 간 데 없네
깊고 깊던 사랑 날 버리고 어디 갔나
꿈이 허사라지만 자주나 보았으면

말하면 잡류라 하고

- 주의식 -

말하면 잡류라 하고 말 안하면 어리다 하네
빈한을 남이 웃고 부귀를 새우는데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살 일이 어려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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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잡스럽다하고 말없으면 어리석다 한다
가난하면 못났다 비웃고 부유하면 시기한다
세상이 이러하니 살아가기 어렵구나

나비야 청산 가자

- 무명씨 -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술 먹고 취한 후에

- 무명씨 -

술 먹고 취한 후에 얼음굼ㄱ에 찬 숭늉과
새벽에 님 가려거든 고쳐 안고 잠든 맛과
세간의 이 두 재미는 남이 알까 하노라

옥에 흙이 묻어

- 윤두서 -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 이 있을 것이니 흙인 듯이 있거라

남산 내린 골에

- 김천택 -

남산 내린 골에 오곡을 갖취 심어
먹고 못 남아도 긋지나 아니하면
그 밖의 여남은 부귀야 바랄 줄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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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 비탈에 오곡을 고루 심어
먹고 남진 않아도 끼니 끊기지 않으면
그 밖의 부귀야 바랄 까닭이 있으랴

내 부어 권하는 잔을

- 김천택 -

내 부어 권하는 잔을 덜 먹으려 사양마소
화개 앵제하니 이 아니 좋을 땐가
어떻다 명년 간화반이 눌과 될 줄 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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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어 권하는 잔을 덜 먹으려 사양마소
꽃 피고 꾀꼬리 우니 이 아니 좋을 땐가
내년 꽃 구경은 누구와 가게 될지 알리요

하목은 섞여 날고

- 김천택 -

하목은 섞여 날고 수천은 한 빛인 제
소정을 끌러 타고 여울목에 내려가니
격안에 삿갓 쓴 늙은이 함께 가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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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는 섞여 날고 하늘과 강은 한 빛인데
작은 배를 끌러 타고 여울목을 내려가니
건너 강변에 삿갓 쓴 노인 함께 가자 하더라

잘 가노라 닫지 말며

- 김천택 -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끊지 말고 촌음을 아껴 써라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간만 못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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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간다고 달리지 말고 못 간다고 쉬지 마라
부디 끊임없이 작은 시간도 아껴 써라
가다가 곧 그만두면 아니 간만 못하니라

엊그제 덜 괸 술을

- 김천택 -

엊그제 덜 괸 술을 질동이에 가득 붓고
설데친 무우나물 청국장 끼쳐 내니
세상의 육식자들이 이 맛을 어이 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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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덜 익은 술을 질동이에 가득 붓고
살짝 데친 무나물에 청국장을 끼얹어 내오니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이 맛을 어찌 알까

춘창에 늦이 일어

- 김천택 -

춘창에 늦이 일어 완보하여 나가 보니
동문 유수에 낙화 가득 떠 있세라
저 꽃아 선원을 남이 알세라 떠나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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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창가에 늦잠 자고 일어나 천천히 나가보니
동쪽 문밖 흐르는 물에 꽃잎 가득 떠 있어라
남들이 선경을 알까 두려우니 흘러가지 말아라

가을밤 채 긴 적에

- 김천택 -

가을밤 채 긴 적에 임 생각 더욱 깊다
머귀 성긴 비에 남은 간장 다 썩노매
아마도 박명한 인생은 내 혼잔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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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길고 길어 임 생각 더욱 깊다
오동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애간장이 썩으니
아마도 기구한 팔자는 나 혼자 뿐이구나

지아비 밭 갈러 간 데

- 주세붕 -

지아비 밭 갈러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밥상을 받들되 눈썹에 맞추나이다
친코도 고마우시니 손이시나 다르실까

벼슬을 저마다 하면

- 김창업 -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내 집이 길치인 양하여

- 무명씨 -

내 집이 길치인 양하여 두견이 낮에 운다
만학천봉에 외사립 닫았는데
개조차 짖을 일 없어 꽃 지는 데 조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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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 외지고 호젓하여 두견새가 낮에도 운다
첩첩산중에 사립문 닫았는데
개조차 짖을 일이 없어 꽃 지는데 졸더라

벽오동 심은 뜻은

- 무명씨 -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려터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 일편명월만 빈 가지에 걸렸에라

보리밥 풋나물을

- 윤선도 -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추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지 노니노라
그남은 여남은 일이야 부럴 줄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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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에 풋나물 반찬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서 실컷 노닐으니
그 밖에 무엇이 부러울 게 있으랴

산가에 봄이 오니

- 이정보 -

산가에 봄이 오니 자연히 일이 하다
앞내에 살도 매며 울 밑에 외씨도 빠고
내일은 구름 걷거든 약을 캐러 가리라

산촌에 눈이 오니

- 신 흠 -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에라
시비를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 명월이 긔 벗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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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덮였구나
사립문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없으니
밤중에만 밝은 달이 내 벗이 되는구나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

