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시(回文詩)
절기상 늦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를 지나 매미 소리와 반딧불이 서서히 멀어져가고,
 귀뚜라미 소리가 요란스럽게 귀뚤귀뚤 귀 뚤대는 조석으로 쌀쌀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니 독서(讀書)하기 딱 좋은 계절(季節)이라!
시(詩)를 첫머리부터 바로 읽어나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도 의미가 통(通)하고
 시법(詩法)에도 어긋나지 않게 지은 한시(漢詩). 문시(回文詩)를 올려볼까 한다.
동진시대 때 진주자사(秦州刺史)에 두도(竇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재주 많은 소혜(蘇蕙)라는 아내와 조양대라는 총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여인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두도는 늘 고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두도(竇滔)가 양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아내인 소혜는 남편이 총희를 데리고 가려는 것을 알고는 함께 가는 것을 사양했다. 

 

이후 총희와 함께 양양으로 떠난 남편으로부터 연락(絡)이 뜸했다.

 

 남편이 자신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소혜는 몹시 상심하여 자신의 마음을 담은


회문시(回文詩)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 시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오색비단에 짜 넣어 직금회문(織錦回)을


 남편에게 보냈다. 이에 크게 감동한 두도는 총희를 돌려보내고 예의를 갖춰

 

 아내 소혜를 맞아였다.


이때부터 직금희문은 ‘구성이 절묘한 문학작품’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으며 


또한 회문시의 발단(發)이 되었다. 



회문시란?


첫 글자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뜻이 통(通)하고 끝에서부터 거꾸로 읽어도 뜻이 통하는 


시(詩)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주 만병 만 주소’


‘다시 올 이월이 올시다’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


‘사장집 아들 딸 들아 집장사’


‘다큰 도라지라도 큰다’ 등이 역순으로 읽어도 뜻이 같은 말이다.  


 


회문시의 시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인로(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에는


 중국 진(秦)나라 소백옥(蘇伯玉)의 처가 지었다는 반중시(盤中詩)와,


 두도(竇滔)의 처 소혜(蘇蕙)가 지었다는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들었다.


회문시는 진(晋)나라 이후에 유행을 이루었다. 부함(傅咸)의 회문반복시(回文反覆詩),


 조식(曺植)의 경명팔자(鏡銘八字), 양(梁) 나라 간문제(簡文帝)의

 

회문사선명(回文紗扇銘), 진(陳)나라 유왕(留王)의 회문(回文)왕융(王融)의


 춘유(春遊) 등이 대표적이다.


그 뒤로는 소동파(蘇東坡)의 제직금화(題織錦畫)· 금산사(金山寺) 등이 유명하다.


 송대까지의 회문시는 상세창(桑世昌)이 엮은 회문유취(回文類聚)에 망라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회문시가 유행하였다.


그 에서도 이지심(李知深)이 잘 지었고, 죽림고회(竹林高會)에 참여하였던


 문사들도 즐겨 썼다. 특히, 이규보(李奎報)는 21수나 되는 많은 회문시를 지었다.


그중에서도 이수(李需)의 30운 회문시를 보고 지은


 차운이시랑수이회문화장구설시(次韻李侍郞需以回文和長句雪詩) 30운이 유명하다.

 

이 밖에도 형군소(邢君紹)·달전(達全) 등이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김시습의 춘하추동사절시(春夏秋冬四節詩) 4수가 유명하다



한시에서는

:처음에는 바른순서로 읽기--단장제앵춘

:반대로 끝에서 역순으로 읽기--춘앵제장단


다음회문으로 된 한시(漢詩)이다.



미인원(美人怨), 회문(回文)- 이규보(李奎報1168~1241)


순독(順 讀)


장단제앵춘(腸斷啼鶯春) -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낙화홍족지(落花紅簇) -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향금효침고(香衾曉枕孤) -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옥검쌍유루(玉瞼雙流) -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낭신박여운(郞信薄如雲) - 님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 같고


첩정요사수(妾情撓似) -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누나


장일도여수(長日度與誰) - 긴긴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추각수미취(皺却愁眉) -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을까?



미인원(美人怨 ) 회문(回文)-역순으로 읽을 경우


역독( 逆 讀 )

취미수각추(翠眉愁却皺) - 푸른 눈썹은 수심 겨워 찌푸려 있는데


수여도일장(誰與度日) -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수사요정첩(水似撓情妾) - 강물은 내 마음인 양 출렁거리고


운여박신랑(雲如薄信) -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누류쌍검옥(淚流雙瞼玉) -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고침효금향(孤枕曉衾) -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지족홍화락(地簇紅花落) -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춘앵제단장(春鶯啼斷) -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이 시는 고려왕조의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인 이규보가 지은 회문시(回文詩)이다.

회문시란 첫 글자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뜻이 통하고, 제일 끝 글자부터 거꾸로 읽기

 시작하여 첫 자까지 읽어도 뜻이 통하는 시를 말한다.

뜻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운자(韻字)도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속에는 이처럼 어려운 회문시를 많이 쓴 제사()들이 많다.


뜻과 운(韻)이 일치하면서 어느 방향에서 읽으나  절묘하게 살려서 그 뜻이

 통하는 회문시 한 번쯤은 읽어만 보아도 감탄(感歎)이 절로 난다. 

2019년 8월 일

석암 조 헌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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