가을 강에 밤이 되니 물결이 차구나
낚시를 드리우니 고기도 물지 않는구나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공명도 잊었노라

- 김광욱 -

공명도 잊었노라 부귀도 잊었노라
세상 번우한 일 다 주어 잊었노라
내 몸을 내 마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태산이 높다하되

- 양사언 -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한 손에 가시 쥐고

- 우 탁 -

한 손에 가시 쥐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묏버들 가려 꺾어

- 홍 낭 -

묏버들 가려 꺽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지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겨울에 따스한 볕을

- 무명씨 -

겨울날 따스한 볕을 님 계신데 비추고저
봄미나리 살찐 맛을 님에게 드리고저
님이야 무엇이 없으랴마는 내 못다어 하노라

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 -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어제도 난취하고

- 유천군 -

어제도 난취하고 오늘도 또 술이로다
그제 깨었던지 그끄제는 나 몰래라
내일은 서호에 벗 오마니 깰동말동 하여라

*************************

어제도 몹시 취했는데 오늘도 또 술이구나
그저께 깨어 있었는지 그끄저께는 어쨌는지 알 수 없구나
내일은 또 서호에서 벗이 온다하니 깰날이 있을지 어떨지

짚방석 내지 마라

- 한 호 -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추산이 석양을 띠고

- 유자신 -

추산이 석양을 띠고 강심에 잠겼는데
일간죽 둘러메고 소정에 앉았으니
천공이 한가히 여겨 달을 조차 보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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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띤 가을 산이 강속에 잠겼는데
낚시대 드리우고 작은 배에 앉아 있으니
하늘이 한가함 알고 달빛 비춰주는구나

녹양이 천만산들

- 이원익 -

녹양이 천만산들 가는 춘풍 매어두며
탐화봉접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님을 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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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버들가지 천만개인들 가는 봄바람 못 잡아두고
꽃 찾는 벌 나비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며
사랑이 아무리 깊은들 가는 님을 어찌하리

동창이 밝았느냐

- 남구만 -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매아미 맵다 울고

- 이정신 -

매아미 맵다 울고 쓰르라미 쓰다 우네
산채를 맵다는가 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삿갓에 도롱이 입고

- 김굉필 -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중에 호미 메고
산전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을 몰아 잠든 나를 깨우도다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 이 재 -

샛별 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잠방이 다 젖는다
아이야 시절이 좋을 손 옷이 젖다 관계하랴

간밤에 부던 바람에

- 정민교 -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요

말은 가자하고

- 무명씨 -

말은 가자 하고 님은 잡고 아니 놓네
석양은 재를 넘고 갈 길은 천리로다
저 님아 가는 날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눈물이 진주라면

- 무명씨 -

눈물이 진주라면 흐르지 않게 두었다가
십년 후 오신 님을 구슬성에 앉히련만
흔적이 이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발가벗은 아해들이

- 무명씨 -

발가벗은 아해들이
거미줄테를 들고
개천으로 왕래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저리가면 죽느니라
이리 오면 사느니라
부르느니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

벌거숭이 아이들이
거미줄로 만든 잠자리채를 들고
냇가에서 고추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며
고추잠자리야 고추잠자리야 저리가면 죽느니라
이리 오면 사느니라
하면서 고추잠자리를 부르는구나
아마도 세상일이 다 이렇지 않겠느냐

논밭 갈아 기음 매고

- 무명씨 -

논밭 갈아 기음 매고,
베잠방이 다님 쳐 신 들메고,
낫 갈아 허리에 차고,
도끼 버려 둘러메고
무림 산중 들어가서
삭다리 마른 섶을 베거니 베이거니,
지게에 짊어 지팡이 받쳐 놓고,
샘옴을 찾아가서 점심도슭 부시고,
곰방대를 톡톡 떨어 잎담배 피워 물고,
콧노래 조올다가
석양이 재 넘어갈 제 어깨를 추이즈며,
긴소리 저른소리 하며 어이갈꼬 하더라

*****************************

논밭을 갈고, 김을 매고
베잠방이에 대님을 치고
짚신을 동여매어 신고
낫은 갈아서 허리에 차고
도끼는 벼리어 어깨에 메고
울창한 숲에 들어가서
삭정이며 풋나무를 해서
지게에 짊어 작대기로 받혀 놓고
샘을 찾아가 점심 도시락을 먹고
곰방대에 잎담배를 피워 물고
콧노래하며 졸다가
석양이 산을 넘어갈 때에
지게를 지고 어깨를 추썩이며
긴 노래 짧은 노래하며 어떻게 갈까하더라

간밤에 자고 간 그놈

- 무명씨 -

간밤에 자고 간 그놈 아마도 못 잊겠다
와야놈의 아들인지 진흙에 뽐내듯이
두더지 영식인지 꾹꾹이 뒤지듯이
사공의 성녕인지 상앗대 지르듯이
평생에 처음이요 흉측히도 얄궂어라
전후에 나도 무던히 격었으되
참맹세 간밤 그놈은 차마 못 잊을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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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자고 간 그놈 아무래도 못 잊겠다
기와장이 아들인지 진흙을 이겨대듯
두더지 아들인지 들쑤시는 그 솜씨
능숙한 사공인지 상앗대질 하듯이
평생에 그런 맛 처음이라 얄궂고도 망측하구나
나도 겪을 만큼 다 겪었으나
간밤에 그 놈 정말 못 잊겠구나.

두터비 파리를 물고

- 무명씨 -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엄 우회 치달아 앉아
건넌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 있거늘
가슴이 끔찍하여 풀떡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 자빠졌다
모처럼 날랜 낼시망정 어혈질 뻔 하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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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올라앉아
건너 산을 바라보니 흰송골매 떠 있구나
깜짝 놀라 풀떡 뛰어 도망가다가
두엄 아래 자빠져 하는 말이
내 몸이 날래기 망정이지 큰일 날 뻔하였구나.

한 잔 먹세 그려

- 정 철 -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이어매여 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예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 곧가면
누른해 흰달 가는비 굵은눈 소스리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잿납이 휘파람 불 제 뉘우친들 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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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꺽어 잔 수 세며 한 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줄로 묶여 가거나
호화로운 상여에 많은 사람 딸리어 가거나
잡풀과 잡목이 우거진 산으로 한 번 죽어 가게 되면
해가 뜨나 달이 뜨나 눈비 오나 회오리바람이 부나
누가 있어 한잔 마시자 할까, 하물며
세월 흘러 원숭이가 무덤 위에 놀 때에 뉘우친들 무엇하리

곡구롱 우는 소리에

- 오경화 -

곡구롱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 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 한다
마초아 지어미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

꾀꼬리 우는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나 보니
작은아들 글 읽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한다
때마침 아내가 술 거르며 맛보라고 하더라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 무명씨 -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명당 안에 집을 짓고
밭 갈고 논 맹글어 오곡 갖추 심은 후에
뫼 밑에 우물 파고, 지붕에 박 올리고
장독에 더덕 놓고, 구월 추수 다 한 후에
술 빚고 떡 맹글어 우리 송치 잡고
남린구촌 다 청하여 취회동락 하오리다
평생에 이렁성 노닐면 긔 좋은가 하노라

*****************************

저 건너 명당을 얻어서 명당 안에 집을 짓고
밭 갈고 논 만들어 오곡을 고루 심은 후에
산밑에 우물을 파고, 지붕에 박 올리고
장독대에 더덕을 심고, 가을걷이를 다 한 후에
술 빚고 떡 만들고 우리에 가두어 기른 송아지 잡고
남쪽으로 인접한 아홉 동네 사람을 다 불러
함께 모여 놀리라
평생에 이렇게 놀면 그 보다 더 좋을 것이 있겠는가

천하고 설심한 날에

- 무명씨 -

천한코 설심한 날에, 님 찾으러 천상으로 갈 제
신 벗어 손에 쥐고, 버선 벗어 품에 품고
곰뷔님뷔 님뷔곰뷔, 천방지방 지방천방
한번도 쉬지 말고 허위허위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은 아니 시리되
여미온 가슴이 산득산득 하더라

*************************

춥고 눈이 많이 쌓인 날에
님 찾으러 하늘로 올라갈 때
신은 벗어 손에 쥐고, 버선은 벗어 품에 품고
되풀이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한번도 쉬지 않고 허우적허우적 올라가니
버선 벗고 신 벗은 발은 시리지 아니한데
여미고 여민 가슴만 시리더라

바둑이 검둥이 청삽사리중에

- 무명씨 -

바둑이 검둥이 청삽사리 중에
조 노랑 암캐 같이 얄밉고 잣미우랴
미운 임 오게 되면 꼬리를 회회치며 반겨 내닫고
고운 임 오게 되면 두 발을 벗디디고, 콧살을 찡그리며
무르락 나오락 캉캉 짖는 요 노랑암캐
이튿날 문 앞에 개 사옵세 외는 장사 가거들랑
찬찬 동여 내어 주리라

가을 비 기똥 얼마 오리

- 무명씨 -

가을 비 기똥 얼마 오리 우장 직령 내지 마라
십리길 기똥 얼마치 가리 등 앓고 배 앓고 다리 저는 나귀를
크나큰 당채로 쾅쾅 쳐 몰지 마라
가다가 주가에 들거든 쉬어 가려 하노라

**********************************

가을 비 오면 기껏 얼마나 오리
비옷은 내오지 마라
십리길 가면 기껏 얼마나 가리
등 아프고 배 아프고 다리까지 저는 나귀를
커다란 채찍으로 후려쳐 몰지 마라
가다가 주막에 들러서 쉬어가야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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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동대국민학교 11회
글쓴이 : 청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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